보건 패스 도입에 등 떠밀려 백신 맞는 프랑스 청년들
박물관, 레스토랑, 기차, 비행기 이용 시 보건 패스 필수
대국민 담화 직후 백신 접종 예약 웹사이트 마비돼
몰려드는 접종 희망자들로 백신 접종 센터도 북적
지난달 12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보건 패스 관련 대국민 담화가 있었다. 이 담화에서 중요한 발표로는 보건 관련 인력의 백신 접종 의무화, 7월 21일부터 50인 이상 수용 가능한 문화·여가공간 출입 시 보건 패스 소지, 8월 초부터 기차·비행기 탑승이나 레스토랑·카페 등 방문 시 보건 패스 소지였다.
보건 패스는 최근 48시간 내 받은 코로나 PCR 검사 음성 결과지나 신속 항원 검사 음성 결과지가 있거나,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했거나, 최근 6개월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다는 증명서가 있어야 발급받을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보건 패스 소지 의무화 발표로 백신 접종을 결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르망디의 한 백신 접종 센터 ⓒ임유정(마티유 씨 제공)
은행에서 일하는 마티유씨(27)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고 나서 바로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아직 은행 본사에서 직원들에게 내려온 백신 관련 지침은 없지만 더 이상 백신 접종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저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매달 병원을 최소 1번에서 2번 가고 있어요. 회사 다니면서 병원 가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데 병원 방문 전마다 PCR 검사나 신속 항원 검사까지 받을 여유가 없어요"라며 접종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을 예약할 수 있는 웹사이트는 독토립(doctolib)이다. 12일 마크롱 대통령의 담화 직후 독토립의 접속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평소 일주일 기준 55만 건의 백신 접종 예약이 있었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담화 이후 일주일 동안 백신 접종 예약 건수는 무려 373만 건에 달했다. 담화 당일 독토립에 겨우 접속을 하더라도 거주 지역에서 접종할 수 있는 날짜가 많지 않았다.
그는 밤새 독토립 접속을 시도한 결과 담화 한 달 후인 8월 초로 1차 백신 접종을 예약할 수 있었다. 문제는 7월 21일부터 시작되는 '50인 이상 수용 가능한 문화·여가공간 출입 시 보건 패스 소지'다. 실내 수영장이나 박물관을 가려면 여전히 PCR 검사나 코로나 항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는 12일에 있었고 보건 패스 실시는 7월 21일과 8월 1일(예정됐으나 시위로 9일로 연기)로 정해져 검사 센터와 국민 모두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예를 들어 화이자 백신의 경우 대담화 익일인 13일에 접종을 한다고 해도 보건 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는 2차 접종 완료까지는 최소 3주가 걸린다. 그러므로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했던 7월 21일부터는 문화·레저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실시해야 했다.
마티유씨는 "주말에 박물관 관람을 위해 집 근처 약국에 전화를 해서 검사를 할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모두들 예약이 다 찼다는 대답을 했어요. PCR 검사 센터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결국 집에서 20km 떨어진 곳까지 가서 검사를 받아야 했어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건 패스 실시로 전국에서 PCR 검사와 코로나 항원 검사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프랑스 약사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로 약국 본래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30일) 전국에서 행해진 PCR 검사·신속 항원 검사는 약 90만 건이었다.
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방상씨(28) 또한 친구, 가족들과의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에 반해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중소도시에 사는 그는 담화가 있고 2주 후에 백신 접종을 예약해서 최대한 빨리 접종 받을 수 있는 날짜가 9월 중순이었다.
그는 "솔직히 저는 임상이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코로나19 백신을 신뢰하지 않아요. 그런데 함께 살고 있는 여자친구와 직장 동료들의 압박, 친구들과의 시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접종 예약을 했어요"라고 예약 이유를 설명했다.
◆노르망디의 한 백신 접종 센터 ⓒ임유정(마티유 씨 제공)
집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접종 센터에 백신 접종 기회를 얻은 마티유씨는 12시 40분 예약을 위해 센터를 찾았다. 예약증을 보여주고 의사와 몸 상태에 관한 간단한 면담이 있었다. 접종 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많아 그는 1시 20분이 돼서야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
마티유씨는 "한 남자분이 노쇼 백신을 맞기 위해 예약도 없이 접종 센터를 찾았어요. 그는 접수 센터에서 혹시 취소 접종분이 있다면 본인이 맞고 싶다며 사정을 설명했지만 직원은 무조건 독토립에서 예약을 하고 와야 한다고 해서 결국 그는 돌아가야 했어요"라며 접종 센터의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 후 15분을 기다린 후 마티유씨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센터를 나올 수 있었다. 백신 접종을 마치면 2회 중 1차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증명서(화이자의 경우)를 발급해 준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에서 요구하는 보건 패스는 3주 후에 있을 2차 접종까지 완전히 마쳐야 발급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4일 기준 프랑스에서 최소 1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4,364만 명으로 인구의 약 65%에 달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해 초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 중 위험군을 대상으로 3차 접종(부스터샷)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렸다.
프랑스 푸제르 = 임유정 글로벌 리포터 lindalim531@gmail.com
■ 필자 소개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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