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호러로 서사화한 한과 저주, 그리고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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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공포와 연결된다.
혐오의 본질을 끈기 있게 탐구해온 소설가 강화길이 국내에선 익숙지 않은 고딕 호러 장르를 꾸준히 시도하는 것도 혐오가 주는 폐해를 공포라는 감정을 통해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강화길의 두 번째 장편소설 '대불호텔의 유령'(문학동네 펴냄)은 그가 추구하는 고딕 호러 소설이 더욱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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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혐오는 공포와 연결된다. 혐오의 본질을 끈기 있게 탐구해온 소설가 강화길이 국내에선 익숙지 않은 고딕 호러 장르를 꾸준히 시도하는 것도 혐오가 주는 폐해를 공포라는 감정을 통해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강화길의 두 번째 장편소설 '대불호텔의 유령'(문학동네 펴냄)은 그가 추구하는 고딕 호러 소설이 더욱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대작이다.
이 작품은 또 현대 고딕 호러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셜리 잭슨의 대표작 '힐 하우스의 유령'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설명했다. 강화길은 이 작품에서 귀신 들린 집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고 '대불호텔'에 장기 투숙한 미국인 소설가의 이름을 셜리 잭슨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소설은 악령에 씐 주인공이자 화자 '나'가 소설 속에서 쓴 소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나는 국내 첫 서양식 호텔이었던 인천 대불호텔 터를 찾은 자리에서 여성의 환영을 보고 난 뒤에 대불호텔에 출몰하는 유령에 관한 소설을 쓰기로 한다.
소설 속 소설은 6·25 전쟁의 비극적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전후 1950년대에 귀신 들린 장소인 인천 대불호텔을 찾아온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모두 이 호텔에서 공포 가득한 심령 체험을 한다.
유령의 소행으로 보이는 환각과 공포 체험은 당시 좌우익 간 살의 넘치는 증오, 화교에 대한 혐오, 호텔을 운영하는 젊은 여성에 대한 질시와 미움 등과 관련이 있다. 한국인 특유의 정서라는 '한'에 얽힌 대불호텔의 저주는 풀릴 수 있을까. 하지만 숨겨진 사연이 밝혀질수록 이러한 혐오의 이면에 숨겨진 새로운 비밀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을 작가가 조금씩 세계를 알아나가며 문학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그는 "강화길 자신이 감당해야 했던 세상의 악의와 내면화된 억압을 떨쳐내고 용기 있는 자기 긍정으로 도달하는 과정과 포개져 있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강화길은 198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화이트 호스', '괜찮은 사람', 장편 '다른 사람'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대상, 한겨레문학상, 구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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