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골프 4위, 인도 여성 골퍼 아쇽의 절실함

2021. 8. 1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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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티 아쇽은 도쿄 올림픽에서 4위로 마쳤다. [사진=IGF]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4월말부터 5월 말까지 집에서 연습했습니다. 마당에 천막을 쳐놓고 아이언과 웨지샷을 연습했어요.”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부에서 4위를 한 인도 대표 선수 아디티 아쇽(23)이 최근 <골프다이제스트>와의 동영상 인터뷰에 소개된 연습 장면에는 절실함과 간절함이 느껴진다. 5월27일 날짜로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는 뱅갈루루의 집 마당에서 샷을 연습하는 영상이 나온다. 하지만 드라이버샷이나 숏게임, 퍼트는 연습할 수 없었다.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은 골프 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에게 돌아갔지만 아쇽은 마지막날 코다 못지않게 주목받았다. 아쇽은 대회 마지막날 7번 홀에선 공동 선두까지 오르면서 세계 골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쇽은 최종 15언더파로 4위였다. 17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쳐 이나미 모네(일본), 리디아 고(뉴질랜드)와의 연장 승부에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인도의 나넨드라 모디 총리와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이 트위터에 축하 인사를 전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다. ‘아디티 잘 했어요. 당신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놀라운 기량을 보였습니다. 메달은 아쉽게 놓쳤지만, 어떤 인도인보다도 많은 성취를 했어요. 당신의 미래를 기원합니다.’-모디 총리.

아쇽은 5월에는 집 마당에 천을 깔아두고 연습했다. [사진=아쇽의 트위터]

‘잘했어요 아디티 아쇽! 인도의 딸이 이뤄냈습니다. 오늘의 활약은 인도에 새로운 경지를 연 것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차분하게 경기했어요. 근성과 기술에 찬사를 보냅니다.’- 코빈드 대통령.

14억 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가진 인도에 골프라는 스포츠는 생소하다. 골프 인구는 고작 15만명에 불과하다. 골프 코스는 200여 곳을 넘지만 대개 9홀 코스이고, 태어날 때부터 좋은 신분을 가진 상류층만 이용한다. 그래서 인도에서 올림픽 전에 설문조사를 했을 때 골프가 정식 종목이란 걸 모르는 이가 스포츠를 안다는 이들 중에서조차 절반 이상이었다.

인구 900만인 뱅갈루루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쇽은 1876년 개장한 뱅갈루루골프클럽에서 5살에 골프를 우연히 접했다. 매일 지나던 연습장을 우연히 들러 연습 그린에서 퍼트를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뛰어난 재능을 보여 골프를 가르쳤는데 빠르게 실력을 키웠고. 13세이던 2011년에 인도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아마추어 대회를 석권했다.

5년 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 나이에 최연소 선수로 출전했다. 아버지가 캐디를 한 당시 한 때 선두권에 올랐고 공동 41위로 마쳤다. 그 영향으로 아쇽은 유러피언레이디스투어(LET)에 데뷔했고 통산 3승을 거뒀다. 2017년엔 인도 여성으로는 첫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가 됐다.

아디티 아쇽은 마지막날 한 타차이로 메달 결정전에 나가지 못했다. [사진=IGF]

아쇽은 세계 랭킹 200위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얻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쓴 뒤로 인도에서의 훈련 환경은 열악했다. LPGA투어의 입국 제한으로 몇 개 대회 출전이 고작이었고, 4월말 이후로 집에 머물면서 천막 샷을 쳐야 했다. 6월에야 대회에 나갈 수 있었다.

올림픽에서 검은 장갑을 낀 채로 하는 아쇽의 퍼트감은 돋보였다. 대회 4일간 선수들 평균보다 퍼트로 얻은 타수가 13타나 나왔다. 비거리는 60명 중에 가장 짧은 편이어서 동반자들보다 30~40야드 뒤에서 어프로치 샷을 했으나 그린에서는 가장 돋보였다.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퍼팅 그린에서 골프를 시작했는데 퍼트하는 게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홀에서 2퍼트 파로 연장전에 나갈 기회를 놓친 아쇽은 씩씩했다. “좋은 성적으로 마친 것으로 골프에 관심과 지원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고 더 많은 (인도) 아이들이 경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디티 아쇽이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힘들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공동 50위(6오버파)로 마친 인도의 또 다른 출전자 딕샤 다가르는 “출전 자체가 놀라운 경험이었고 나도 성장할 것”이라면서 “아디티는 모든 인도인에게 골프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인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에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로 47위로 마쳤다. 메달은 없었지만 아쇽의 예상 못한 활약은 유력 매체 인디아뉴스가 비중있게 다뤘다.

아쇽은 ‘인도의 박세리’를 꿈꾼다고 한다. 역경 속에서도 절실함을 가지고 훈련하고 놀라운 성적을 거둔 그에게 찬사가 돌아가는 건 당연하다. 아쇽의 트위터 팔로워는 5만6570명을 넘겨 빠르게 늘고 있다. 골프에의 꿈을 꾸기 시작한 아쇽 키즈가 인도에도 분명 생겨났을 거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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