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싱크홀' 이광수 "예능 이미지 부담 없어, 연기 최선 다할뿐"
짐벌·수조 등 역대급 세트에 몰입↑
'런닝맨' 예능 이미지? 천천히 바꿔나가고파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한동안 예능 캐릭터로 사랑받은 배우 이광수(36)가 본업으로 돌아왔다. SBS '런닝맨'으로 쌓은 유쾌한 이미지를 한껏 살린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로 연착륙에 나선다.
오는 8월 11일 개봉하는 영화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다. 지난 2012년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를 다룬 영화 '타워'로 518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 지평을 연 김지훈 감독의 신작이다.
"시나리오 자체가 재밌었어요. 싱크홀 소재의 영화를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언제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꼭 함께 하고 싶었고요. 시나리오 속 김대리의 재밌는 매력을 제 느낌대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어요."
이광수가 연기한 김대리는 집도, 사랑도 포기한 평범한 회사원이다. 사회생활하느라 조금은 이기적이고, 사내 커플을 꿈꾸지만 호감 표현조차 못하고 속앓이한다. 어느 날 그는 직장상사 동원(김성균)의 서울 자가 취득을 축하하기 위해 간 집들이에서 싱크홀로 추락하고 만다. 억울한 상황에 불평불만을 쏟아내지만, 이내 만수(차승원), 동원, 은주(김혜준)와 함께 싱크홀을 빠져나가기 위해 힘을 모은다. 이광수는 자신감도 없고 운도 없는 김대리 캐릭터에 특유의 인간미를 더해 극을 이끌었다.
"김지훈 감독님이 촬영 전부터 시나리오,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해주셨어요. 김대리는 2030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통의 회사원으로 생각하고 캐릭터를 잡아나갔어요. 초반엔 좀 얄밉고 이기적인 면도 있지만 싱크홀 재난 상황 속에서 점점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영화에 잘 드러나길 바랐죠."
김대리를 비롯해 '쓰리잡'을 뛰는 만수, 11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동원, 눈칫밥 먹느라 바쁜 입사 3개월차 인턴 은주 등 '싱크홀'의 주요 인물들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처럼 '싱크홀'은 재난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그 속에서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기존 재난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지훈 감독은 캐릭터의 입체성과 스토리를 강화하고 배우들이 사실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실제 마을 크기의 세트를 지었다. 실제 약 5개월에 걸쳐 빌라와 각종 편의시설 등 총 20여 채의 건물을 세웠고, 지하 500m 지반의 모습을 담은 대규모 암벽 세트와 수조 세트, 건물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진동까지 전달하기 위해 짐벌 세트 위에 빌라를 짓는 대규모 프로덕션을 진행해 리얼함을 더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제가 좀 멀미가 심한 편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됐어요. 짐벌 세트에서 촬영하는데 멀미약이 필요했죠. 특별히 액션이 힘들진 않았는데 싱크홀에 빠지는 설정이라 먼지나 진흙이 늘 많았거든요. 촬영이 끝나고 샤워하면 눈, 코, 입, 귀에서 끊임없이 진흙이 나오곤 했어요. 그래도 가글부터 눈 세정하는 것까지 스태프분들이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고생했던 기억보다는 따뜻하게 배려해주신 기억이 더 많이 나요."
극적인 상황을 담은 재난영화에서 실감나는 공간만큼 중요한 건 배우들의 시너지다. '싱크홀' 팀은 매일 촬영 전 긴장을 풀기 위해 감독과 배우들 모두 단체 체조를 하면서 어느 때보다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최근 개봉을 앞두고 KBS 1TV '아침마당', 웹예능 '제시의 쇼터뷰'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이어가면서 남다른 케미를 과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성균은 앞선 인터뷰에서 "이광수 배우가 촬영장에서 휴대폰도 꺼내보지 않고 집중하더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이에 이광수는 유쾌한 해명을 내놨다.
"'런닝맨'에서 워낙 말도 많고 활동적이라서 평상시에 잠시만 가만히 있어도 되게 진지하다는 칭찬을 들어요.(웃음) 원래 현장에서 휴대폰을 잘 안 보는 편이긴 한데 초반에 감독님께서 '광수가 현장에서 휴대폰 보는 걸 못봤다. 감독으로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반강제적으로 휴대폰을 볼 수가 없게 됐어요. 솔직히 몇번 봐야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감독님의 그 말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낼 수가 없었어요. 이걸 해명하지 않으면 저는 앞으로도 평생 현장에서 휴대폰을 못 볼 것 같은데.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싱크홀'의 김대리는 '런닝맨' 캐릭터와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친근하고 유쾌하다는 접점 때문에 어느 정도 상상 가능한 캐릭터이지만,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광수의 매력을 한껏 살린 덕에 편안하고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런닝맨'으로 얻은 코믹한 캐릭터의 고착화와 매몰된 이미지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과거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은 다리 재활 치료를 위해 지난 6월 하차했지만, 여전히 '런닝맨'은 이광수와 쉽게 떼기 힘든 존재다. 이광수는 "예능 이미지를 벗어야겠다는 강박은 없지만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에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열의를 보였다.
"'런닝맨'에서 보여드린 모습은 실제 성격과 달라요. 예전엔 지금보다 말수도 적고 말이 느렸어요. 생각이 많아서 '내가 이 얘길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조심스러웠죠. 그래서 저를 직접 만나면 이미지랑 많이 다르다고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그런 점 때문에 고민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웃음) 연기하면서 '런닝맨'에서의 이미지와 겹쳐보이기 않기 위해 따로 노력하진 않아요. '런닝맨'에서의 이광수도 제가 맞고, 그 이미지로 기억해주시는 것도 감사하거든요. 또 예능 이미지의 고착화를 제가 걱정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매 작품 제가 맡은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해내다보면 다르게 봐주시는 분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면이 많아요. 앞으로는 스릴러나 악역처럼 무거운 캐릭터도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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