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빨라진 지구 온난화, 해결책은 '농업 기술'

남시현 2021. 8. 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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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모든 정부의 기후 정책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정보를 담은 ‘6차 평가 보고서 (AR6) 제1 실무그룹 보고서’를 공식 승인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2040년 중 1.5°C 지구온난화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18년 보고서에서 제시한 1.5°C 지구온난화 도달 시점인 2030~2052년보다 10년 이상 빨라진 결과다.

오늘날 전지구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90년) 대비 1.09°C 상승한 상태인데, 보고서 말대로 2021~2040년 중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표면 온도가 1.5°C를 넘어서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일단 산업화 이전 시기 50년에 한 번 발생했던 극한 고온은 8.6배 증가하고, 산호의 70~90%는 소멸한다. 해수면은 0.26~0.77m까지 상승하고, 2050년 전까지 최소 한 번은 북극 해빙이 거의 다 녹는다. IPCC는 온실가스가 극단적으로 감축되더라도 세기말까지 1.0~1.8°C는 오를 것이며, 가장 많이 배출한다면 3.3~5.7°C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IPCC는 지구 온난화 온도가 1.5°C 오를 경우 2050년 전까지 북극 해빙이 최소한 한번은 거의 다 녹을 것이라 경고했다. 출처=셔터스톡

더 큰 문제는 기후 변화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환경 난민이 10억 명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수몰과 물 부족, 지나친 폭염과 가뭄을 동시에 일으키기 때문이다. IPCC는 농업 관행을 바꾸는 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 난민 모두를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기후 전략이라 제안하고 있다.

미래의 농업 기술, 기후 변화의 핵심 될 것

농업이 기후 변화의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농업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가 많고, 또 이렇게 생산된 작물이 비효율적으로 소비되고 있어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해마다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전체 생산량의 1/3인 13억 톤, 경제적 손실을 연간 7,500억 달러(약 801조 원) 규모로 보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탄소량은 이제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비효율적으로 소비되는 관행을 해소하고, 농업을 효율화하는 게 북극 빙하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유럽연합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책이자 경제성장 전략인‘유럽 그린딜’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출처=유럽위원회

농업 관행 개선이 탄소 배출량 감소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농업 기술에 대한 투자와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사례는 유럽연합(EU)이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탄소중립’을 법제화했고,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로 구체적인 감축 실현을 수립한 상태다. 그중 농업 분야 협력의 ‘2030 생물다양성 전략(EU Biodiversity Strategy for 2030)’, ‘농장에서 식탁 전략(Farm to Fork Strategy)’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출처=셔터스톡

2030 생물다양성 전략은 매년 200억 유로(27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동식물종의 감소를 막고, EU 육지와 바다의 30% 이상을 보호 지구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는다. 또한, 2030년까지 최소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산림에서 유래한 바이오 에너지로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 ‘농장에서 식탁 전략’의 경우 식품 산업에 대한 신뢰도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030년까지 농약 사용과 위험도를 50% 감축하고, 비료 사용량 20%를 줄이며, 농경지의 25%를 유기농업으로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국은 목표 실현을 위해 농업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전략은 프랑스의 ‘농업 혁신 2025(Agriculture-Innovation 2025)’다. 프랑스는 세계 6위, 유럽 2위 규모의 농산물 생산 국가며, 농업 규모가 GDP의 약 3.5%를 차지한다. 프랑스는 유럽 그린딜 시행 전인 2015년부터 농업혁신 2025를 추진해왔고 ▲ 지구 온난화 해결과 토질 향상을 위한 탄소 포집, 통합 수자원 관리 프로젝트 등의 화학 순환에 대한 지식의 개발 ▲ 2050년까지 약 100억 명의 인구가 사용 가능한 수자원 충족 목표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목표 100 헥타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농업, 파리퀼퇴르(Parisculteurs) 사업. 출처=프랑스농림축산식품부

