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코로나에 살인까지..푸껫 샌드박스 '휘청'
폭포에서 스위스 여성 관광객 숨진 채 발견
8월 5일 푸껫 인근 명소인 '톤 아오연 (Ton Ao Yon)' 폭포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7월 13일 '푸껫 샌드박스(무격리 입국)' 프로그램으로 관광을 즐기던 50대 스위스 여성, 폭행당한 채 숨져 있었다. 태국 경찰은 물론 태국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태국 정부는 무리수라는 비판에도 '푸껫 샌드박스'를 강행했다. 70%가 넘는 주민들에게 먼저 백신을 맞혔다. 푸껫이라도 문을 열어서 "태국 관광 아직 살아있어요"를 보여주고 싶었다.
백신을 맞지 않은 내국인의 입도까지 막으면서까지 '확진자 제로' 청정지역을 지키려 했다.
고사 직전인 태국 관광산업에서 푸껫은 산소호흡기처럼 보였다. 7월 1일, 동남아 최초로 그렇게 푸껫이 문을 열었다. 총리가 직접 공항에서 관광객들을 맞았다.
7월 한달 동안 1만 4천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푸껫을 찾았다.
"어떻게 시작한 푸껫 샌드박스인데"
그런데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졌다. 7월 중순이 되자 필사적으로 지킨 푸껫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초 태국 관광부는 만약 푸껫에서 '일주일에 9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면 샌드박스는 중단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달 넷째 주 148명이 나왔다.
태국 신문에 '샌드박스 폐지 검토' 기사가 올라왔다.
어렵게 한주 한주 버티던 푸껫에서 그런데 스위스 여성 관광객이 살해당했다. 백주 대낮에 폭행당해 숨진 뒤 폭포에 버려졌다.
그녀는 스위스 의회의 의전담당 간부였다. 경찰은 그녀가 푸껫을 찾은 뒤 5성급 호텔에 투숙하면서 가끔 혼자 트래킹을 했다고 전했다.
사건 당일인 8월 3일 오전 11시쯤 촬영된 CCTV에는 폭포까지 18분 정도 혼자 걸어 가는 모습이 담겼다.
'푸껫 샌드박스' 뿐만 아니라, '안전한' 태국 관광마저 흔들렸다.
쁘라윳 총리가 직접 나서 신속한 범인 체포를 약속했다. 당일 경찰청장이 푸껫으로 날아갔다.
푸껫 관광협회는 범인 체포에 20만 바트(700만원)의 포상금을 걸었다.
태국 경찰은 다급해졌고, 언론에선 경찰이 범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경찰은 스위스 여성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공개하면서까지 목격자를 찾았다.
사건 당일 CCTV를 뒤지던 태국 경찰이 결국 같은 시간 폭포 주위를 배회하던 티라윳 토팁(27)을 찾아냈다.
그의 오토바이는 사건 발생 20여분쯤 현장에 도착해, 3시간 뒤쯤 폭포 주변을 떠났다.
사건 이틀만에 체포된 티라윳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일부 언론에서 용의자가 경찰에게 폭행당한 멍 자국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그가 폭포에서 피해여성과 몸싸움을 벌이다 생긴 흔적이라고 해명했다.
범행 동기도 명확하지 않다. 경찰은 용의자가 피해여성의 소지품을 훔치려 하다가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살해했다고 밝혔다.
그가 피해여성에게서 뺏은 돈은 모두 300 바트(1만원 정도)다.
서둘러 범인을 만들어냈다는 의혹이 커지자,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직접 전화로 '티라윳'을 연결했다. 그는 큰 죄책감을 느낀다며 피해 여성의 가족들에게 사죄했다. 그날의 범행 과정을 시간대별로 자세히 설명했다. '이래도 못믿겠느냐'는 분위기였다.
범인 체포에 걸린 현상금 20만 바트는 체포한 경찰들에게 돌아갔다.
"휘청거리는 푸껫 샌드박스"
티라윳은 살인 및 강도 혐의로 기소됐다. 태국 관광부는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8월 8월에만 11만 6,253개의 객실이 예약됐다고 밝혔다.
7월 외국인 관광객들이 19억 바트(650억 원)를 푸껫에서 소비하면서 2,400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여행객 안전을 위한 로드맵도 새로 발표됐다.
태국관광협회는 3분기부터 300여 개의 호텔이 재가동되면서 3만 개의 객실이 채워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25,000여 개의 호텔이 비어있다.
관광객들이 돌아오는 호텔 대부분은 특급호텔들이다. 규모가 작고 경영이 어려운 호텔들에게 '샌드박스' 혜택은 아직 멀리만 있다.
8월 8일 하루 태국 전체 확진자는 1만 9,983명. 하루 149명이 사망했다.
무섭게 늘어나던 추세는 조금 꺾였다. '푸껫 샌드박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재 푸껫에는 15,169명(2일 기준)의 외국인들이 격리 없이 여행을 즐기고 있다.
푸껫에서 2주 이상 머물면, 방콕 등 태국 전역을 관광할 수 있다.
모든 백화점과 식당이 문을 닫고, 밤 9시 통행금지 등 강력한 락다운이 진행중인 태국에서는 '코로나 보다 경기가 나빠 죽겠다'는 말이 나온다.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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