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테사 (1) "건강한 아트테크 플랫폼의 시금석으로"
[IT동아 차주경 기자] 공간주의 미술을 창조한 루치오 폰타나, 그래피티 아트의 전설이라 불리는 뱅크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마르크 샤갈. 세계에 이름을 떨친 예술계 거장들의 작품이 내 것이 된다. 꿈이 아니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 예술 작품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리고 아트테크 스타트업 TESSA(테사)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김형준 대표가 이끄는 테사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아트테크 플랫폼이다. 세계에서 인정 받은 블루칩(우량) 예술 작품을 사서 소유권(지분)을 나눠 회원에게 판다. 테사 회원은 가격이 수억원~수십억원에 달하는, 이름난 미술계 거장의 예술 작품 지분을 산다. 비싼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몇천원~몇만원만 있어도 지분 일부를 산다.
테사 회원은 자기가 산 예술 작품의 가격이 오르면 지분을 팔아 수익을 거둔다. 다른 회원과 지분을 사고팔아도 된다.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 기술로 이뤄지기에 투명성과 신뢰도, 보안을 보증한다.
테사의 사업 영역은 단지 예술 작품을 들여와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예술을 알리는 일도 한다. 테사 오프라인 갤러리에 예술 작품을 전시해 회원 누구나 와서 자기가 지분을 산 작품을 보고 즐기게 한다. 큐레이터 상담도 제공한다. 온·오프라인에서 골고루 펼쳐지는 예술 체험 기회다.
누구나 쉽게 예술 작품을 사고 보고 즐기도록 돕는다. 나아가 예술 작품 투자가 고액 자산가나 기업, 수집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린다. 작가와 예술 작품을 알리는 미술관 역할도 겸한다.
테사에서 예술 작품의 지식, 나아가 경험 가치와 재무 가치를 함께 배운 투자자 ‘마이크로 콜렉터’가 늘어난다. 예술 투자 저변이 넓어지며 한국에 건강한 아트테크 문화가 자리 잡는다. 테사가 그린 청사진이다.
단기간에 회원과 예술 작품, 큰 케파 확보한 테사
사실, 한국내외에는 이미 테사와 비슷한 스타트업이 있다. 고가의 예술 작품을 크라우드펀딩, 아트 펀드 등의 수단으로 여러명이 함께 사서 소유권을 나눠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테사가 거둔 성과는 화려하다. 회원 수, 판매한 작품의 인지도와 금액 면에서 경쟁사를 앞선다.
테사의 회원은 현재 2만300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35%가 한번이라도 투자를 한 유료 회원이다. 회원 상당수가 100만원대 자금을 투자했고 1000만원 이상 고액 투자자도 많다. 예술 작품의 지분을 사고 파는 마켓플레이스도 궤도에 올랐다. 한달에 1000여건, 1억원 상당의 예술 작품 지분이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된다.
테사가 마련한 4억원 상당의 예술 작품의 지분을 파는데 단시간에 3000명이 넘는 회원이 참여했다. 최근 테사가 구입한 뱅크시의 작품 두점, 7억5000만원 상당의 지분은 25분만에 모두 팔렸다. 2000명 이상의 회원이 테사를 찾은 덕분이다.
“테사의 장점은 사용자가 많고 작품 판매량과 금액이 크다는 점이예요. 규모가 다릅니다.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케파, 사업을 다루는 능력이 커야 합니다. 테사는 한시간에 8억원 상당의 자금을 소화할 만큼 케파가 커요. 자금 모집 없이 테사가 예술 작품을 직접 산 다음 지분을 나누니 믿고 거래할 수 있어요.”
테사의 또하나의 장점은 세밀한 작품 검증이다. 이름난 작가의 예술 작품이라도 무조건 가져오지 않는다. 그 작가의 작품 경매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경매 인기 순위는 어느 정도인지 철저히 파악한다. 가격의 객관성을 보증할 경매 기록도 꼼꼼하게 살핀다. 최근 3년간 작품의 가치 변화, 유동성 여부와 낙찰률도 계산한다. 이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작품의 가격을 가늠할 지표를 제공한다.
“테사는 예술 작품을 자산으로 보려 노력합니다. 각종 객관적 지표를 공개해요. 그래야 예술 작품의 가치를 정확히 읽고 검증하고, 회원에게 제시해 믿음을 얻게 됩니다. 실제로 예술 작품 경매 시장을 보면 최고 인기 작가의 작품임에도 가격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아요. 특정 지표가 좋지 않아서입니다. 테사는 여러 부문을 깐깐히 살펴 지표가 좋은 작품만 제시합니다.”
