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트 대성당 불지른 이주민, 돌봐주던 신부도 살해..'이민 논쟁' 촉발

박용하 기자 2021. 8. 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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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0년 7월 프랑스 북서부 낭트 대성당에 불을 지른 미등록 이주민이 자신을 돌봐주던 가톨릭 신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미등록 이주민의 연이은 범죄로 프랑스 내에서는 이민 정책에 대한 논란이 다시 촉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르파리지앵 등 프랑스 현지 매체들은 9일(현지시간) 르완다 출신 이주민 에마누엘 아베센가(40)가 전날 경찰서로 찾아가 자신의 살인 혐의를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지내온 생로랑쉬르세브르 몽포르탱 수도원의 올리비에 메르 원장을 폭행해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살해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검찰은 “테러 동기는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1994년 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르완다 투치족 대학살에 가담한 후투족 출신으로 2012년 프랑스로 넘어왔다. 아버지가 고향에서 살해를 당하는 등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이유로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2019년에는 당국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았으나 그는 프랑스에 계속 머물렀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낭트 대성당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15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낭트 대성당은 화재로 오르간이 불타고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창문이 부서져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용의자는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다가 지난 5월 풀려났다. 그 뒤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달 퇴원해 수도원에서 지내왔다.

미등록 이주민이 연달아 범죄를 일으키자 프랑스 내에서는 이민 정책에 대한 논란이 다시 촉발될 조짐도 보인다.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트위터에 “프랑스에서는 불법 이민자가 낭트 대성당에 불을 지르고 추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직자를 살해해 재범까지 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반면 제랄드 다르마닌 내무부 장관은 용의자가 아직 사법 감독하에 있어 추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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