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포함 특급투수 가득했던 약 1조원 시장, 승리자는 윌러

윤세호 2021. 8. 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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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선발투수 잭 윌러가 지난 4일 워싱턴과 원정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2019년 겨울 메이저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는 특급 선발투수들이 유난히 많았다. FA 투수들의 이름값이 높은 것은 물론 대부분이 최전성기를 보낼 시기였다. 시장은 예상보다 뜨거웠고 계약서에 찍힌 숫자 또한 대단했다. 역대 투수 계약 신기록이 세워졌으며 상위 선발투수 5명의 계약 총액은 8억5200만 달러(약 98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주인공은 게릿 콜이었다. 콜은 뉴욕 양키스와 투수 역대 최대 계약규모인 9년 3억2400만 달러에 사인했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과 7년 2억4500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잭 윌러는 필라델피아와 5년 1억1800만 달러, 매디슨 범가너는 애리조나와 5년 8500만 달러, 그리고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늘 그랬듯 계약규모가 고스란히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선발투수 5명 모두 4년 이상 계약을 했기 때문에 성패를 논하는 게 다소 이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중간 평가를 하면 격차가 상당히 크다. 스트라스버그와 범가너 계약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트라스버그가 특히 그렇다. 워싱턴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2019 월드시리즈 MVP로서 대형 계약에도 성공했는데 계약 후 부상으로 인해 고작 7경기 등판에 그쳤다. 지난해 2경기, 올해는 5경기 등판 후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마감한 상태다.
워싱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투구 중 이상을 느끼자 감독, 동료들, 트레이너가 함께 마운드에 올라 대화하고 있다. 애틀랜타 | AFP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범가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쌓았던 명성에 흠집이 났다. 지난해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48로 계약 첫 해부터 무너졌다. 올해는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하고 있다. 이닝이터의 모습은 이어가고 있으나 전성기 시절과는 차이가 크다.
콜과 류현진은 합격점이다. 일단 두 투수 모두 큰 부상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돈다. 콜은 지난해 12경기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2.84, 올해는 21경기 10승 6패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 올해 11승 5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 중이다.
양키스 선발투수 게릿 콜이 지난달 24일 보스턴과 원정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보스턴 | USA투데이 연합뉴스
최고 성공사례는 윌러다. 계약 당시 부상 전력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윌러 또한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2.92, 그리고 올해 10승 6패 평균자책점 2.42로 활약하고 있다. 이닝(156.0)과 탈삼진(181개), 완투(3회), 완봉(2회) 등에서 두루 리그 1위에 오르며 첫 번째 사이영상 수상도 응시한다.

지난 9일 친정팀 메츠와 홈경기에서는 9이닝 2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당시 필라델피아 구단은 경기에 앞서 작고한 전설, 로이 할러데이의 영구 결번 행사를 진행했는데 윌러는 할러데이처럼 완벽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윌러 스스로도 경기 후 “오늘은 할러데이를 위한 날이었다. 그래서 나 또한 할러데이처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7년 비행기 사고를 세상을 떠난 할러데이는 그의 뜻을 기린다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12년을 뛴 토론토가 아닌 4년을 뛴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윌러는 일찌감치 특급 유망주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꾸준하지는 못했다. 2013년 메츠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윌러는 FA 계약 시점에서 규정이닝을 소화한 시즌이 3차례 밖에 없었다. 2015년과 2016년 2년 동안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재활 후유증으로 인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재활 과정에서 심적인 아픔도 있었다. 뉴욕 포스트 마이크 푸마 기자에 따르면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2015년 가을. 재활 중이었던 윌러는 메츠 구단에 더그아웃 혹은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메츠 구단은 윌러의 요청을 거절했고 윌러에게 직접 티켓을 사서 야구장에 오라고 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윌러는 집에서 TV로 포스트시즌을 시청했다고 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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