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35 패권에 도전".. 中·러 '보이지 않는 전투기' 전쟁 [심층기획]
러, 5세대 스텔스기 '체크메이트'
7월 푸틴 직접 찾은 에어쇼서 첫 공개
시속 2448km·6개 표적 추적 레이더 장착
2023년 비행 목표 신속 개발.. 가격 저렴
인도·베트남 등에 판매 '영향력 확대' 노려
中, 수출 노려 가성비 갑 'FC-31'
軍 운용 5세대 스텔스기 'J-20' 기술 채택
기체는 훨씬 가볍고 작게 해 단가 낮춰
F-35 도입 어려운 중동 등이 수출 타깃
中항모 탑재 위한 성능개량 작업도 진행
전쟁에서 스텔스기를 처음 투입했던 미국은 2000년대 이후 F-35를 앞세워 세계 전투기 시장 주도권을 장악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굳혀왔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F-35를 견제할 수출용 스텔스기가 없었다. F-35보다 저렴하면서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기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다. 러시아의 Su-75 체크메이트, 중국의 J(젠)-31은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해외 시장 노린 러시아의 야심작, 체크메이트
지난달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처음 선보인 체크메이트 전투기는 러시아 국영 통합항공기제작사(UAC) 산하 수호이 설계국이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에어쇼 전까지는 존재 자체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에어쇼 행사장을 찾아 체크메이트를 살펴보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개발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체크메이트는 음속의 2배에 달하는 속도(시속 2448㎞)로 비행할 수 있으며, 전투 반경은 3000㎞로 알려졌다. 전자전 공격 상황에서도 6개의 표적을 추적할 수 있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장착된다.
F-35와 동일한 개념의 스텔스 기능도 추가됐다. 동체 하부의 내부 무장창에는 미사일 5발을 수납한다. 측면에 설치된 2개의 내부 무장창에는 각각 한 발 정도의 미사일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체크메이트의 첫 비행 시점은 2023년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 착수 시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셈이다. 앞서 개발된 SU(수호이)-35S·SU-57에 사용된 기술과 부품을 재활용한 덕분이다. 이를 통해 대당 단가를 크게 낮추고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 러시아 측이 목표로 설정한 대당 가격은 2500만∼3000만달러(약 286억1500만∼343억3800만원)로 추산되는데, F-35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다.
체크메이트는 제3세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도구로도 쓰일 전망이다. 러시아 공군은 SU-57 5세대 스텔스기 도입이 우선이다. 제작사인 UAC도 해외 수출을 고려하고 있다.
냉전 시절 소련에서 MIG(미그)-21·23 전투기를 공급받은 인도 등 제3세계 국가들이 체크메이트 수출 대상으로 지목된다. 이들 국가는 MIG-21 노후화로 교체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러시아에선 대체 가능한 기종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과 스웨덴, 프랑스 등은 이 같은 ‘빈틈’을 파고들며 전투기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서방측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이 같은 시도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2000년대부터 최신 무기 개발과 수출에 적극적이던 중국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과 더불어 FC-31(J-31)을 선보이고 있다. J-20과 FC-31은 중국 전투기 생산의 양대 라이벌 청두항공기공업(CAC)과 선양항공기공업(SAC)이 각각 개발했다.
2011년 첫 공개된 FC-31은 J-20처럼 5세대 스텔스 기술이 적용됐지만, 차이점도 많다. J-20은 미국 기술과 공중전 개념에 영감을 받았고, 중국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개발과 실전배치가 이뤄졌다. 반면 러시아 전투기의 영향을 받은 FC-31은 제작사인 SAC가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러시아산 SU-57 도입이 거론되는 인도와 갈등을 빚는 파키스탄, F-35 구매가 어려운 중동 등이 FC-31 판매 대상으로 거론된다.
FC-31은 가볍고 작은 기체 구조를 갖고 있다. 중량은 25t으로 J-20보다 12t이나 가볍다. 스텔스기라 미사일, 폭탄을 탑재하는 내부 무장창을 갖추고 있으나 F-35보다는 탑재 능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00㎞ 떨어진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중국산 KLJ-7A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사용한다. 다만 대당 가격은 F-35보다 상당히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가성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FC-31는 첫 등장 이래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이뤄졌다. 2019년 파리 에어쇼에 등장한 축소 모형은 기존 모델보다 조종석 뒷공간과 엔진 2개가 있는 공간의 부피가 커졌다. 더 많은 연료를 실을 수 있어 작전반경이 넓어졌고, 전자장비 추가 탑재도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중국 항공모함 함재기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해군이 기존에 쓰던 J-15는 4세대 전투기다. 5세대 스텔스기인 미국 F-35B, F-35C와 비교할 때 성능 면에서 격차가 크다.
항공모함 수용 공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운반할 수 있는 전투기 규모는 항공모함의 공중 타격 능력을 결정한다. 스텔스 기능을 갖췄고 무게가 가벼우며 크기가 작은 FC-31은 J-20보다 더 많은 수량을 항공모함에 탑재할 수 있다. “FC-31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FC-31이 항공모함에서 운용되려면 대대적인 성능개량이 필수다. 공군용 전투기보다 훨씬 튼튼한 바퀴와 기체 구조, 강제착함장치 등을 갖춰야 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스텔스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재래식 전투기 시장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스텔스 성능보다는 강력한 공격력이나 낮은 가격 등을 원하는 국가를 노린 ‘빈틈 파고들기’다.
프랑스 라팔(사진)은 이 같은 전략으로 전투기 시장에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라팔의 생산규모는 프랑스군 192대, 수출 물량 144대로 전투기 개발·생산 손익분기점(300대)을 넘어섰다. 2015년 이후 리비아, 시리아 등에서 실전을 경험하며 성능을 입증한 라팔은 스칼프 공대지미사일(사거리 560㎞), 미티어 공대공미사일(〃 100㎞ 이상) 등 장거리 전략 타격력은 F-35보다 높다는 평가다. 100% 프랑스 기술로 개발돼 미국의 수출 허가 여부에서도 자유롭다. 그리스, 이집트, 인도, 크로아티아 등에 수출됐으며 인도네시아 판매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 개발한 JF-17은 가성비를 앞세워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을 시도한다. ‘미국산 F-16 1대 값으로 JF-17 10대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성능은 상당한 수준이다. FC-31에 쓰이는 KLJ-7A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해 최대 200㎞ 떨어진 표적을 탐지한다. 파키스탄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350㎞), 중국산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러시아산 정밀유도폭탄 등을 장착해 공격력도 우수하다. 가격은 저렴하고 공격력은 강한 JF-17은 저가 경전투기를 구매하려는 국가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서방측 기종 중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F-16에 대한 수요도 여전하다.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F-16의 임무컴퓨터와 레이더 등을 교체한 F-16V를 세계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대만, 슬로바키아 등이 도입했으며 인도 전투기 사업에서는 인도 정부와 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F-21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필리핀에 F-16V 12대 판매를 승인하면서 필리핀 공군에 F-16V가 배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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