테사의 장점 플랫폼, 전문 지식 갖추고 예술 작품 철저히 분석해 수익을 추구
김형준 대표는 테사의 성장 비결로 ‘플랫폼’을 구축한 점을 들었다. 테사는 웹 서비스는 최소화하고 접근성이 좋은 모바일 앱 서비스에 주력한다. 대규모 개발팀도 갖췄다. 소비자 요구사항을 꾸준히 찾고 이를 주 1회 이상 업데이트해 반영한다. 테사에서 예술 지식을, 예술 작품을, 수익을 얻은 회원은 이탈하지 않고 꾸준한 팬이 된다.
플랫폼에 모인 회원, 회원이 꾸준히 참여해 만든 케파.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 사업 규모는 자연스레 커졌다. 테사는 이제 한달에 10억원어치 이상의 예술 작품을 판매할 정도로 성장했다. 샤갈을 포함한 거장의 예술 작품을 섭외한 8월에는 월 거래 금액을 30억원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구매력이 생기니 예술 작품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더 쉽게 사게 됐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셈이다.
테사는 예술 작품을 철저히 검증해 산다. 그래야 회원에게 검증된 투자 자산을 제공한다. 테사가 지금까지 다룬 예술 작품의 평균 수익률은 20%쯤이다.
"당연하죠. 저희는 애초에 검토를 거쳐 20% 내외 수익을 낼 만한 예술 작품만 들여오니까요. 예술 작품은 특성상, 세계 금융위기처럼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아요. 테사는 회원들에게 이런 예시와 함께 저희의 철저한 작품 분석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작품의 의의와 성격, 경매 기록과 이전 수익률 등이에요. 이 덕분에 20대~30대 회원은 예술 작품을 검증된,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투자합니다.
나아가 테사는 회원에게 경험의 가치까지 드려요. 본사 오프라인 갤러리 #Untitled에서요. 테사 회원들은 예술 작품 소유와 투자, 작품 관람과 예술사 공부까지 아우르는 예술 문화를 즐기게 돼요."
순간 의문이 들었다. 수십억원 상당의 예술 작품을 늘 갤러리에 보관한다는 것인데, 도난 우려는 없을까? 김형준 대표는 웃으며 테사가 보안에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를 밝혔다.
"테사는 보안을 진지하게 생각해요. 당장 갤러리 안팎에 배치한 폐쇄회로 TV만 20개가 넘습니다. 갤러리 유리는 방탄 필름을 내장한 유리예요. 깨져도 파편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물론 보험은 기본이고요. 세계적인 예술 작품이자 회원의 소중한 자산인데 이정도 보안은 기본이에요."
회원과 편의 증대, B2B 연결과 안정된 작품 수급할 파트너 필요하다
단기간에 독보적인 아트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한 테사지만, 김형준 대표는 여전히 근심한다. 빠르게 변하는 한국내외 예술 시장 흐름에 대응하면서, 어떻게 테사 회원들에게 더 큰 수익과 혜택을 가져다줄지가 그의 관심사다.
그는 먼저 더 많은 회원을 모으고 싶어한다. 서비스 초기 5000명쯤이었던 테사 회원은 이제 2만3000명을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35%인 8000명이 테사의 작품 지분을 실제로 산 유료 회원이다. 35%, 나쁘지 않은 비율이라 생각할 법도 하지만, 김형준 대표는 적다고 말한다.
“예술 시장은 정말 급변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원이 쉬이 늘지 않았는데, 유행을 타니 단시간에 많은 회원이 모였어요. 이 유행이 또 언제 사그라들지 모릅니다. 대비책은 있죠. 회원을 유지하면 됩니다. 이들에게 꾸준히 좋은 작품, 예술 시장에서의 의의와 수익성을 함께 가진 작품을 공급하면 됩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꾸준히 하던 고민 외에 새로운 고민까지 생겼어요.”
김형준 대표가 꾸준히 하던 고민은 예술 작품의 공모 시간이 짧아 작품 판매가 금방 마감되는 점, 그리고 투자 금액에 따라 지분이 편중되는 것이다. 테사 회원 대부분이 직장인이다보니, 업무 시간에 이뤄지는 테사의 예술 작품 공모 시간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갖고 싶은 작품의 지분을 사지 못하는 회원이 많다. 한 회원이 지분을 큰 비중으로 사들여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난다.
“테사 회원이 꾸준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예술 작품의 지분을 공평하게 사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죠. 지분을 사고파는 마켓플레이스를 마련했지만, 보완해야 합니다. 자금모집행위로 보이지 않으면서 테사 회원에게 예술 작품 구매의 자유를 줄 방법 어디 없을까요?”
