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집권 벨라루스 루카셴코, 처음으로 퇴임 시사
27년째 집권 중인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6) 벨라루스 대통령이 퇴임을 시사했다고 타스통신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그는 이날 대선 1주년을 맞아 생중계로 열린 사회활동가·언론인과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머지 않은 시기에” 다른 사람이 대통령직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했다. 루카셴코가 퇴임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카셴코는 이날 “이 자리를 계속 고집하지는 않을 것” 이라며 “다른 사람이 내 뒤를 이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퇴임 시기에 대해서는 “머지 않은 때”라면서도 “언제 떠날지를 추측하지 말라”고 답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누군가를 내세워 밀지도 않겠다”고 했다. 내년 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이후로 대선을 치르게 되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루카셴코는 또 누가 그의 후계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나의 좋은 친구이자 형인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언젠가 말한 것처럼 대답하고 싶다”며 “벨라루스 국민이 선택하는 자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대통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15~20명 정도는 보인다”고 했다.
루카셴코는 1994년부터 다섯 번의 임기에 걸쳐 집권했다. 여섯 번째 임기를 위해 치러진 작년 8월 대선에서 루카셴코는 79%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반정부 활동가인 야권 인사 세르게이 티하노프스키가 대선 출마 선언을 했지만 그가 사회 교란 혐의로 체포되자 그의 아내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가 남편 대신 대선에 출마해 9.9%를 득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득표율 차이는 현지 여론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장기 통치에 대한 거부감에다 최근의 경제난과 코로나 대응 실패까지 겹쳐 루카셴코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을 고려하면 득표율 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루카셴코가 당선된 직후 수도 민스크를 비롯해 벨라루스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그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 중 3만여명이 구금됐고 야당 지도자 일부는 실종되거나 국외로 추방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루카셴코는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등 강경대응을 했다. 지난 5월엔 언론의 입을 막기 위해 반정부 언론의 전 편집장을 태운 여객기를 비상착륙 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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