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많은 돈 준다 해도 OTT 팔 영화 아냐"..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에 쏟은 진심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일확천금을 준다고 해도 OTT보다 극장 개봉을 택하고 싶다는 류승완 감독(48). 바닥부터 정상까지 공들여 쌓아 지금의 충무로 '흥행 킹' '장르 킹'이 된 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에 담은 진심은 진실했고 간절했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건 탈출을 그린 액션 영화 '모가디슈'(류승완 감독, 덱스터스튜디오·외유내강 제작).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이 10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모가디슈'에 쏟은 노력과 진심, 그리고 의미를 고백했다.
'모가디슈'는 한국이 아직 UN 회원국에 가입하지 못했던 시기인 1991년, 국제 사회에 인정받기 위한 UN 가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소말리아의 표를 받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펼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먼 타지 모가디슈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한국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내전까지 겪게 되면서 위기를 겪고 또 오직 생존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함께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모가디슈'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00) '주먹이 운다'(05) '짝패'(06) '부당거래'(10) '베를린'(12) '베테랑'(15) '군함도'(17) 등 매 작품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며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사로잡은 류승완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이자 11번째 연출작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틀에 갇히지 않는 신선한 발상과 사회를 관통하는 시선, 영화가 끝나도 뇌리에 잔상이 남는 장면을 연출해낸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를 통해 영화라는 매체가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쾌감을 선사한 작품으로 호평을 얻었다. 앞서 류승완 감독은 전작 '군함도' 개봉 당시 독과점, 역사 논란 등 예상치 못한 구설로 마음고생이 심했던바, 전작에서 보였던 오류와 실수를 통렬히 반성하고 '모가디슈'로 완벽히 재기했다.
호평에 힘입은 '모가디슈'는 올여름 첫 번째 국내 텐트폴 영화로 많은 기대 속 지난 28일 개봉했고 이런 기대를 입증하듯 올해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 13일 연속 흥행 1위, 올해 한국 영화 첫 100만 돌파 등 각종 기록을 세우며 쾌속 흥행 중이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모가디슈'는 9일 기준 누적 관객수 178만7740명을 기록, 개봉 3주 차를 맞은 이번 주말 2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고 있고 지난주 올림픽까지 있었는데 이 와중에 많은 분이 영화를 봐주고 좋아해 줘서 한편으로 기적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영화를 공개하고 나서도 많이 응원해주고 관객도 좋은 평을 해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은 하루하루 모든 것이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무엇보다 '모가디슈'를 향한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칭찬받으면 다 좋지 않나?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고 할 때 기분이 좋았다. 굳이 멀리 가서 촬영했는데 로케이션 풍광에 대해 좋은 말을 해줬을 때 감사했다. 우리가 공들인 부분을 봐줄 때 정말 좋았다"며 "열심히 만들어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정성을 다해 영화를 만들고 등 우리의 태도가 잘 담겨 전달된 것 같다. 이심전심인 것 같다"고 머쓱해 했다.
'군함도' 이후 4년 만에 '모가디슈'를 꺼내든 류승완 감독은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가는 것 같다. 4년 만에 공개한 신작인데 항상 신작을 공개할 때 떨리고 긴장된다. 많은 분이 '모가디슈'는 지난해 여름 개봉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사실 지난해 여름도 '모가디슈'는 후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겨울쯤 개봉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영화적 분위기가 겨울과 맞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여름 개봉을 결정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렇게 길어질 줄 아무도 몰랐다. 개봉까지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모가디슈'는 제작비(총제작비 약 300억원, 손익분기점 300만명)가 많이 들었다.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간 영화지만 기록적인 흥행 스코어를 만들려고 한 작품은 아니다. 그런 욕심은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비싼 돈을 준다고 해도 스트리밍으로 이 영화를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극장에서 체험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고수했다"며 "물론 여름 개봉까지 고민이 많았고 선택을 해야 했다. 흥행 스코어라는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기는 관객이 있다면 관객을 위해서 개봉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고 소신을 전했다.
또한 한국 영화계 위기를 언급하며 "지금 한국 영화계가 정말 힘들다. 영화가 개봉을 못 하게 되면서 후반 작업 하는 스튜디오의 하드디스크가 꽉 차 난리다. 업계 전반이 힘들다. 우리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잘못돼 봐야 어디까지 잘 못 되겠어'라는 생각으로 개봉하게 됐다. 다행히 우리의 진심이 통한 것 같아 대단히 감사하다"고 거듭 감사해했다.
'모가디슈'의 다양한 관전 포인트 속 특히 신파가 없는 담백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류승완 감독은 "너무 드라마틱한 소재일수록 만드는 사람들의 대상에 대한 거리감이 있다. 항상 이성적으로 상황과 인물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긴장을 늦추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영화를 만들 때 은근히 취재를 엄청 한다. 영화와 관련된 주변부 상황부터 관련인과 인터뷰 등을 하고 자료를 많이 찾는다. 부족한 게 있었겠지만 나름 최선을 다한 작품이었다"고 답했다.
특히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모가디슈'에 "실제 사건이 너무 영화 같다. 정부군과 반군 모두에 오해를 받아 사격을 받았고 대사관 앞 50m까지 공격의 마지노선이었다. 처음에 이 자료를 볼 때 이 정도로 심각했는데 한 사람만 죽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관객이 영화를 볼 때 '모가디슈'는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게 관건이었다"고 곱씹었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까지 초호화 캐스팅을 완성하고 이들과 첫 호흡에 대해서도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낸 류승완 감독. 그는 "캐스팅은 놀라울 정도로 순조롭게 됐다. 나 역시 신기한 일이다. 이 각본과 이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 모두 동의했다"며 "처음부터 배우들의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4개월간 외국에서 촬영해야 했는데 서로를 믿지 못하면 서로에게 피곤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정말 똘똘 뭉쳤다. 모두가 나의 편이 돼줬다. 그건 곧 영화 전체 현장의 편이 된 것이다. 다들 공동 책임이라는 책임감을 가졌다. 덕분에 내가 현장에서 신경 쓸 일이 별로 없었다. 배우들이 서로를 잘 챙기고 스태프도 잘 챙겨줬다. 지금도 자주 모로코의 현장을 그리워하고 있다. 물론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힘든데 좋았다. 다시 가라고 하면 언제든 이 경험을 다시 하고 싶다"고 추억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속 김윤석의 표정을 보는 순간 내가 생일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또 조인성의 연기도 쾌감이 있었다. 허준호 선배도 '한 대사 갈 곳이 없소'라는 대사에 영화 찍는 맛을 느끼게 했다. 우리 배우 모두가 집단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많은데 눈빛 하나, 행동 하나 모두 맞춰줄 때 쾌감이 있다. 영화감독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이런 배우들의 명연기를 가장 먼저 본다는 것이다"고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모가디슈'는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등이 출연했고 '군함도'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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