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스포츠 강국 독일, 도쿄올림픽서 존재감 하락
1968년부터 동독·서독이 제각각 출전
냉전과 맞물려 올림픽 메달 경쟁 치열
통일로 체제 대결 끝나며 스포츠 '시들'
◆2차대전 패배 후 한동안 침체기 겪어
9일 외신에 따르면 1936년 자국에서 열린 베를린 대회 우승 이후 독일은 늘 하계올림픽 무대의 최강자였다. 당시 독일을 이끌던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전 세계에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할 목적으로 엘리트 스포츠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결국 베를린올림픽에서 주최국 독일은 금 33, 은 26, 동 30개를 따내며 전 대회 챔피언 미국(금 24, 은 20, 동 12)을 멀찍이 따돌리고 처음 하계올림픽 1위를 차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으로 중단됐던 올림픽이 재개된 건 1948년 런던올림픽부터다. 주최국 영국은 독일과 2차대전 때 서로 치열하게 싸운 처지였고, 영국인의 국민 감정은 아직 독일을 ‘적국’으로 여기고 있었다. 결국 패전국 독일은 1948년 런던 대회에 초대를 받지 못했다.
그 뒤로 독일 스포츠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동서독이 합친 독일 단일팀의 올림픽 출전은 1964년 도쿄 대회까지 이어졌다. 이 단일팀은 1956년 호주 멜버른올림픽 7위, 1960년 로마올림픽 4위, 그리고 1964년 도쿄올림픽 4위로 연거푸 좋은 성적을 냈다. 같은 시기 프랑스는 11위(멜버른 대회), 25위(로마 대회), 21위(도쿄 대회)로 독일보다 한참 뒤쳐졌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은 독일 스포츠 역사에서 기념비적 대회였다. 단일팀을 포기하고 동독과 서독이 별개 팀으로 출전한 것이다. 동서 냉전이 치열한 가운데 동서독 모두 올림픽을 공산주의 대 자유민주주의 간 체제 대결의 무대로 받아들였다. 영토나 인구, 경제력 등에서 서독보다 훨씬 못한 동독은 ‘올림픽에서만큼은 서독을 누르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결과적으로 멕시코 대회에서 동독(금 9, 은 9, 동 7)은 5위, 서독(금 5, 은 11, 동 10)은 8위를 각각 차지했다. 둘을 더하면 금메달 14개로 최상위권에 들 수 있었다. 해당 대회에서 프랑스(금 7, 은 3, 동 5)는 6위를 차지했다. 서독보다는 앞섰지만 동독에는 못 미쳤다.
동독의 질주, 그리고 서독의 추격은 계속됐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동독(금 40, 은 25, 동 25)이 2위를, 서독(금 10, 은 12, 동 17)이 4위를 각각 차지했다. 동서독이 딴 금메달을 더하면 총 50개로 몬트리올 대회 우승국 소련보다도 많았다. 독일 스포츠가 사실상 세계 정상에 선 순간이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서독이 정치적 이유로 미국과 나란히 불참했다. 이 대회에서 동독은 금 47, 은 37, 동 42개란 엄청난 성적으로 주최국 소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프랑스(금 6, 은 5, 동 3)는 8위에 그쳤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은 반대로 소련, 동독 등 공산권 국가들이 보이콧했다. 서독은 금 17, 은 19, 동 23개를 따내 3위를 차지하며 ‘서독’이란 이름으로 참가한 역대 하계올림픽 중 최고 성적을 냈다.
1990년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서울올림픽은 동독과 서독이 따로 출전한 마지막 대회가 됐다. ‘통일 독일’의 스포츠 강자다운 면모는 1990년대에도 이어졌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연거푸 3위를 차지했다.
냉전 시절 체제 경쟁을 위해 엘리트 스포츠에 쏟았던 노력과 비용이 차츰 줄어들면서 2000년대 들어 독일 스포츠의 위상은 조금씩 하락을 겪는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5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6위로 한두 계단씩 내려앉았다. 그래도 2008 베이징올림픽에선 금 16, 은 10, 동 15개로 5위를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때의 성적은 각각 6위, 5위였다.
2010년대까지도 5, 6위권을 지키며 올림픽 무대를 호령해 온 독일이 이번 도쿄 대회에선 9위로 순위가 떨어지며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를 두고 “냉전 종식과 동서독 통일 이후 독일에선 올림픽 등 스포츠 무대를 통한 체제 경쟁 필요성이 확연히 줄었고, 자연히 엘리트 체육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며 “과거 엘리트 스포츠에 쏟아부은 비용의 효과가 1990∼2000년대에는 그럭저럭 이어졌지만, 2020년대에 접어들며 그 효과마저 사라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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