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줘도 스트리밍 NO"..류승완 감독 '모가디슈'로 보여준 뚝심(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모가디슈’를 성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개봉 3주차에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어 나갈 테니까 응원을 부탁드린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으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넘어 삶을 대하는 류승완 감독의 태도가 읽힌다.
그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를 시작으로 11번째 연출작 ‘모가디슈’(2021)를 내놓은 21년 동안 한치의 물러남 없이 집요하게 작품을 만들어왔다. 새 영화 ‘모가디슈’에도 그가 쌓아온 시간 만큼의 단단한 내공이 담겼다. 넘치거나 부족함 없이, 주어진 범위 내에서 자신의 길을 가는 그의 뚝심이 더없이 반갑다.
류승완 감독은 1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칭찬을 받으면 좋다.(웃음)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고 하셨을 때가 가장 좋았다. (모로코까지) 멀리 가서 찍었는데 로케이션의 풍광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셨을 때도 좋았다”라며 이같이 인상깊었던 호평을 떠올렸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류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배급 롯데, 제작 덱스터스튜디오 외유내강)는 어제(8월9일)까지 178만 7740명(영진위 제공)의 관객을 동원했다. 13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다.
류승완 감독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됐고 도쿄올림픽까지 있었는데 이 와중에 많은 분들이 저희 영화를 봐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저희는 기적 같다는 생각이다. 개봉 이후 응원해 주시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웃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감사하고 하루하루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군함도’(2017) 이후 4년 만의 연출작 복귀에 대해서는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갔다”며 “저는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떨리고 설렌다”는 감회를 전했다.
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모가디슈’는 당초 영화 ‘신과 함께’(2017~2018) 시리즈를 선보였던 제작사 덱스터스튜디오의 김용화 감독이 초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류 감독이 맡으면서 서사 및 캐릭터 등 처음 쓴 원고에서 달라졌다.
“덱스터에서 제게 연출 제안을 하셨다. 제가 처음에 받았던 각본은 방향이 달랐다. 제안을 주셨을 때 ‘제게 재량권을 주시면 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렇게 해도 좋다’고 하셔서 연출을 맡게 됐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모두에게 어려운 선택이었는데, ‘모가디슈’라는 도시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던 사람들이 이야기가 중요했다”고 ‘탈출’(가제)에서 제목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모가디슈’는 2019년 10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크랭크인 해 코로나 펜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중순께 모든 촬영을 마쳤다.
류 감독은 “많은 분들이 저희 영화가 작년 여름에 개봉할 것으로 예상하셨던데 그때는 후반 작업 중이었다. (작업을 마치고) 작년 겨울에 개봉할까 싶었는데, 영화의 배경이 더울 때라 아프리카의 열기를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올 여름에 개봉을 하게 됐다”며 “팬데믹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 (개봉을 결정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생각이 있었다. 제작비도 굉장히 많이 들었고…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저희들끼리 ‘기록적인 스코어를 만들자’라는 생각은 덜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영화 제작사 및 메이저 감독들, 배우들의 OTT행(行) 또한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모가디슈’ 측도 고민이 있었을 터.
이에 류 감독은 “저희가 정한 원칙은 비싼 돈을 준다고 해도, 스트리밍(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으로 넘길 순 없었다는 거다. ‘모가디슈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마음이었다. 극장에서 체험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 그것(극장 개봉)을 고수했다”라고 극장 개봉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실리보다 명분을 택한 류 감독의 뚝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류 감독은 “여러 가지 제안이 많았지만 선택을 해야했다. 많은 관객수(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 했고, 이 영화를 즐기실 관객들이 있다면 극장에서 선보이고 싶었다”며 “저희 같은 영화의 개봉이 뒤로 밀리면 한국영화 전체가 힘들어진다. 저희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웃음) 어떻게 되든 한번 해보자 싶었다. 다행히 저희의 진심을 알아주신 거 같아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웃음)”라고 올 여름 극장 개봉을 강행한 과정을 털어놨다.
‘모가디슈’는 1991년 1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탈출을 그린 액션 드라마. 실화를 기반으로 한 ‘모가디슈’의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은 “저희가 자료조사를 엄청 많이 했다.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당시 상황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며 “가령 외교관, 종군기자, 북한 전문가들을 만나서 말씀을 들었다. 추천 받은 서적, 자료들을 구해서 읽기도 했다. 그래도 부족한 것들이 있어서 계속 소개를 받으며 관련자들을 만나봤다”라고 제작을 위해 노력한 과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보일지 고민했다. 가짜 같지 않게”라고 실화에 영화적 상상력을 붙여나간 시간을 되짚었다.
류 감독의 연출력과 함께 허준호, 김윤석, 김소진, 김재화, 조인성, 구교환, 박경혜 등의 배우들이 차진 앙상블을 이뤘다.
“놀라울 정도로 캐스팅이 잘됐다. 외국에서 4개월간 찍어야 하니까 서로를 믿고 의지하지 않으면 스스로 피곤한 존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거 같더라. 모두가 똘똘 뭉쳐서 한 편이 됐다. 배우들이 서로 잘 챙겨주셔서 제가 신경을 쓸 일이 없었다. 저는 지금도 자주 모로코 현장을 그리워한다. 힘든데 좋았다. 다시 가라고 하면 저는 언제든 갈 수 있을 정도로 이 경험을 다시 하고 싶다.”
그러면서 제작사 외유내강 식구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아시겠지만 강혜정 대표, 조성민 부사장, 김정민 대표(필름케이), 조감독, PD 등 저희 팀원들의 팀워크가 없었으면 못 했다. 모로코 최고의 크루들과 일했는데,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연출과 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밝혔다.
올 여름 외유내강은 ‘모가디슈’에 이어 이달 18일 새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 배급 NEW)을 선보인다. 외유내강과 ‘부당거래’(2010) ‘베테랑’(2015) ‘군함도’(2017) 등을 함께한 배우 황정민이 주연으로 나섰다. 이에 류 감독은 “‘인질’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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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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