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살려낸 어머니..10년만에 비로소 탈상한 기분이에요"

김은비 2021. 8.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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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집필을 마치고 비로소 탈상을 한 기분이었어요. 이제는 어머니를 마음에서 편안하게 놓아드려도 되겠다 생각했죠."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무블)를 쓴 정진영(40)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책 집필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책 속의 사건들과 일기는 어머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 작가가 창작해 냈다.

그는 수시로 아내에게 책 속 어머니의 나이 때에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당시의 심리는 어땠는지 등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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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출간 정진영 작가
AI로 오래전 세상 떠난 어머니 재현해내
"가족과 진정한 소통 생각하는 계기 됐으면"
아내인 배우 박준면, "여성 심리 이해하는데 도움줘"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책 집필을 마치고 비로소 탈상을 한 기분이었어요. 이제는 어머니를 마음에서 편안하게 놓아드려도 되겠다 생각했죠.”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무블)를 쓴 정진영(40)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책 집필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기자 출신인 정 작가는 드라마 ‘허쉬’의 원작소설 ‘침묵주의보’(문학동네)를 비롯해 ‘젠가’(은행나무) 등을 쓰며 이름을 알렸다. 이번에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신작으로 돌아왔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한 대기업 인공지능(AI) 개발센터에 들어간 주인공이 오래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AI로 재현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출간한 정진영 작가(사진=정진영 작가)
AI가 언젠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이 나오는 시대에, 죽은 사람을 다시 불러낸다는 것이 다소 섬뜩할 수 있다. 하지만 정 작가는 “책 속의 기술은 현재 나와 있는 기술로 다 가능하고 상용화된 기술”이라며 “기계를 보고 우리가 실제 사람이라고 인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것이 일종의 ‘현대식 탈상굿’ 같다고 표현했다. 과거에는 사람이 죽은 후 탈상굿을 하다 보면 죽은 사람의 영혼이 무당 안에 들어와 유족과 대화를 하며 한풀이를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책은 그런 모습을 현대적 기술로 보여준다. AI로 죽은 사람의 생각을 엿보며 미처 하지 못했던 얘기를 나누며 한을 푸는 것이다.

정 작가가 소설을 쓰려고 했던 건 이미 수년 전부터다. 정 작가는 14년 전인 20대 후반에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유품을 정리하던 중 어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너무 슬픔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차마 일기를 펼치지 못했다. 30살이 넘어서야 열어본 일기장에는 지금껏 정 작가가 알지 못했던 낯선 사람이 있었다. 그는 “엄마는 그냥 처음부터 엄마라고 생각을 했는데 일기장 속에는 전혀 다른 여자가 있었다”며 “소설을 통해 엄마를 부활시키는 소재를 그렇게 떠올렸다”고 말했다. 작가는 수년간 어머니가 다녔던 곳을 답사하며 오랫동안 책을 구상해왔다.

작가는 책을 쓰면서 실제 어머니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그는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던 것 같다”며 “어머니가 그렇게 자장면을 좋아하는지 몰랐다”다고 씁쓸해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20살 때를 생각해보면 말이 성인이지 진짜 애였는데, 그랬던 시절에 저렇게 남들처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고생을 많이 했구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책 속의 사건들과 일기는 어머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 작가가 창작해 냈다.

이번 소설을 쓰는데 아내인 배우 박준면의 도움도 컸다. 남자로서 알 수 없는 여성의 심리를 아내 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수시로 아내에게 책 속 어머니의 나이 때에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당시의 심리는 어땠는지 등을 물었다. 그 덕에 이번 소설은 유난히 여성 독자들의 호응이 좋다. 그는 “전 소설과 달리 이번 소설을 끝마치고는 애 키우는 여성들이 책을 읽고 울면서 전화를 하거나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어떻게 이해를 했느냐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고 했다.

정 작가는 궁극적으로 이번 책이 가족과 진정한 소통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보내고 나면 많이 후회를 한다. 제가 후회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잘 안다”며 “가족이 누구든 조금이나마 얘기를 많이 하길 바란다”고 웃었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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