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대선 악용' 조짐 커지는 남북 이벤트

기자 2021. 8. 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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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선이 지난달 27일 전격적으로 복원됐다.

국내 정세가 급속히 대선 정국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전격적으로 복원된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7개월 남은 내년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동안 국내정치에서 정권을 달리하면서도 남북관계를 국내 선거에 이용하거나 업적 부풀리기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었지만, 대개 의도한 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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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명예교수

그동안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선이 지난달 27일 전격적으로 복원됐다. 국내 정세가 급속히 대선 정국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전격적으로 복원된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7개월 남은 내년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선, 남북 간 통신선 복원 과정이 불투명하고 정부 내에서도 부처 간 이견이 있다는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회 정보위에 보고된 국가정보원 측 설명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조치에 대한 의도 파악과 함께 그들이 제시했을 법한 전제 조건이나 요구 사항들이 공개돼야 한다. 통신선 복원 이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북한 대외 보도나 김여정의 담화 등을 고려할 때 통신선 복원 과정에 석연치 못한 측면이 다분히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조속히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선거 개입이 우려되는 통신선 복원 과정의 전말을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

북한의 의도 파악과 함께 우리 정부와 집권 여당의 성급한 대응 조치들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통일부는 그동안 보류했던 대북 물자 반출을 즉각 승인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여정의 ‘하명 조치’라는 당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북측 요구대로 남북관계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이로써 앞으로 평양선언 3주년과 유엔총회를 비롯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를 활용해 임기 말 정부의 업적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시나리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국내정치에서 정권을 달리하면서도 남북관계를 국내 선거에 이용하거나 업적 부풀리기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었지만, 대개 의도한 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은 좋은 반면교사다. 당시 지지도가 떨어지던 노무현 정부 임기 말에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과도한 남북관계 진전이 대선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략인지, 노 정부의 마지막 업적 쌓기용인지, 아니면 보수 정권 출범 전에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대못 박으려는 남북 공조인지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모하고 무리한 시도였다.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거나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역풍을 맞고 낭패를 보게 되는 주요인은, 유권자인 국민에게 학습효과가 나타났고 세대교체에 따른 사고방식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역시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관계의 극적인 개선을 통해 국내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 했으나 2030 청년층에선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도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정부·여당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긴 했지만, 이러한 이벤트성 남북관계는 결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신뢰도나 국민의 대북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을 이기는 정부나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 있는 정부는 없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틀 안에서 대북정책을 재단하거나 남북관계를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이 시대착오이자 비현실적인 몽상임을 차기 대선에서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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