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드라마틱한 실제 사건..덧셈보다 뺄셈이 중요했죠"

한미희 2021. 8. 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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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흥행.."어려운 상황 극장 찾는 관객 용기에 감사"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말주변이 없어 저의 마음을 어떻게 진실하게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드리는 감사하다는 말씀이 정말 진심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류승완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모가디슈'를 내놓은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의 시작과 끝, 중간중간을 감사하다는 말로 채웠다.

차기작 '밀수'를 촬영 중이어서 짬을 내지 못했던 류 감독은 10일 가진 온라인 인터뷰에서 "기적 같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객분들과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지난달 시사회 이후 영화는 호평과 기대 속에 개봉을 기다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에서 유지되고, 우려 속에 열린 도쿄올림픽까지 선수들의 활약으로 예상 밖의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적잖이 속을 태운 듯했다.

하지만 '모가디슈'는 개봉 첫째 주 평일보다 둘째 주 월요일에, 토요일보다 일요일에 관객이 증가하는 이례적인 상황들을 연출하며 개봉 7일째에 100만 관객 돌파와 동시에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에 올랐고, 현재 누적 관객은 178만 관객을 넘어섰다.

류 감독은 "극장 상황도 어려운데 올림픽까지 겹쳐서 한국 영화가 아직 활력을 갖지 못했던 1990년대 초중반보다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며 "이렇게 응원해 주시고 봐주시는 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또 "영화를 개봉한 것도 용기지만 관객분들이 극장을 찾아주시는 것도 용기"라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하고 큰 힘이 된다"는 말을 반복해 강조했다.

영화 '모가디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한 공관원들이 함께 필사의 탈출을 했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

류 감독은 "당시 걸프전 등 중동에서 워낙 큰 사건들이 있어서 소말리아 내전은 잘 몰랐는데 너무나 강렬하고 극적인 상황이어서 이 사건을 알고 나서 뒤늦게 '꽂혔다'"며 "판권이 덱스터에 있다는 걸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했는데 마침 덱스터에서 연출 제안을 해줬다"고 영화의 시작을 전했다.

"사건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하다 보니 덧셈보다는 뺄셈이 더 중요했어요. 당시 소말리아 국영 티브이 관계자가 쓴 탈출 수기에는 반군이 시체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든가, 북한 대사관이 8번이나 습격당하는 과정을 목격한 장면들이 있었는데 이런 건 제가 상상하는 범주를 뛰어넘는 거였어요. 분명 보고 경험한 건데 너무 가짜 같아서 믿지 못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어떻게 하면 가짜 같지 않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주로 빼야 했죠. 더한 건 책과 모래주머니로 방탄 장치를 만든 것 정도입니다."

모로코 로케이션도, 카메라 렌즈와 조명도, 미술 소품도 모두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고, 그 시절 사람들이 실제 살고 경험하고 느꼈을 법한 공간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류 감독은 설명했다.

당시의 사진이나 동영상, 소말리아 내전을 다룬 영화로 모로코에서 촬영한 '블랙 호크 다운' 같은 영화를 참고하며 근사치로 가려고 노력했고, 소말리아 유학생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촬영장에 왔던 소말리아 대사관 직원이 최적의 로케이션이라고 얘기해주고, 내전 당시 소말리아에 있었던 외국인 스태프가 미술 세팅을 보고 정말 비슷하다고 했을 때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 인물이 묻히는 걸 가장 경계하기도 했다.

"배경에 공들이다 보면 인물이 사라지는 함정에 빠질 수 있어요. 베를린에서 찍건, 모로코에서 찍건, 춘천에서 찍건 결국 그곳이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류승완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류 감독은 '베를린'에 이어 '모가디슈'로 다시 한번 남북 관계를 다뤘다. 감독의 장기인 액션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지만, 신파를 뺀 인간애로 여운을 남긴다.

그는 "너무 극적인 상황일수록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내가 어떤 영화를 좋아했었나 돌이켜보며 내가 보고 싶었던 것에 집중하다 보니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남북 관계가 영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흥행 측면일 텐데, 그건 통제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그걸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죠. 관객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뿐만 아니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쟁의 위험을 벗어나고 싶고, 비행기가 아닌 육로로 유럽 여행을 가고 싶은 바람이 있으니까요."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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