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미군 떠난 아프간 6번째 주도 점령..수도 카불도 위협

2021. 8. 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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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요지 아이바크 장악.."수 주 내 카불 함락될 수도"
미, 직접 개입 선긋기..카타르선 미·중·러 등 회의 예정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군초소를 점령하고 있는 모습. [AP]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6번째 주도(州都)를 점령했다. 이에 따라 정부군이 장악한 수도 카불도 풍전등화 처지가 됐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오후 아프간 북부 사망간주 주도인 아이바크를 점령했다.

사망간주 부(副)주지사 세파툴라 사망가니는 AFP통신에 “아이바크는 완전히 탈레반 통제 하에 넘어갔다”면서 “주정부가 민간인을 보호하고자 군 병력을 철수시켜 탈레반이 아이바크에 무혈입성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측도 아이바크를 점령한 사실을 확인했다. 탈레반은 이날 트위터에 아이바크로 들어가는 관문과 주정부 청사에 대원들이 서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아이바크는 아프간 수도 카불과 북부지역을 잇는 고속도로가 지나는 요지다.

이곳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면서 북부 최대 도시 중 한 곳인 발크주 주도 마자르-이 샤리프도 큰 위협을 받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앞서 탈레반은 6일 남서부 님로즈주 주도 자란지를 점령했고 이어 7일 자우즈잔 주도 셰베르간을 장악했다. 8일엔 북부 쿤두즈주 주도 쿤두즈와 사르-에-풀주 주도 사르-에-풀,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을 수중에 넣었다.

이날 아이바크까지 점령하면서 탈레반은 전체 34개 주도 가운데 6곳을 자신들의 지배하에 뒀다. 6곳 가운데 5곳은 북부 지역의 주도다.

이처럼 북부 지역의 거점이 추풍낙엽처럼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아프간 정부에게는 상당히 뼈 아프다.

아프간 북부는 과거 탈레반 통치기(1996~2001년) 때 탈레반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지어로 ‘종교적인 학생’, ‘이슬람의 신학생’ 등을 뜻하는 탈레반은 1994년 남부 칸다하르에서 결성됐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걸쳐 사는 아프간 최대 종족 파슈툰족이 세력의 중심이다.

이에 파슈툰족의 라이벌이자 현지에서 2번째로 인구가 많은 타지크족 등은 과거 북부를 중심으로 동맹을 결성, 반탈레반 전선을 형성했다.

아프간의 정치 분석가인 라미시 살레미는 뉴욕타임스에 “북부 지역은 탈레반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탈레반은 이런 비(非)파슈툰 지역을 장악한다면 남부나 카불도 쉽게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프간에서 4번째로 큰 도시로 교통의 요지인 마자르-이 샤리프까지 무너질 경우 동부에 자리 잡은 카불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프간의 한 고위 관료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탈레반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공통의 전쟁 계획 아래에 단합하지 않는다면 카불은 수주 내로 함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은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직접적인 개입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치안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면서도 “전장에서 큰 변화를 만들 능력이 아프간군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미국이 가진 권한 내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지원을) 항상 실현할 수 없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커비 대변인은 아프간군이 탈레반에 맞서지 않으면 미군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신 미국은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미국 특사를 이번 주 카타르 도하로 보내 국제사회와 함께 탈레반의 공세를 중단시키기 위한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은 11일 도하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의 주도로 아프간 문제를 논의하는 플랫폼 ‘트로이카’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지난 주말 탈레반이 점령한 주도들에 수십 차례 공습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에서 20년간 전쟁을 벌여온 미군은 지난 5월 철수를 시작했고 이달 31일 임무를 종료할 예정이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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