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원의 촉]여야 1대1 구도지만, 국민의당 열린당 선택은 대선 변수
통합 기로에 선 국민의당·당원 의견수렴 중인 열린당은 달라
안철수 출마시 캐스팅 보터 가능, 선택에 따라 야권지형 출렁
민주당-열린당 시간상 통합보다는 비판적 지지 대안으로 거론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내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선은 지난 2017년 대선과 달리 여야 1대1 구도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대선에 무려 여야 6개 정당이 대선후보를 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간 진영대결로 승부가 날 것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대선 때마다 후보를 냈던 정의당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선후보를 선출해 보수와 진보 진영대결에 끼어들 공산이 크다. 다만 정의당 대선후보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당락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진보정당인 정의당만의 리그에서 뽑힌 후보가 국민적 지지를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출마해 6.17%를 득표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진보정당은 지난 1992년 14대 대선 때부터 꾸준히 출마했으나 득표율은 고작 1.0~3.89%에 불과했다.
정의당과 달리 실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정당이 있다.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다. 현재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를 진행중이고 민주당의 형제당인 열린민주당은 후보 출마 등 대선 방침을 정하기 위한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이들 정당이 대선 행보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대선 가운데 보수와 진보간 진영대결로 치러진 대선의 당락이 1.5~3.5%포인트 차이로 갈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이번주에 국민의힘과 통합 판가름… 안 대표, 정권교체 기여하는 선택할 듯
국민의힘과의 갈등으로 인해 통합이냐, 결렬이냐는 기로에 선 국민의당은 이번주 중으로 합당 여부 등 향후 행보에 대한 방침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그동안 통합 관련해서 많은 분의 다양한 견해를 들었다. 이번 주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며 “결심이 서는 대로 국민과 당원 동지들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제3지대 구축 가능성이 사라진 안 대표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국민의힘과 통합을 통한 국민의힘 대선경선에 참여하거나 독자적으로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출마하는 길이다. 어느 선택지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국민의힘과의 통합은 정권교체 명분은 살릴 수 있으나 안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합세한 국민의힘 대선경선에 참여해 후보로 선출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본경선 룰이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인데, 국민의당 당원은 겨우 몇 만명 수준이다. 국민의힘이 40만명 가량 되는 것을 감안하면 게임이 안된다.
독자 출마는 안 대표의 정치적 생존을 이어가게 할 수는 있으나 유의미한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국민의힘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통해 야권 승리에 일조하기 위해서는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안 대표의 지지율은 2~3% 정도다. 이런 지지율로는 대선에서 역할을 할 수 없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게 합당이라면 합당하고 국민의당 유지하면서 독자 출마하는 게 낫다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국민의당 지지율이 6~7% 나온다. 안 대표가 독기 품고 출마하면 10% 전후로 나올 것이다. 이번 대선은 안 대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띄운 민주당-열린당 통합론에 당은 신중, 경선 공정성·중도층 공략 부담
대중적 지지도를 가진 후보가 없는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구애를 받고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승리를 위해 범보수연합에 맞서 범진보진영이 뭉쳐야 한다”며 통합을 제안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두관 의원도 “적극 환영한다”며 힘을 실었다.
열린민주당은 긍정적이다. 최강욱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힘을 합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민주당 입장이 정리된 다음에야 우리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이뤄진 통합 논의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을 고려한 발언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추 전 장관의 제안에 대해, 당 차원의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한 송영길 대표의 의중이 녹아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중도층 공략이 중요한데,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특정후보 지지성향이 강한 열린민주당과 통합하면 대선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송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대선 후보를 선출 중이라 지금 단계에서 통합 논의를 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물론 통합에 적극적인 이 지사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10월초 선출된 후보가 통합작업에 나설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거론되는 되는 것이 정책연대에 따른 비판적 지지다.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해보면 열린민주당은 서울과 충청, 부산경남, 40~50대의 지지율이 평균보다 두 배 가량 더 높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보완해주기에 충분하다.
여권 한 의원은 “열린민주당 지지율이 7~8% 나오는데, 이는 정의당보다 2배 정도 높다. 당원은 얼마 안 되지만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며 “최강욱 대표가 출마에 관심이 없고 대선 전 통합이 어렵다면 당 차원의 비판적 지지를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선판이 한차례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선상원 (won6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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