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눈물, 함성 ..한 바탕 정신없는 '꿈' 같았던 17일간의 女배구

권수연 2021. 8.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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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연합뉴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평소 스포츠에 관심없었던 사람들도 티비와 모니터 앞에서 열광하게 만든 마법같은 17일간의 대장정이 지난 8일, 도쿄에서 막을 내렸다.

지난 달 23일 개막해 8월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 올림픽' 에서 한국은 최종 성적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16위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무리지었다. 

이 중에 한국을 뜨겁게 열광하게 했던 종목 중 하나인 여자 배구는 들어있지 않다. 그러나 여자 배구팀은 단순히 메달 승부를 뛰어넘어 전국민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선사했다. 명장면을 선사한 종목이니만큼 사건도 사연도 많았다. 

이번 여자 배구 경기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선수들의 단합력과 강한 투지였다. 국내 여론의 집중을 받은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마지막 국가대표 출전을 선언하며 화려하게 뛰고, 품격있게 내려온 주장 김연경(중국 상하이)일 것이다. 그러나 그 뒤를 따르는 후배 선수들의 도약도 만만찮았다. 

사진=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 박정아(좌), 김희진(우), 연합뉴스

김희진(IBK기업은행) 은 손가락 부상에 연이은 무릎 부상과 수술까지 받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의 러브콜로 재활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었다. 비록 가지고 있는 기량을 전부 펼치진 못했지만 부상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몸을 던지는 모습이 화제가 되며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 네덜란드전에서 리시브를 잘 받아내지 못하고 무너지며 악성 댓글과 여론의 손가락질에 시달렸던 '리우 구박덩이' 박정아(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올림픽에서 '올웨이즈 박 (항상 잘하는 박정아)' 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도미니카전 총 득점 20점, 일본전 역전승에 이어 터키전에서는 주장인 김연경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거뒀다. 

이처럼 이를 악문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에서는 스포츠만화를 방불케 하는 명장면, 명승부들이 끊임없이 펼쳐졌는데 개 중 하나는 바로 8강에서 마주친 터키와의 승부였다. 양효진(현대건설)과 김희진, 박정아 등의 주축 선수들이 탄탄히 버텨주고, 정지윤(현대건설)의 강스파이크와 박은진(KCG인삼공사)의 서브 에이스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사진= 지난 4일, 터키와 맞붙은 8강전에서 박정아가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열한 풀세트 접전 끝에 한국팀은 김연경의 마무리 '한 방' 으로 세트포인트 3-2,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만에 4강에 진출하는데 성공을 거두며 한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이후 행보까지 완벽했는데, 당시 대규모 산불로 피해가 막심한 터키에 한국 팬들이 '김연경', '팀코리아' 등의 이름으로 묘목을 기부하며 '형제의 나라' 터키를 응원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6일, 브라질의 간판 공격수 탄다라 카이세타(33)가 준결승 경기를 바로 목전에 두고 도핑테스트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되며 경기에서 퇴출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국내 팬들과 브라질 팬들 사이에서 SNS 설전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탄다라 카이세타는 지난 7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을 통해 "그 약물은 우연히 내 몸에 들어갔다, 고의로 먹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경기 진행에는 차질이 없었으며 브라질전은 예정대로 당일 진행되었다. 전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막강한 전력을 펼친 브라질의 공격에 한국은 아쉬운 패배를 맛봐야 했다. 

이후, 올림픽 폐막식이 열리는 지난 8일에 치른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도 준결승전 버금가는 명승부로 뽑힌다. 올림픽 마지막 날에 열리는 마지막 경기였다. 비록 세트스코어 0-3으로 패배하고 최종 4위에 오르며 메달의 꿈은 이룰 수 없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뛰어난 단합력과 투지, 배려와 빛나는 스포츠맨십은 국내외 팬들에게 큰 격찬을 받았다. 

사진=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주장 김연경, 연합뉴스

또한 해당 경기는 주장 김연경이 마지막 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김연경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참았던 눈물을 보이며, 지켜보던 수많은 이들을 함께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들과 긴 여정을 함께 했던 '배구 히딩크' 스테파노 라바리니(42) 감독은 8강 터키전이 끝난 직후 "매일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 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들 역시도 올림픽 기간동안 여자 배구팀과 함께 길고 달콤한 꿈을 꾸었다. 그들의 힘찬 도약 한 번에 사람들은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의 박수를 날렸다. 그 뜨겁던 모든 나날이 지나고 아직도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팬들도 다수 보인다. 

사진= 일정을 마치고 지난 9일 오후 귀국한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연합뉴스

마지막 날까지 경기를 치른 한국 배구팀은 지난 9일, 늦은 오후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이 배구 대표팀을 마중나와 열렬히 손을 흔들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배구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의 품으로 돌아온 선수들은 다음 '드라마' 를 위해 다시 힘차게 공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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