프랑스 정부는 농업과 관련된 토양 및 수자원, 건강, 농업용 로봇 및 디지털 기술, 생명 공학 및 생물학적 제어 4개 분야의 연구개발 분야를 지정했다. 추가로 프랑스의 미래 먹거리로 로봇 산업을 지정하고, 약 1,300명의 로봇 연구원을 농업 로봇 분야에 투입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프랑스 공공투자은행은 2017년에만 농업 부분의 약 6,000개 기업에 총 15억 유로(2조 원)를 투자했으며, 2018년에도 농업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약 2억 2700만 유로를 투자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업혁신 2025는 2025년까지 도시농업인 ‘목표 100 헥타르(Objectif 100 hectares)’ 등을 포함한 30개의 프로젝트로 결과를 낼 예정이다.

대한민국도 기후변화 대응 위한 움직임 나서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농업 기술 발전에 두 팔을 걷어올린 상황이다. 50여 년 만에 1ha당 임목축적을 약 28배나 늘린 치산녹화 기술을 토대로 기후변화, 사막화 방지 등에 공동 대응하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나 평화산림이니셔티브(Peace Forest Initiative)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고, 농업 부문에서도 개발도상국과 협력해 농업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아시아 13개국이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등 농업 공동 현안을 위해 협력하는 ‘한·아시아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 등 다각적 측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2021년 제 7회 농식품 창업콘테스트가 8월 6일 시작해 오는 9월 3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출처=농업기술실용화재단

경쟁력 있는 농업 기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지난 8월 6일부터 오는 9월 3일까지 농식품 분야를 선도할 기술 기반 창업자를 발굴하는 ‘2021년 제 7회 농식품 창업콘테스트’에 대한 접수를 받고 있다. 농식품 창업 콘테스트는 2015년 ‘농수산식품창업콘테스트’로 시작해 총 990팀이 참가하는 등 주목을 받았고, 매년 400~600여 팀이 참가해 농식품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두고 겨룬다.

식품 뿐만 아니라 푸드테크, 바이오, 화장품 또는 동물사료, 대체육 등도 가능하며, IT 기술이나 인공지능, 플랫폼 관련 사업도 지원 대상이다. 출처=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식품 분야 예비 창업자 및 7년 이내 창업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콘테스트는 예선-본선-결선으로 진행되며, 화훼, 축산, 농기자재를 포함한 농산업과 식품 분야의 전후방 산업, 마이크로바이옴, 동물의약품, 대체·미래식품, 생명소재, 종자 등을 아우르는 그린바이오, 스마트팜, 정보통신 및 디지털 융합 기술의 제품, 서비스 아이디어 등 농식품과 관련된 다양한 기업이 공모할 수 있다.

제7회 농식품 창업콘테스트 참가 조건. 출처=농업기술실용화재단

아울러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비자 시각에서 평가하는 국민평가단 및 전문가가 결선 평가에 나서며, 기술 컨설팅과 판로 확보, 향후 투자자 연계 및 관련 기업 네트워킹 커뮤니티 지원 등 다양한 후속 지원에도 나선다. 총상금 1.2억 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콘테스트는 국내 농업 기업의 가능성과 시장성을 끌어올리고, 더 나아가 농업 관행 개선을 통한 기후 변화 대응과 와 식량 안보까지 이어지는 농업의 미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된다.

농업기술 지원, 2050 탄소중립 위해서도 중요

지난 2020년 11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출처=대한민국청와대

IPCC는 식량 생산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수확량 격차를 줄이는 것이 농업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식량 안보와 수자원 확보, 그리고 미래의 지구온난화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식량 손실과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인류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개발 모두에 이득을 가져다 줄 것도 강조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은 농업에 대한 단순 투자를 넘어서 농업 효율화와 농업 기술,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플랫폼과 시스템에도 초점을 맞출 시기다.

아울러 농업 분야 탄소배출권 거래나, 저탄소 농업, 새로운 제품 창출 등에 대한 주도권 경쟁도 놓쳐선 안될 시장이다. 우리나라 역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우리 시대의 농업 기술 지원, 그리고 농·식품 분야의 창업이 다음 세대에 의미 있는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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