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트럼프'의 코로나19 도박과 미국 정치 [김재중의 워싱턴 리포트]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1. 8. 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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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론 드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마이애미의 샤크 밸리 비지터센터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마이애미|AP연합뉴스

“당신은 그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치료실(ICU)에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은 개탄스럽다.”

론 드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주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를 향해 이같이 일갈했다. 어린이 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플로리다주 소재 한 아동병원 ICU에 입원해 있는데 이들이 마스크를 썼다면 입원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학생들의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금지 조치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틀어 반격한 것이다.

‘리틀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드샌티스의 정치적 도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명에 가까운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원에 힘입어 2018년 40세의 나이로 미국에서 인구가 세번째로 많은 플로리다에서 주지사에 당선됐다. 트럼프가 지난해 전문가와 언론의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 마스크’ 정책을 고수하고, 방역보다 경제를 우선했을 때 그는 앞장서서 옹호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면서 플로리다와 드샌티스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플로리다는 코로나19 하루 신규 감염자가 3만명에 육박하면서 최대치를 넘어섰다. 하지만 드샌티스는 연방 보건당국의 방역 지침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달 말 개학을 앞두고 각 교육청과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일선 교육감과 교육위원들이 자신의 행정명령을 어기면 급여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는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과 백신 여권 도입도 금지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를 겨냥해 “일부 주지사들은 옳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최소한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말고 길을 비켜라”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드샌티스가 코로나19 백신과 마스크의 방역 효과를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다만 국가가 이를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침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백신을 맞을지, 마스크를 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바이든과 그의 관료적 아첨꾼들이 플로리다인들의 권리와 자유에 개입하고 속박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드샌티스의 전략은 아직까지 정치적으로는 성공적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맞짱’을 뜨는 사이 그는 ‘포스트 트럼프 시대’를 이끌 공화당의 새로운 기수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반대 진영은 그가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내 자녀를 학교에서 코로나19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보수층은 그가 채택한 ‘자유 대 억압’ 프레임 전략에 동조한다. 트럼프식 정치의 대명사인 ‘갈라치기’다.

관건은 역시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에게 천당 혹은 지옥을 경험하게 했다. 트럼프는 도박에서 패해 떼어논 당상이라는 재선에 실패했다. 플로리다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사망자, 병원 입원자, 잔여 병상 등 모든 지표가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상황이다. 드샌티스가 주민들의 생명과 자유를 두고 새롭게 벌이는 도박의 결과는 2024년 미국 대선의 풍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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