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로나19 백신 내년 탄생할까..SK바이오, 최종 관문 임상 3상 돌입
정부, 임상 3상 승인 코로나19 백신 선구매 추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내년 상반기 백신 개발을 목표로 이달 임상 3상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제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후보물질(GBP510)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승인했다고 10일 발표했다. GBP510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해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이번에 식약처가 승인한 임상 3상은 국내 허가된 코로나19 백신과 예방효능을 비교하는 방식인 ‘비교 임상’으로 진행된다. 국내에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바이러스백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AZ)’를 대조군으로 정했다. 국내 18세 이상 3990명을 대상으로 임상하게 되며, 시험백신은 3000명, 대조백신은 990명에게 0.5㎖씩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중간 임상 결과도 내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높은 수준의 임상1·2상 중간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고려대구로병원 등에서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GBP510을 투여하는 임상1·2상 스테이지1을 진행한 결과 면역증강제를 함께 투여한 투약군 전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형성돼 중화항체 형성률 100%를 보였다. 또 중화항체 유도 수준도 코로나19 완치자 혈청 패널보다 5배에서 최대 8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국립바이오의약품표준화연구소(NIBSC)가 확립한 국제 표준물질과 평가법을 통해 측정한 수치로 완치자의 혈청은 중화항체 형성률이 가장 낮은 수준부터 가장 높은 수준까지를 모두 포함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GBP510 투약과 관련성이 있는 중대한 이상반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고령자가 포함된 스테이지2 참여자 247명에 대해서도 6월 말 2차 투약을 마치고 안전성을 추적 관찰 중으로 현재까지 특별한 안전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같은 긍정적인 중간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10일 국내 식약처로부터 최종 승인받았다. 국내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이 식약처로부터 승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백신 개발 도전은 초국가적 글로벌 협력이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가 최초로 지정한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GBP510은 전례 없는 글로벌 협력체 지원 아래 임상 3상에 진입한다. GBP510을 중심으로 국경을 초월한 재정적·기술적·제도적 협력이 이뤄질 예정이다.
GBP510의 개발 비용은 국제민간기구인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CEPI가 지원한다. GBP510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함께 해온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CEPI는 최대 총 2억1370만달러(약 245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왔고 이 중 약 1억7300만달러가 임상 3상 등 연구개발비로 활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3상과 인허가, 연간 수억 회분 생산 규모의 상업 공정 개발 및 관련 원자재 도입, 변이주에 대비한 추가 연구 등에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GBP510 백신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협력키로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독 투여 시 보다 백신의 잠재적인 면역반응을 향상시키도록 설계된 GSK의 팬데믹 면역증강제 기술을 결합, GBP510의 임상 3상을 진행하게 된다. GSK의 팬데믹 면역증강제 기술은 스파이크 단백질 항원을 광범위하게 자극함으로써 뚜렷하고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GBP510의 글로벌 임상 3상 진행에는 IVI(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국제백신연구소)도 참여한다. IVI는 유럽, 동남아 등에서 GBP510의 다국가 임상 3상을 수행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를 바탕으로 WHO PQ(Pre-qualification, 사전적격성평가) 인증과 각 국가별 긴급사용허가 획득 준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VI가 이미 세계 여러 국가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을 함께 하고 있는 만큼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임상 진행과 허가의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선 고려대구로병원 등 14개 임상기관이 GBP510 임상 3상을 수행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14개 임상기관은 비교임상 방식으로 GBP510의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게 되며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 보건당국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임상 3상이 보다 빠르게 수행되고 글로벌에서 그 결과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제도적 절차를 지원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IVI는 최근 다국가 임상 3상 공동분석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3개 기관은 임상 3상 시험 검체의 중화항체 분석을 공동으로 진행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GBP510은 CEPI가 지난해 차별화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지원하고자 가동한 ‘Wave2’(차세대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의 최초 대상으로 선정돼 상용화되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수억회 접종 물량이 저개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공급될 예정이다.
GBP510에 적용된 합성항원 백신 플랫폼은 2∼8도의 냉장 조건에서 보관이 가능해 기존 백신 물류망을 활용해 유통할 수 있고 장기보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저개발국에서도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GBP510이 성공적 임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헌신해주신 임상 참여자들과 의료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안전성과 효과성이 담보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백신이 상용화된다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백신 수급 상황 개선도 기대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자체 개발된 국산 백신인 만큼 자체적으로 생산 및 공급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보다 빠른 대처가 가능해 백신주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국산표 백신 지원에 정부도 나섰다. 정부는 2025년 글로벌 백신 5대 강국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2022년 상반기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2015년까지 글로벌 백신시장 세계 5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SK바이오사이언스에 약 절반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국산 백신의 신속한 개발을 위해 임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원부자재 국산화, 특허 분석 지원 등 다방면의 지원체계를 가동하겠다”면서 백신 자주권 확보를 다짐했다. 정부는 임상 2상 중간결과 도출 및 임상 3상 시험계획이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면역원성·안전성, 성공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선구매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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