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보육교사로 일한 경단녀 "이젠 AI 기업 취업했죠"
인구대책 핵심 떠오른 경력단절 여성
새일센터서 교육·취업알선 집중 지원
드론정비 등 50가지 고부가가치 교육
"일-가정 양립 가능한 사회 만들어야" 상>
“경력 단절 여성들이 취업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면 여성에 특화된 지원이 아직은 필요합니다.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채용이 줄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아 상황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교육은 끝나지만 저희가 계속 구인 업체를 소개해드릴 테니 전화를 꼭 받아주시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박정숙 서울 서대문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은 지난달 27일 오후 ‘직업상담사 현장 실무 과정’의 마지막 교육이 끝나고 진행된 수료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수강생이 두 달간 이어진 수업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설문지에 “국비 지원으로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고 적은 것을 대독하면서다.
박 센터장의 발언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 7월 범정부 합동 인구 정책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인구 대책은 여성의 경력 단절 예방과 재취업 촉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출산·육아기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후 재취업에서 겪는 어려움을 풀지 않으면 전 세계 최저 출산율이 초래할 노동력 부족 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지난해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5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9%보다 낮을 뿐 아니라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전국의 159개 새일센터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다.
10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새일센터는 경력 단절 여성에게 직업 상담, 직업교육 훈련, 구인·구직, 취업 후 관리 등을 종합 지원한다는 목표 아래 여가부 지정 기관으로 2009년 출범했다. 새일센터를 이용한 인원은 2009년 13만 346명에서 지난해 55만 2,198명으로 훌쩍 늘었다. 지난해 새일센터의 교육과 알선을 거쳐 취·창업한 인원은 총 17만 6,866명이다. 이 가운데 7,770명은 여가부의 국비 지원으로 운영되는 직업교육 훈련을 거쳐 일자리를 구했다. 새일센터의 직업교육 훈련은 사무 관리, 서비스, 정보기술(IT), 디자인, 제조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눈에 띄는 점은 드론 정비, 글로벌 무역 마케팅, 3D 프린팅 모델링 등 고부가가치 직종의 교육 과정이 2016년 25개에서 지난해 50개로 늘었다는 것이다. 서비스 직종에 몰리는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분야를 유망 직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10년 동안 보육 교사로 일했던 이 모(37) 씨가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 수집·가공 업체에 취직할 수 있었던 것도 지난해 서울 은평새일센터에서 수료했던 교육 덕분이었다. 이 씨는 “재작년에 직장이 폐원하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구직이 어려웠다”며 “지금은 자율주행 자동차 데이터베이스 구축 업무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을 돌보며 유연 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 무척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창업 지원도 활발하다. 김주아(37) 씨는 지난해 충남 부여새일센터에서 창업 교육과 관련 컨설팅을 받고 올 초 샌드위치 케이터링 업체를 차렸다. 개업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밀려드는 예약 주문을 소화하느라 오후 11시에 퇴근할 때도 있을 정도로 성과가 뚜렷하다. 김 씨는 “오랫동안 조리사로 일했는데 아이 셋을 연달아 낳으면서 사회생활을 쉬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비로소 ‘내 것’을 찾게 된 기분이라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 씨처럼 새일센터의 지원을 받고 창업에 성공한 업체는 총 1,277개다.
새일센터는 최근 업무 범위를 ‘경력 단절 예방’까지 넓혀 재직 여성에게 각종 고충·노무 상담, 기업에는 직장 문화 개선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경력 단절 이후 재취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뿐 아니라 취업을 해도 이전보다 못한 임금을 받아야 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박 센터장은 “재직 여성과 경력 단절 여성 모두가 일·가정 양립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며 “질 좋고 유연한 일자리가 많아지고 돌봄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돼야 경력 단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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