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었다"·"미쳤다"..'슈퍼밴드2' 심사위원은 이들 극찬에 바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모든 무대가 역대급이다. JTBC <슈퍼밴드2>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이 무색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듀서로 앉아 있는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심사는커녕, 음악에 맞춰 머리를 흔들고 기막힌 연주와 곡 구성에 환호를 질러댄다. 무대가 끝나고 나면 잠시 침묵이 감돈다. 그만큼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뜻이다. 프로듀서들은 칭찬하기 바쁘다. 심사평이 끝나고 출연자들이 무대를 내려가고 나서도 그 칭찬은 계속 이어진다.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미쳤다!" 하지만 이 칭찬은 그냥 던지는 호들갑이 아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똑같이 그들이 느끼는 전율을 공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천재들의 음악 향연'이라는 표현에 걸맞은 실력자들이 <슈퍼밴드2>에는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슈퍼밴드> 시즌1이 그토록 호평 받았으면서도 유일하게 남은 한 가지 아쉬움은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가 제한이었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팬텀싱어>야 남성4중창단을 꾸린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물론 이 선택도 공감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지만), 밴드에서 여성 아티스트를 뺀다는 건 명분조차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시즌2로 돌아온 <슈퍼밴드>에서 여성 아티스트들은 유독 눈에 띄었다. 기타를 기관총 쏘듯 쏘아대며 폭발적인 일렉 기타 연주 실력을 선사하며 등장했던 정나영이나, 이미 유튜브를 통해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클래식 기타 여제 장하은, 아버지에게 드럼을 배웠다지만 오롯이 흥 넘치는 남미의 리듬을 선사하며 모두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은아경, 강약 조절을 기막히게 해내며 멋진 퍼포먼스로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드러머 유빈은 여성이라는 지칭이 필요 없는 아티스트 자체로서 반짝반짝 빛났다.
소름 돋는 가창력과 감성을 들려주는 여성 보컬들도 빼놓을 수 없다. <보이스 코리아>에서는 단지 '노래하는 악마' 이미지로만 소비되었지만 밴드를 만나면서 월드클래스급 보컬을 들려주는 김예지는 대표적이다.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독특한 보이스로 들려주는 저음의 매력부터 엄청난 고음을 너무나 쉽게 소화해내는 가창력은 모든 참가자들이나 프로듀서들로 하여금 극찬을 이끌어냈다.
소울풀한 중음의 매력을 R&B 감성으로 들려주는 문수진이나, 앙칼진 보이스로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연기까지 담아낸 노래를 들려주는 양서진, 강력한 록 보컬로서의 가능성을 점점 드러내며 자기 색깔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린지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여성 보컬의 맹활약은 밴드의 구성원으로 들어가면서 더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다. <슈퍼밴드2>가 훨씬 진화하고 다채롭게 여겨지는 건 이들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여가 중요했다.
린지와 정나영 그리고 은아경이 여성 3인조 밴드팀으로 나와 들려준 자작곡 'Don't look back'은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진일보한 <슈퍼밴드2>의 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무대였다. "더 바라고 또 바래도 잡히지 않을 순간에는/ 뒤돌아보지 마 Keep going/ 미련은 버릴래 'cause it's too late'/ 더 원하고 또 원하며 시간에 쫓겨 살기에는/ Don't look back 필요 없어 모두 다. 관심 없어 뭐래도 Don't look back-" 가사는 단순하면서도 이들의 당찬 음악적 지향을 호소력 있게 담아냈다.
이 여성 3인조 밴드팀의 이 무대가 특히 좋았던 건, 세 명이 각자 하던 음악이 마치 동료들을 만나 억눌려 왔던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드디어 밖으로 뿜어낸 시너지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은아경 특유의 신나면서도 파워풀한 드럼에 정나영의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해 폭발적인 일렉 기타로 들려주는 사운드가 얹어지고 그 위에서 린지는 마치 신들린 듯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하고픈 이야기들을 외쳤다. "찢었다"고 말하는 전현무의 표현이나, "미쳤다"는 유희열, "정공법"이라는 윤종신의 말에 "어떻게..."라며 할 말을 잊은 이상순의 표정까지, 이 무대가 만든 시너지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날 방송에서 또 하나의 미친 무대는 작은 악마에서 짙은 감성으로의 대변신을 보여준 김예지팀의 무대였다. 대니 구의 추천으로 선곡한 Will Jay의 'House I used to call home'은 노래 자체도 좋았지만 그 재해석된 곡은 더욱 좋았다. "원곡을 듣고 싶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대니 구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이 묻어난 곡은 장식적 요소들을 모두 뺀 악기와 목소리만으로 채워져 감동을 더했다. 김진산의 득도한 듯 편안한 어쿠스틱한 기타에 대니구의 감성적인 바이올린 그리고 밑그림을 그리듯 채워주는 오은철의 피아노 연주 위로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김예지의 보컬이 풀풀 날아다녔다.
대니 구의 따뜻한 목소리와 김예지의 맑으면서도 파워풀한 목소리가 기막힌 하모니를 이뤘고, 그 목소리들에 집중시키기 위해 선택된 극도로 절제된 오은철과 김진산의 피아노와 기타가 하모니를 만들면서 정적마저 음악처럼 들리는 기막힌 무대를 만들었다. 물론 후반부에 이르러 김예지의 폭발적인 고음 또한 빠지지 않았다. 밴드의 하모니와 시너지가 무엇인가를 너무나 잘 구현해낸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린지팀이 꾸린 여성 3인조 밴드팀이 보여준 게 여성 아티스트들의 연대와 외침이었다면, 김예지팀이 보여준 건 여성 아티스트가 더해지면서 완벽해진 하모니와 시너지였다.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슈퍼밴드2>의 진화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찌 보면 우리네 가요계에서 밴드 뮤지션들 모두가 주변으로 치부되며 소외되어 있었던 면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여성 아티스트들은 더더욱 밀려난 면이 있었던 것. <슈퍼밴드2>는 밴드 음악이라는 그 같은 음악적 지향을 통해 장르는 물론이고 성차까지 모두 뛰어넘어 그 연대의 하모니를 이루는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매 무대가 역대급이고 미친 무대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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