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주민이 만드는 공동체 라디오

2021. 8. 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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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080 라디오 세대다. 학창 시절 라디오는 내 친구였다. 중학교 시절,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를 즐겨 듣곤 했다. 조그만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주파수를 맞춰 들으며 공부하다가 부모님께 혼나는 일도 많았다. 그 시절, 라디오는 세상 밖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TV와 스마트폰 발달로 라디오가 밀려났지만, 다시 붐을 타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라디오 청취자도 늘었기 때문이다. 라디오 하면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공중파 라디오를 생각하기 쉽다. 요즘에는 마을 방송국도 많다. 이른바 공동체 라디오다. 소규모 지역(시·군·구)을 대상으로 하는 소출력(10W 이하) 방송이다.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역 주민에게 직접 생생하게 전하는 게 공동체 라디오의 특징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7년 만에 전국 20개 지역에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신규로 허가했다.(출처=방통위)


역사를 보니 2004년 성남FM 등 전국에서 8개 공동체 라디오가 시범사업으로 최초 도입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7월 21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20개 공동체 라디오 방송 신규 허가 대상 사업자 선정을 심의·의결하였다. 2004년 시범사업으로 최초 도입된 이후 17년 만에 20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새로 생기는 것이다.

그럼 공동체 라디오는 어떻게 방송할까? 내가 사는 성남시에 공동체 라디오 방송(성남FM)이 있다. 2005년 4월 처음 전파를 탄 후 지역 주민의 귀가 되어주고 있다. 성남FM의 경우 전문 아나운서나 진행자 출신도 있지만,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PD, DJ, 게스트로 방송에 참여할 수 있다. 방송 진행자는 1년 365일 상시 모집한다. 선발 후 방송활동가 아카데미를 수료해야 방송 자격이 주어진다.

성남FM은 2009년 정규 방송 면허를 취득한 공동체 라디오다.


성남FM은 분당선 지하철 서현역 인근 상가 건물에 있다. 2009년 정규 방송사 면허를 취득했다. 라디오 방송 장비가 잘 갖춰져 있고, 두 개의 스튜디오가 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스튜디오 외에 녹음이 가능한 부스와 각종 장비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지역민의 소리, 희망 속의 공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다. 공동체 라디오임을 표방하는 문구다.

라디오 주간 편성표를 보니 아침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루 20시간 방송한다. 성남 소식은 물론 영화, 음악, 여행, 청소년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방송이 진행된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눈길을 끈 것은 ‘나도 진행자다(일반인 진행)’이다. 전문 방송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방송 진행이 가능하다.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동체 라디오 DJ가 될 수 있다.


‘나도 꿈꾸던 라디오 DJ가 될 수 있다!’

유튜브 등 미디어 활용 능력이 높아지면서 직접 방송 제작에 참여하고자 하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가 유튜버라 할 정도로 말이다. 방송을 꿈꾸는 청소년, 중장년 등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동체 라디오 DJ가 될 수 있다. 

성남FM 개국 이후 지금까지 자원 활동으로 방송하는 김소영 씨를 만났다. 그녀는 매주 월요일 아침 7시에 ‘기분 좋은 하루’ 프로그램을 1시간 동안 진행한다.

“안녕하세요, ‘기분 좋은 하루’ 김소영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이웃 간의 단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실까요?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에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와 음악 함께하시죠~”

공동체 라디오는 마을의 주요 소식을 전하는 동네 방송이다.


그녀가 방송하는 것을 지켜봤다. 스튜디오 문이 닫히고 방송이 진행됐다. 스튜디오가 보이는 벽에는 ‘ON AIR’와 시간이 표시돼 있다. 김소영 씨는 준비된 대본을 보면서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한다. 방송 경력만 해도 24년차 전문 방송인이다.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공중파 라디오와는 다르다. 공중파 라디오 DJ라면 작가가 써 준 대본을 읽고 선곡한 음악을 틀어주면 된다. 공동체 라디오는 진행자가 대본을 직접 작성한다. 음악 선곡은 물론 엔지니어와 출연자 섭외까지 직접 한다.

방송을 끝낸 김소영 씨를 잠깐 만났다. 그녀의 어릴 적 꿈은 늘 아나운서였다. 아나운서 생활을 했었지만 여러 이유로 계속할 수 없었다. 그러다 성남FM을 만났다. 성남FM은 그녀에게 아나운서의 길을 계속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성남FM에서 자원 활동으로 라디오 진행을 하는 김소영 씨.


공동체 라디오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김소영 씨는 “영화 ‘라디오 스타’에 나왔던 장면이 공동체 라디오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우리 지역의 방송, 그러니까 공중파 방송보다 편안하고 가까운 지역 밀착형 방송인 거죠. 그래서 지역 주민과 항상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 방송이지만 팟방을 통해 해외에서도 청취 가능하다.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 주민이 청취 대상이지만 IT 기술의 발달로 전국에서 들을 수 있다. 해외에서도 청취가 가능하다. 성남FM의 경우 라디오 90.7Mhz(성남, 분당, 판교 지역)로 들을 수 있다. 타 지역이나 해외는 모바일 어플 ‘팟빵’을 통해 청취 가능하다.

지금까지 소개한 성남FM과 같은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전국에 20개 추가로 허가됐다. 새로 설립될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많은 청취자가 좀 더 가깝고 손쉽게 방송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 라디오는 각 지역에 특화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여 지역 소외 현상과 재난 극복에도 기여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민들을 위해 코로나 예방법과 거리두기 등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송으로 마을 미디어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공동체 라디오가 개인방역수칙 전파 등 코로나19 극복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방통위가 신규 공동체 라디오 방송 20개를 추가로 허가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최근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민들을 위해 공동체 라디오는 코로나 예방법과 거리두기 등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송으로 마을 미디어 역할을 톡톡히 한다.(출처=방통위 유튜브)


공동체 라디오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하고 송출한다. 물론 방송 심의 등의 기준도 엄격히 따르고 있다. 성남FM의 경우 방송 진행자는 모두 무료 자원봉사다. 아무리 방송이 좋다고 해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힘든 일이다. 이런 봉사자들이 만드는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 곳곳의 소식까지 접하지만, 지역 소식은 소외되고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은 여전히 어렵다. 공동체 라디오가 오래전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별이 빛나는 밤에’처럼, 마을의 추억과 정겨움을 멀리멀리 실어나르기를 바란다. 작지만 강한 공동체 라디오! 지역 주민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한다.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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