김형준 대표의 새로운 고민은 더 다양한 수익원을 찾는 것이다. 그래야 회원에게 줄 혜택이 늘어난다. 그래서 그는 B2B, 예술 작품을 전시할 지자체나 법인 파트너를 찾는다. 테사는 예술 작품을 실제로 산 다음에야 지분을 분할 판매한다. 즉, 예술 작품을 늘 가지고 있다. 유명 작가의 예술 작품은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모객 효과를 낸다. 그래서 알맞은 전시 공간만 있다면, 전시 수요만 있다면 테사와 회원은 전시 수익을 얻고 B2B 파트너는 모객 효과를 얻는다.
“테사는 최고 수준의 예술 작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이나 교과서에서 보던, 혹은 이름만 들어본 예술가의 작품을 두 눈으로 볼 기회란 흔치 않아요. 지자체나 법인이 이런 전시회를 열려면 많은 예산이 듭니다. 안전 문제도 있지요. 부담 없이 테사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최고의 작품을 전시장으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테사에게 필요한 B2B 파트너는 지자체, 법인뿐만이 아니다. 다른 플랫폼과의 연합, 미술품을 조달해줄 파트너도 원한다.
테사의 장점은 ‘소액’으로 ‘고가의 예술 작품 지분을 산다’는 점이다. 카드나 통신사 포인트 등 미처 쓰지 못하고 버려지는 포인트로 테사의 예술 작품 지분을 산다면? 이 역시 일석이조다. 테사는 최근 롯데그룹과 손을 잡고 소비자가 롯데 통합 멤버십 엘포인트로 미술품을 소액 분할투자하도록 이끄는 이벤트를 열었다. 김형준 대표는 이런 제휴도 언제나 환영한다고 밝혔다.
“테사는 예술 작품을 한달에 두점에서 세점 삽니다. 사실, 검증된 작품을 매주 사는것이 가장 좋죠. 예술 작품을 사기 전에는 정말 세심하게, 여러가지를 검토해야 해요. 크리에이터는 예술 작품 자체를 판단하고, 저와 검색팀은 그 가치를 판단하죠. 마케팅팀이 대중성까지 검토하고 나서야 비로소 예술 작품을 사 옵니다. 이 절차를 줄여서 예술성·대중성·수익성 모두 가진 검증된 작품을 주 1회 빈도로 사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거기에 마르크 샤갈 같은 이름난 작가와 연결해주고 이들의 예술 작품을 조달해줄 파트너가 있다면 더 좋을 거예요.”
김형준 대표 “옥석혼효 아트테크, 건강한 비즈니스모델로 인정 받겠다”
김형준 대표의 목표는 아트테크 시장에서 건강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다. 최근 아트테크가 각광 받자 다양한 기업이 저마다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김형준 대표는 이 분야가 현재 옥석혼효 양상이라고 말한다.
예술 시장은 냉정하다. 숱한 경험을 쌓아 안목을 기르고, 이를 통해 미술품의 가치와 가격을 통찰해야 비로소 두각을 나타낸다. 이런 기업은 옥이라 부를 만하다. 반면, 허황된 수익률을 근거와 기록도 없이 보증하거나, 세계적인 아트 기관도 구하기 힘든 유명 작가의 작품을 다룬다며 소비자를 유혹하는 기업도 있다. 단연 걸러야 할 돌이다.
김형준 대표와 테사는 이미 여러 차례, 세계적인 예술 거장의 작품을 구입해 회원에게 지분을 판매했다. 옥석혼효 양상인 아트테크 업계에서 스스로가 옥이라고 증명했다. 하지만, 그냥 옥이 아니라 이전에는 없던, 새 기준이 될 옥이 되고 싶다는 것이 김형준 대표의 바람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스케일업이다. 지금까지 기본기를 다지고 경험을 쌓아 성과를 냈다. 이제는 테사의 몸집을 더 크게 불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한다. 회원들에게 다른 가치를, 더 많은 혜택을 줄 방법을 찾는다.
그 일환으로 2021년 테사는 예술 작품 외에 다른 아이템을 다루려 한다. 디지털 저작권, 보석, 클래식 자동차나 수집 아이템 등이 예시다. 이미 튼튼한 플랫폼과 전문 지식, 회원과 케파를 가진 테사이기에 가능하다. 자산이라면, 회원에게 수익을 가져다준다면 무엇이든 다룬다는 것이 김형준 대표의 생각이다.
“미술 관련 창업을 한 것만 테사가 세번째입니다. 예술 업계에 새로운 금융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테사로 첫단계를 이뤘으니, 이제 다음 단계를 그리고자 합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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