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은 '규칙 기반 질서' 예외?..디에고가르시아 영유권 무시

정의길 2021. 8. 1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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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섬에 대한 모리셔스의 영유권을 일축하면서 자국의 군사기지로 계속 사용하고 있어, 스스로 주장하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가 9일(현지시각) 비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모리셔스는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인용하며, 디에고가르시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나, 미국은 이를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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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전략적 요충지로 영국이 미국에 조차
영 식민지였던 모리셔스, 자국섬 영유권 주장
국제사법재판소·유엔도 모리셔스 주권 인정
모리셔스, 장기임대 약속했지만, 미국 '모르쇠'
디에고가르시아의 미국 군사기지. 미 해군 제공

미국과 영국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게 요구되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 준수에서 예외인가?

미국이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섬에 대한 모리셔스의 영유권을 일축하면서 자국의 군사기지로 계속 사용하고 있어, 스스로 주장하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9일(현지시각) 비판했다.

디에고가르시아섬이 속한 차고스 군도는 국제사회에서 모리셔스의 역사적, 법적인 영토라고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영유권을 고수하며, 그 섬을 미국에 군사기지로 조차해주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모리셔스는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인용하며, 디에고가르시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나, 미국은 이를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모리셔스는 미 국무부에 “미국이 전통적으로 진작해온 가치에 대해 최대의 존경을 보낸다”며 “애석하게도 영국은 차고스 군도 문제에 있어서 50년 이상 이런 모든 가치들의 구현을 무시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의 대변인은 <워싱턴 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 섬에 대한 영국의 주권을 명확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디에고가르시아에 있는 시설들에 대한 특별한 합의는 미국과 영국 사이의 독특하게 밀접하고 능동적인 방위안보 협력자 관계에 근거한다”고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디에고가르시아는 50년 전 영국이 미국에게 조차해준 이후, 미국의 군사기지로 쓰이고 있다. 이 섬은 아라비아해 입구에 위치한 인도양 요충지이다. 이 섬의 미군 기지에서 전투기들이 중동 국가나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출격하고, 아라비아해 진출입을 제어할 수 있다.

영국은 식민통치를 한 모리셔스를 1968년에 독립시킬 때 디에고가르시아가 속한 차고스 군도의 영유권은 유지했다. 영국은 모리셔스 독립에 앞서 1966년 디에고가르시아에 미군 군사시설을 건립하는 조약을 맺었다.

독립한 모리셔스는 차고스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다가, 2019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주권을 인정받았다. 같은 해 유엔 총회에서도 영국은 차고스 군도에서 6개월 이내로 철수하라는 결의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얻어냈다. 지난 1월에도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은 권고 의견으로 “구속력이 없고”, 유엔 결의안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이고, 국제해양법재판소 결정도 “부절적하게 결정”되고 “구속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 국무부는 또 해양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중국의 무시는 디에고가르시아 상황과 비교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관련된 판결은 구속력이 있고 적절하게 결정된 결정이다고 강조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중국과 필리핀이 주장하는 남중국해 섬의 영유권 분쟁 사안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부정하고,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디에고가르시아 문제에 대해 많은 글을 발표한 아메리칸대 데이비드 바인 인류학 교수는 미국과 영국이 모리셔스의 영유권을 무시하는 것은 안보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리셔스가 미국에게 디에고가르시아를 장기 조차해주겠다고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인 교수는 “요컨대, 그 대답은 힘이고, 21세기에 지속되는 식민주의 형태”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마지막 식민주의적 소유물의 하나에 집착하는 영국의 의도와 식민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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