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에 신중한 청와대.."상황 예의주시"
[경향신문]
청와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0일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미국과 남한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다만 이번 담화가 최근 남북간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 흐름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난 1일 김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에 이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측의 기존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면서 “오늘 담화의 의도나 북한의 앞으로의 대응 등에 대해서 현 시점에서 예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 등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통화에서 “북한의 기존 주장이 담겨있는 담화로 보고 있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부부장 담화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문 대통령 임기 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이라는 목표를 계속 추진해 나가기 위해 북한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섣부르게 대응했다가 북한이 반발할 경우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을 통해 어렵게 만들어진 남북간 대화 재개 분위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김 부부장이 지난 1일 담화를 발표했을 당시 “정상 간 합의로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유지돼야 한다. 우리 정부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남북 및 북미간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통신연락선 복원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 임기 내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실현 가능한 징검다리를 놓아가면서 양국간 생길 수 있는 암초를 극복해가면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을 장기적으로 보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현재 상황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북한 또한 남북관계를 통신연락선 복원 이전 상황으로 돌려놓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도 감지된다. 김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날에 맞춰 발표한 이번 담화에서 비난의 초점을 주로 미국에 맞췄다. 남한을 단독으로 비난한 내용은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정도다. 김 부부장이 지난 1일 낸 담화에서도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비난하기는 했지만 남한 정부를 자극하는 감정적인 표현은 자제했다. 임박한 한·미연합훈련 취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북한이 자신들 입장에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대응을 했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날 오후부터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북한의 돌발적인 군사 행동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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