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도 '개혁'..이재명, 1000만원 저금리 '마통' 던졌다
"개혁을 하면서 반발이 많았는데 견뎌낼 때마다 약간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괴롭긴한데 즐거움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맡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기본금융' 정책을 공개했다. 이 지사의 간판 정책인 '기본시리즈'의 서민금융 지원 버전이다.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불법 대부'를 무효화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서 이해관계 집단과 기득권의 저항을 이겨내는 것이 "저의 일"이라며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정식품' 발언 논란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다.
'이재명표 기본금융' 정책은 기본대출권 보장을 골자로 한다.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을 10~20년 장기간 우대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3% 전후(현재 기준)로 대출 받는 방식이다. 금리는 기준금리 변동 등에 따라 조정되고 '마이너스 대출' 형태로 수시로 입출금할 수도 있다.
이 지사는 기본대출 제도를 20~30대 청년부터 시작해 전국민으로 확대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 시스템에 가장 취약한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효용성을 입증한 후 점차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 지사는 "청년이 높은 금융 문턱으로 고리 대부업체와 불법 사채시장에 내몰려 끝내 신용불량자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 예방한다"며 "청년의 자기계발 기회를 확보하고 불법사채 등 각종 고금리 대출의 전환을 쉽게 하고 이자 부담을 완화해준다"고 말했다.
기본저축 제도도 도입한다. 500만~1000만원 한도의 저축 제도로 일반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설정해 재산 형성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기본저축은 기본대출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불법 대부' 무효화 정책도 추진한다. 현행 이자제한법(최고이자율 20%)을 어긴 불법 대부계약은 전부 무효화한다는 계획이다. 불법 대부업자는 이자를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미 받은 이자도 반환해야 한다. 이자율이 허용 이자율의 3배 이상일 경우 원금 계약까지 무효화된다.
이 지사는 "기준금리는 0.5%에 불과하고 성장률은 1%대인 시대에 가난을 이유로 서민에게 20%의 이자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하후상박 억강부약'의 공동체 원리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처벌도 강화한다. 이 지사는 "금융 약자의 고혈을 짜내는 악성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 불법 사채나 불법 대부는 발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최고이자율 인하도 예고했다. 경제 상황을 고려하고 이해 관계자들과 협의하면서 법정 최고이자율을 경제성장률의 5배 이내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 우려를 불식하는 데 집중했다. 이 지사는 '기본대출'의 대출 한도 1000만원을 두고 "도덕적 해이가 불가능한 금액"이라고 봤다.
대부업체들이 담보 없이 고금리로 빌려주는 금액이 평균 900만원 수준인데 채무자의 약 95% 고리 이자를 감당하면서 원리금을 갚는다는 설명이다. 기본대출은 1000만원 한도의 3% 내외(현재 기준) 저금리 대출이라는 점에서 이자와 원리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취지다.
이 지사는 또 "우리나라는 돈을 갚지 않으면 제재가 따른다. 대개는 신용불량"이라며 "신용불량이 되면 정상 취업이 안되고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능력이 되는 사람은 안 갚으면 받게 될 불이익과 갚아서 받을 이익을 비교한다. 이것이 경제적 합리성"이라며 "능력이 되는데 1000만원을 안 갚고 신용불량을 감수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금융 분야 양극화와 불평등 현상에 주목한 결과다. 이 지사는 "고액자산가와 고소득자는 거의 무제한의 금액을 장기·저리로 빌릴 수 있지만 다수 서민은 불공정한 금융시스템 때문에 제도금융에서 배제된다"며 "수백만의 금융 약자는 높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살인적 고금리의 대부업체와 불법 사채시장에 내몰린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기본금융 정책을 발표하면서 '개혁' 의지를 앞세운 이유다. 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서민금융의 문제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해결하고 기득권의 저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메시지다.
이 지사는 "엄청나게 공격당할 것을 각오한다"며 "공격할 부분은 많다. 일단 사채하는 사람들이 저를 잡아먹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0만원 정도의 대출을 은행 금리에서 살짝 넘게 하면 금융계에서 고리 대출하는 사업영역이 확 축소돼서 얼마나 싫어하겠나"라며 "재정 관료들도 금융 사업자들과 관계 높을 수밖에 없는데 금융 소비자보다 공급자 중심으로 판단하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엄청난 공격이 쏟아질 것을 각오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대표성 뿐 아니라 권한을 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지사는 "저항과 반발이 있어도 옳은 일이고 나라의 국민 모두에게, 다수 국민에게 필요하면 하라고 권한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극복 과정은 설득하면서 이게 공익에 부합하다, 타당하다, 정의롭다, 하겠지만 안 들으면 억지로 시키고 그래도 안 되면 배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성과를 내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직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개 저격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한편 기득권에 맞서는 '민생개혁'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이 지사는 "누가 말하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은 불량식품이라도 사서 먹을 수 있게 배려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음식 정도는 누구나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의 말씀을 듣고 절망했다"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나, 대한민국은 야경국가가 아니라 복지국가"라고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부정식품이라고 그런다면, (미국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그거보다 아래도, 완전히 사람이 먹으면 병 걸려 죽는거면 몰라도,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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