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문' 첫 공포 도전한 김강우 "20년차, 절박한 마음으로 연기" [N인터뷰](종합)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데뷔 20년 차 배우 김강우(43)가 영화 '귀문'(감독 심덕근)으로 첫 공포영화에 도전한다. 다채로운 장르에서 활약해온 그는 "제겐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인데, 장르적으로도 도전이고 쉽지 않았던 것 같아 좋은 성과로 남길 바라요"라며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김강우는 10일 '귀문'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새해전야' '내일의 기억'에 이어 '귀문'까지 올해만 세 편의 영화를 선보이게 된 그는 "정말, 의도치 않았어요"라며 "누가보면 굉장히 잘나가는 배우로 보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코로나 시국 때문에 어쩌디 보니 연달아 나와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상한 책임감도 생겨요"라고 운을 뗐다.
'귀문'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극강의 공포를 그린 영화다.
"지금까지 공포영화를 배제한 건 아닌데 타이밍이 그랬어요. 저 나름대로도 기대를 했었고 현장이 다른 장르들과 다를지 혼자 또 많이 상상도 했고, 재밌었어요. 아무래도 하룻밤 사시에 일어난 일을 영화 내에서 길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게 어려웠어요.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 좋은 성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평소 공포영화를 즐기지 않았다며 "감독님이 레퍼런스로 추천해준 영화를 끝까지 본 게 없어요. 아, 그 긴장감을 못견디겠더라고요"라며 "근데 이상하게 영화를 찍으면서 좋아졌어요 그 긴장감이 주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예전엔 진짜 공포영화에 무지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공포영화 얘기하면 어떤 게 좋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는 올라왔죠"라고 말했다.
김강우는 무당인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아 영적 능력을 지닌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을 맡았다. 현대적인 모습이 더해진 무당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예요. 사실 무당인데 좀 현대적인 해석을 가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강남에서 잘나가는 역술가로 설정했는데, 실제로도 그런 분들이 계신다고 들었어요. 어쨌든 이 친구가 4대째 무당이라는 핏줄을 벗어나려고 도시에 나왔는데도 어쩔 수 없이 그와 비슷한 무당의 길을 걸어가죠. 그래도 나름대로 다른 걸 보여주고 싶어서 심령연구소 소장이란 이름을 붙였어요. 최대한 우리가 알고 있는 무당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초반에만 보여줘서 잘 못느꼈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 노력했죠."
특히 김강우가 영화 초반에는 극을 이끌어나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어요. 많이 나와서가 아니라, 관객들한테 왜 도진이 저 공간에 들어가서 생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어요"라며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확 피부로 와 닿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속도감 있게 달려가야 하는 영화라 나름대로 설정을 넣으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어요"라고 털어놨다.
영화는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실제 폐수련원에서 겨울에 촬영을 진행했다. 김강우는 "굉장히 답답했어요, 그 공간 자체가 영화적으로는 세트로 만들어놓은 인위적인 느낌이 나지 않아서 좋았지만 연기하기에는 녹록치 않았죠"라며 "굉장히 오래 비어있는 폐공간이라 전기, 수도는 기본적으로 들어오지 않고 먼지도 많고 추워서 중간중간 촬영하면서 햇볕을 보려고 해바라기 처럼 나오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공간에서 촬영한 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됐어요"라고 회상했다.
영화는 공포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어두운 톤이 이어진다. 그 속에서 김강우는 원혼들과 거친 액션을 펼치기도 한다.
"굉장히 어두웠고, 조명을 최소한으로 써야 해서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간 액션을 많이 해왔는데 그거와는 또 다른 차원의 액션이었어요. 공포감을 느끼고, 압도감을 느끼는 상대와의 대결이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입장이라 다른 어느 때보다 합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액션 영화에 버금갈 정도의 연습들을 했어요."
그러면서 함께 호흡한 후배 배우들을 칭찬했다. 그는 "(김)소혜와 (이)정형이, (홍)진기, 이 친구들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상 줘야 해요"라며 "이 친구들이 귀여운 게 프리 단게에서 자기네들끼리 연습실을 빌려서 팀워크를 다지고 먼저 장면들도 연구하고 엄청나게 노력했죠, 그래서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후배지만 대단한 배우라 생각이 들었죠"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귀신을 보면 대박난다는 속설이 있지 않냐는 말에 "그렇죠, 실제로 미술팀에서 밤에 다 퇴근하려는데 괘종시계가 댕댕 울렸다고 하더라고요, 울릴 시간이 아니었는데 울려서 도구 다 던지고 뛰어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라며 "저한테 안 나타나서 다행입니다"라며 웃었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배우 데뷔한 김강우는 연기에 대해 "정말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제 한계를 알게 되고 자책하게 되고, 한없이 부족함을 알게 되어요"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예전엔 호러는 나중에 봐야지 했고, 멜로는 낯간지럽고 심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안 가리도 다 보고 요즘에는 호러에도 제법 눈이 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장르에 대한 생각이 변화한 이유에 대해 묻자, 김강우는 "갈증인 것 같아요, 어느덧 20년이 됐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작년을 기점으로 영화를 한다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감사하더라고요"라며 "지금까지 편하고 참 행복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일이 소중하고 대단하고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많이 생각하게 됐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더 절박한 마음으로 연기를 하게 됐어요"라며 "그런 것들이 장르적인 걸 떠나서 여러 가지로 더 마음이 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라며 미소지었다.
영화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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