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크리그림] 지금 서울에 찬밥 더운밥은 없다
[골닷컴] 스포츠 이벤트를 보러 간다고 치자.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까? 내가 응원하는 팀의 승리, 좋아하는 선수의 멋진 활약, 결과와 상관없이 감동을 주는 매너 플레이, 심장박동을 높이는 함성, 맛난 매점 먹거리, 그라운드를 향해 마음껏 소리를 질러대는 자유, 탁 트인 시선의 청량감 등이다. 그 맛에 우리는 바쁜 시간을 쪼개 스타디움으로 향한다.
8일 일요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솔직히, 아무것도 없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유지로 인해 서울과 광주의 K리그1 23라운드는 무관중으로 진행되었다. 텅 빈 관중석에는 홈팀이 준비한 홍보용 걸개가 팬들을 대신했다. 서울시에서 론칭한 ‘서울메이드’ 브랜드 캠페인도 손님을 잃었다. 코로나19 방역에, 무더위에, 도쿄올림픽에 관심을 빼앗긴 K리그 현장은 쓸쓸했다.
두 팀이 만든 90분의 알맹이는 더 착잡했다. 경기 전, 박진섭 서울 감독은 “공격 숫자를 늘리려고 백4로 바꿨다”, “공격적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서울은 경기 시작 8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유럽에서 복귀한 지동원의 복귀 첫 골이었다. 주장은 기성용, 왼쪽 날개에 국가대표 나상호, 알고 보면 아직도(?) 99년생인 조영욱에 K리그 정상급 중앙 미드필더 여름까지 가세한 선발 라인업이라면 남은 82분 동안 더 근사한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그런 일은 없었다. 선제 득점 직후 서울은 스스로 경기 템포를 떨어트렸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 골 뒤진 광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구경만 할 뿐이었다. 상대가 다가서지 않자 서울 선수들은 안심한 듯이 더 열심히 백패스와 횡패스 연습에 매진했다. 아마도 지난 일주일 동안 훈련에서 패스 연습량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서울은 볼을 돌리고, 광주는 그걸 관망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전반전이 끝난 시점에서 서울의 슈팅 시도는 3개, 광주는 0개였다.
후반전이 되고 경기 시간이 60분을 넘어서자 광주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동점골은커녕 제대로 된 슈팅 기회 한 번 얻기도 어려워 보였다. 축구를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 11명이 모여 슛도 때리지 못하는, 매우 암울한 상황이 이어졌다. 후반전 양 팀은 상대의 체력과 집중력 고갈 덕분에 간신히 슈팅을 몇 차례 기록했다. 졸리고 따분하기만 했던 경기는 서울의 1-0 승리로 끝났다. 기자석에서 90분을 버틴 것 자체가 감사패라도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관중이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경기 전, 두 팀은 K리그1 순위표에서 제일 아래 두 칸에 있었다. 이를 확장하자면 12개 팀 중에서 경기력이 가장 나쁜 두 팀이라고 해도 좋다. 서울은 일정 순연 탓에 경기 수가 적어 현재 순위에 억울함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8일 광주전 경기력은 지금의 자리가 매우 적당하다는 증거였다. 한 골 넣었다고 경기 시작 10분 만에 굳히기에 들어가는 선택은 그나마 있던 손님의 발길도 끊어버릴 만한 안티풋볼이었다.
여기서 역설이 고개를 든다. 지금 서울은 그렇게라도 이겨야 한다. 광주전을 마친 서울은 21경기에서 승점 24점을 딴 10위다. 상위 스플릿(포항 31점)보다 7점, AFC챔피언스리그(수원 34점)보다 10점 처진다. 부족한 두 경기에서 6점을 모두 따도 여전히 하위 스플릿 신세다. 이런 상황 인지가 팀을 지배하는 듯이, 광주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울 선수들은 작은 환호를 지르며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팬들의 기대에 역행하는 내용이라는 사실은 승점 3점 앞에서 가볍게 지워진다. 지금 서울의 처지는 그렇다.
경기 후, 박진섭 감독은 “선수들이 좀 더 쉬운 것, 체력적으로 편한 것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저조한 경기력을 자책했다. 본인도 답답한지 박진섭 감독은 “조금 더 폭발해야 할 게 있는데 그걸 펼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게 뭔지 계속 찾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유럽파 출신을 세 명이나 보유하고도 이런 내용밖에 만들지 못하는 팀은 경기 외적 문제가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 서울의 순위는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찬밥이라도 일단 입안으로 욱여넣어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글, 그림 = 홍재민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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