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들 "사기 당했다".. 트럼프 캠프, 140억원 토해낸 이유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1. 8.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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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부자들에게서 은근 슬쩍 반복 인출한 금액 환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작년 대선 과정에서 모은 기부금 중 1280만 달러(약 146억원)을 올해 상반기에 기부자들에게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와 CNN 등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온라인 기부금을 낸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기부금이 반복 인출될 것이란 사실을 명확하게 공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들은 “사기(fraud)를 당했다”고 느꼈다고 한다.

작년 하반기 자금난을 겪던 트럼프 캠프는 ‘돈 폭탄(Money Bomb)’이란 이름의 공격적인 기부금 모금 전술을 도입했다. 온라인 모금 웹사이트의 기부금 결제 페이지 하단에 작은 글씨로 ‘XX월 X일까지 매주 같은 금액을 기부합니다’, ‘XX월 X일에 추가로 100달러를 기부합니다' 같은 항목을 적고 선택한다는 뜻의 체크 표시를 미리 해둔 것이다. 지지자들이 여기 접속해 기부금을 낼 때 작은 글씨로 적힌 내용을 읽고 체크 표시를 지우지 않으면 그들이 기부금을 낼 때 사용한 신용카드나 은행계좌에서 해당하는 금액이 자동 인출됐다.

이런 사실은 뉴욕타임스가 지난 4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취재해서 단독 보도하며 알려졌다. 캔자스시티에 사는 63세의 암환자인 스테이시 블랏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500달러(약 57만원)를 온라인 기부했다가 얼마 후 잔고 부족으로 은행 계좌가 동결됐다. 공과금과 월세도 내지 못하게 된 그는 곧 트럼프 캠프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3000달러(약 340만원)를 인출해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은 일회성 기부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반복 인출에 동의한다는 체크 표시를 지우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78세의 은퇴자 빅터 아멜리노는 작년 9월 트럼프에게 990달러를 온라인 기부했다가 7번에 걸쳐 8000달러가 인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 아멜리노는 뉴욕타임스 취재에서 “나는 은퇴했다. 그런 돈은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와 은행에는 사기를 당했다는 항의가 빗발쳤고, 작년 말 2달 반 동안에만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전국위원회가 온라인 기부자들에게 환불해 준 돈만 6430만 달러(약 735억원)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측이 사용한 수법이 불법은 아니며 공화당에서는 점점 더 널리 쓰이고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피터 로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캠프가 기만 전술을 사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많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하고 있는 일이 아주 잘못됐든지 아주 비윤리적이란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통상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뒤 법적 상한선을 넘거나 여러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돈을 환불해 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 측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인 ‘윈레드’는 올해 상반기 모금한 금액의 12.7%를 환불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민주당 측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인 ‘액트블루’는 3.3%를 환불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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