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61] 일본배구가 만든 '퀵(Quick)'이 세계배구의 주요 공격 기술이 된 이유
퀵은 일본배구가 만들어 낸 공격기술이다. 서구 선수들에 비해 키가 작은 일본 선수들은 상대의 높은 블로킹 벽을 뚫기위해서 특별한 공격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많은 노력 끝에 퀵이라는 배구 기술에서 가장 경쟁적인 공격 전략을 만들어냈다. 배구 종목이 처음으로 채택된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강호 소련을 꺾고 우승한 일본여자배구에 이어 남자배구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 대비해, 비장의 공격기술인 퀵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마쓰다이라 야스타카(松平康隆·1930-2011) 일본대표팀 감독은 “일본은 체격으로 세계 최고의 팀이 될 수는 없지만 운동능력과 기술력으로는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다”며 다양한 속공 기술과 시간차 공격등 선보여 소련, 동독, 폴란드 등을 꺾고 뮌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본 코너 460회 ‘왜 시간차 공격(時間差攻擊)이라 말할까’ 참조)
원래 일본인들은 막부(幕府)시대의 사무라이들부터 기습공격에 능했다. 1972년 퓰리처상을 받은 존 톨랜드는 자신의 저서 ‘일본제국패망사(The Rising Sun)’에서 일본의 관점으로 태평양전쟁을 조망하며 “기습적인 일견으로 결정적인 승리를 낚아채는 발상은 일본인의 가치관에 깊이 깔려 있었다.일본의 전통적인 무술인 유도와 스모, 검도는 긴 준비 행동 뒤에 기습 공격으로 결판이 난다”며 일본인들의 기습공격성향을 밝혔다. 일본은 1904년 러일전쟁 당시에 뤼순항에 있던 러시아 태평양함대를 도고제독이 이끄는 어뢰정과 전함으로 기습공격에 성공하며 결과적으로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의 발발이 됐던 진주만 공격도 일요일 기습적으로 감행했다.
배구에서 퀵은 세터가 빠르고 정확하게 올린 볼을 공중에서 머무는 체공시간이 거의 없이 신속하게 공격하는 것이다. 세터와 공격수 사이에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통 세터와 미들 블로커(센터)가 합작으로 만든다.
퀵은 선수간의 거리에 따라 A, B, C, D 4가지로 나눈다. A 퀵은 세터와 센터 간의 거리가 1m 내외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B 퀵은 세터와 센터 간의 거리가 2~3m 정도일 때 행할 때를 말한다. C 퀵은 세터와 센터 간의 거리가 3~5m 정도에서 이뤄진다. D 퀵은 코트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세터와 센터가 시도하는 공격방법인데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배구연맹(KOVO) 공식 용어로 C 퀵을 '퀵 오픈(Open)'이라고 하기도 말한다. 높이 올라가서 때리는 보통 공격인 오픈 공격보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공격이라는 뜻으로 ‘퀵 오픈’이라고 명칭을 붙였다.
KOVO는 공격 기술을 △오픈 △속공 △퀵오픈 △시간차 △이동 △후위 등 6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 6가지는 스파이크로 득점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본 코너 458회 ‘왜 스파이크(Spike)라고 말할까’ 참조) 여기에 서브(에이스)하고 블로킹을 더하면 배구 선수가 자력으로 득점할 수 있는 8가지 경우가 된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선 속공 부분을 별도로 나누지 않고 공격(Attack) 점수에 한데 묶어 기록으로 합산했다. 4강 신화를 이룬 한국의 김연경은 공격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세르비아 티아나 보스코비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연경은 7경기에서 총 272회의 공격을 시도, 122 공격득점을 올리며 44.85%의 성공률로 보스코비치(165득점, 52.72% 성공률)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공격수로 위력을 떨쳤다.
일본에서 만들어 낸 퀵 공격을 이제는 유럽과 남미의 강팀들이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예전에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양팀들의 빠른 속공에 당했던 다른 국가팀들은 큰 키에다 속공력까지 겸비해 더욱 강력한 전력을 갖추었다. 이번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여자팀은 세터와 센터들이 기회만 나면 오픈 공격과 함께 퀵과 이동공격 등 다양한 공격전술로 상대팀들을 마음대로 요리하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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