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까톡] '걸스플래닛999', 엠넷 오디션 잔혹사 지우기엔
'걸스플래닛 999'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가로 군림했던 엠넷의 명예회복을 위해 야심찬 출발을 알렸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일련의 '조작 논란' 사태로 대중의 신뢰를 잃으며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던 엠넷이 다시금 꺼내든 '아이돌 오디션 예능'이 이들에게 치트키가 될지, 독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 봐야겠다.
지난 6일 엠넷에서는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999')이 첫 방송됐다.
'걸스플래닛999'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소녀들이 케이팝 걸그룹이라는 하나의 꿈을 향해 '걸스플래닛' 안에서 연결되고 화합하는 과정을 그려내는 프로젝트다. 총 세 차례에 걸친 예선을 통해 발탁된 한·중·일 참가자 각 33명씩 총 99명이 새로운 엠넷의 오디션에 함께하고, 이들 중 나라별 리미트 없이 톱9만이 글로벌 걸그룹 데뷔조로 합류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방식이다.
이는 '프로듀스' 시리즈에 이어 '아이돌학교'까지 잇따라 선보이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명가로 군림했던 엠넷이 무려 2년 만에 선보이는 새 아이돌 육성 에능이다. 그간 엠넷은 '프로듀스' 전 시즌과 '아이돌학교' 대국민 투표 결과 조작 사태에 휩싸이며 유례없는 홍역을 치렀다. 결국 이와 관련해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에게는 오랜 재판 끝 징역형이 확정됐고, 엠넷 측은 투표 조작 피해 연습생들에 대한 보상을 진행했다. 이 사이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예능 역시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2년의 시간 끝 절치부심을 끝낸 엠넷은 다시 한 번 아이돌 오디션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프로듀스' 조작 사태가 불러온 파장이 컸던 만큼 다시는 엠넷에서 아이돌 오디션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지만, 결국 엠넷은 '효자 콘텐츠'를 버리지 못했다.
대신 엠넷은 일련의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논란 없이 공정하고 투명한 '화합의 장'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출연자들의 편집 분량 비중을 사이에 둔 특혜 논란도, 투표의 투명성이나 참가자들의 정치적 색깔 등에 대한 잡음도 최대한 잡아내겠다는 설명이 제작발표회 당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포부가 무색하게도 '걸스플래닛999'에게는 첫 방송 이후 '제목과 세트장만 바꾼 '프로듀스' 시리즈의 귀환'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한·중·일 참가자들로 구성된 걸그룹 서바이벌 예능이라는 점부터 첫 에피소드부터 연출을 통해 부각된 참가자들간의 기싸움과 의도적 갈등 등 대부분의 요소들이 '프로듀스' 시리즈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플래닛 탐색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참가자들의 개인 역량 소개 및 선전포고 코너는 정통적인 '프로듀스' 첫 방송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또 화제의 참가자였던 CLC 최유진을 첫 회 메인 출연자로 내세워 중국인 참가자와의 갈등을 부각시킨 뒤 그의 분량은 다음 회로 넘기고 최유진이 오열하는 모습을 예고로 보여주는 편집 방식 역시 전형적이었다.
이는 앞서 TV CHOSUN '아내의 맛' 시리즈가 함소원의 조작 논란 속 폐지된 뒤 출연진만 바꿔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를 선보였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프로그램의 이름과 몇가지 룰만 손본 것 외에는 쉽게 달라진 점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첫 방송만을 마친 상황에서 속단하긴 이르다지만, 2년의 고민과 통찰을 겪고 내놓은 새 프로젝트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첫 방송 시청률 역시 이같은 반응을 느낄 수 있는 지표였다. '걸스플래닛999'의 첫 방송 시청률은 0.461%(닐슨코리아 기준)이었다. 물론 올림픽이라는 변수가 존재했다 쳐도, 분명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여러모로 걱정이 앞서는 출발이다. 첫 방송부터 '예전과 다를 바 없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걸스플래닛999'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증이 모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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