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정답은 높은 백신 접종률인가
(시사저널=사혜원 영국통신원)
지난 7월19일, 'Freedom Day'(자유의 날) 이후로 영국에서는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거의 모두 사라졌다. 런던 등 일부 대도시의 대중교통 회사들이나 일부 개인 카페 등에서 자율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실내외를 포함해 그 어떤 곳에서도 이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영국의 파격적인 방역 규제 해제 실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유의 날' 직전의 주말만 해도 여론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하루 확진자 수는 영국이 참여한 유로2020 축구대회 결승전 이후 급증하는 추세였고, 7월18일 일요일의 확진자 수는 4만7000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별 다른 반응 없이 계획대로 규제를 모두 해제했다. 이와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언론들은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무책임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굉장히, 굉장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방역 규제 해제 이후, 영국의 하루 확진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8월2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1000명으로, 7월 중순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숫자다. 이는 6월말 이후 최저 수치다. 7월말까지만 해도 "아직 방역 규제 해제 이후 2주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확진자 감소에 대해 확신하면 안 된다거나, "코로나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하지만 7월19일로부터 2주 넘게 지난 지금, 확진자 수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표2 참조). 코로나19 검사 역시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며, 코로나19 검사가 줄어든 것에 비해 확진자 수가 훨씬 많이 줄어들었다는 지표 역시 확인할 수 있다(표1 참조).
이처럼 '자유의 날' 전후로 우려되던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심지어 영국공중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의 전염병 연구자 메간 칼은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게 코로나19의 '종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정부 관계자는 "벌써 '미션 완료'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무척 높고,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고 했다.
불확실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확진자 감소 추세에 대해 영국 국회의 길리안 키건 의원은 "굉장히, 굉장히 긍정적이다"고 표현했다. 처음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던 시민들 반응도 시간이 갈수록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7월19일 이후 해외여행을 가는 영국인 숫자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회사원들도 제대로 여름휴가를 가고 있으며, 개인 차가 아직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약속을 잡거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기업들도 학교 방학이 있는 7~8월까지는 자율 재택근무를 하고, 9월부터는 정상출근을 가정하고 정상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많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이 모두 입을 모아 동의하는 것은 "높은 백신 접종률이 가장 중요하다"는 부분이다. 한 보건부 관계자는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다른 과학자들도 "우리는 이제 백신이 본래의 역할을 하게 내버려 두면 될 뿐이다"며, 이제는 정부 규제보다 백신 효과에 기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표했다.
8월3일 기준으로 영국 전 국민의 73% 이상인 3850만 명이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쳤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 수와 사망자 수 역시 확연히 낮아졌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겨울에 비해 입원율은 80%, 사망률은 90% 가까이 낮아졌다.
20대의 낮은 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고민
이에 따라 스코틀랜드 역시 방역 규제를 점차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잉글랜드에서는 NHS(영국 보건부) 코로나19 앱에서 '확진자 접촉' 알림을 보내는 기준을 훨씬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여태까지는 최근 5일 내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경우 모두 알림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최근 2일 내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경우에만 알림을 받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8월2일부터는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입국하는 사람들 중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경우 영국 입국 시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의 날'을 반대하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현재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되지 않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처럼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언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독감 등 전염병이 유행하는 환절기가 되면 코로나19와 각종 전염병이 합쳐져 제4차 대유행을 일으킬 수도 있음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의 한 유저(user)는 확진자 수가 감소한다는 기사에 "7월19일이 되자마자 해외로 휴가를 예약한 사람들도 있지만,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상대적으로 위험이 크다고 생각되는 실내 약속은 잡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댓글을 남겼고, 또 다른 유저는 "어차피 10월이 지나면 다시 락다운이 시작될 텐데…"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영국 정부는 8월3일, 9월부터 '부스터 샷'(추가 접종)과 함께 독감 예방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가 접종 대상자는 만 70세 이상 노인들을 포함해 백신 접종을 연초에 일찍 한 사람들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가운데, 20대가 접종률이 가장 낮은 편이다. 20대가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존슨 총리는 "사람들은 간절하게 여름휴가를 가고 싶어 한다. 휴가를 가고 싶다면 백신을 맞아라"라며 특히 젊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했다.
키건 의원도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계속해서 자유를 다시 되찾고 있다"며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2차 접종까지 빨리 완료하라"고 권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빨리 접종을 완료할수록, 우리는 지난 18개월간 잃어버렸던 우리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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