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포커스]대한민국 스포츠 패러다임 변화 조짐보여..프로중심의 인기스포츠에서 비인기종목으로 다변화하고 확산돼 선진국형 초입단계 들어서
8일 막을 내린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 스포츠가 야구, 축구 등 프로스프츠가 중심이 된 인기종목에서 비인기종목으로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육상 수영 근대5종 등 기초종목이면서도 올림픽에서 언제나 변방에 머물러 있던 비인기종목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어 우리나라 스포츠가 선진국형 초입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 우리나라는 모두 27개 종목에 총 354명의 선수단(선수 232명, 임원 122명)을 파견해 금 6, 은 4, 동메달 10개를 각각 따내 메달 순위 16위를 기록했다.
당초 목표인 금메달 7개에 못 미쳐 아쉬움은 있지만 한계에 도전하며 투혼을 발휘해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종목들 상당수가 지금까지 비인기종목으로 설움 이상의 외면을 받는 기초종목이란 점에서 더욱 값어치가 있었다.
펜싱, 수영, 승마에 이어 육상과 사격을 겸한 레이저런으로 5개 종목을 골고루 잘해야 하는 근대5종은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탕 남작이 "근대5종 선수만이 진정한 만능 스포츠맨"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기본적인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언제나 유럽세에 밀려 변방에 머물렀다. 그렇기에 선수들도 없었고 알아주는 팬들도 거의 없었다.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 근대5종이라는 경기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는 전웅태(광주광역시청)의 동메달에 "절대로 4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동생의 뒤여서 마음이 편했다"는 4위에 머문 정진화(LH)의 눈물어린 포옹은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감동의 물결이 치게 만들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최귀승이 개인자격으로 첫 근대5종에 도전한 뒤 무려 57년만에 첫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룬 근대5종은 남자부 3, 4위에 이어 여자부 김세희(BNK저축은행)의 11위로 어느새 세계 근대5종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도 한국은 12개 종목에서 4위에 올랐다. 영국 BBC 방송은 4위를 가르켜 '황홀과 침통의 갈림길'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대한민국의 4위는 그 어느때보다 아름다웠고 감동을 주었다.
일본과의 예선전서 허벅지에 핏줄이 터지는 가운데도 투혼을 불사른 김연경에 오른손 2개 손가락이 골절돼 8개 손가락으로 볼 배급을 해야 했던 세터 염혜선(KGC인삼공사), 오른쪽 무릎 수술로 퉁퉁 부은 다리에 테이핑을 하고 뛴 김희진(IBK기업은행), 그야말로 '아름다운 원팀'이 이루어 낸 자랑스럽고 감동어린 한편의 서사시나 다름없었다.
"즐기지 못하면 후회만 남을 것 같아 열심히 했으니 즐겨보자고 했다. 그러니 행복감이 따라왔다"는 우상혁은 밝게 웃는 중에도 경기전 선수 소개할 때와 경기가 끝났을 때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해 자신이 군인 신분임을 밝히기도 했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 결선에 이어 100m 결선에 동시에 올랐다.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금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자유형 100m는 동양인으로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의 다니 아쓰시(일본) 이후 무려 65년만에 처음이었다.
황선우는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고 200m 7위, 100m 5위에 그쳤지만 실망하거나 주눅들지 않았다. 100m에서는 두번이나 한국신기록을 경신하며 아시아신기록까지 수립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뛴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황선우는 "전략은 따지지 않고 그냥 온힘을 다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역시 3m 스프링보드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친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도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다이빙에 한줄기 빛을 던졌다. 우하람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다이빙 10m 프랫폼에서 우리나라 다이빙 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올라 11위에 올랐고 이번에 처음으로 나선 3m 스프링보도에서 4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모두가 어려운 여건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견뎌가며 일궈낸 값진 성과들이다.
아직 앳띤 얼굴의 탁구 신유빈(대한항공),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서울신정고등학교)과 대한민국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에 오른 여자 양궁의 안산(광주여자대학교). 남자 양궁 2관왕 김재덕(경북일고등학교), 여자 체조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딴 여서정(수원시청)은 모두 이른바 'Z세대'들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경기력이 최고 수준에 올랐고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세댁교체가 완전하게 이루어졌다"며 "17~20세 선수가 11명, 21~23세 선수가 20명이 발굴됐다. 앞으로 이들이 대한민국 스포츠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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