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카카오T 유료화]②'타다'는 죽이고 '카카오'만 살린 '타다금지법'

이기범 기자 2021. 8.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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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 '타다 사태' 이후 반사이익..노골적인 '유료화 본색'
정부, 더 많은 '타다' 나온다 자신했지만..'카카오 천하'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개정안이 통과된 후 택시 중심의 모빌리티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지배력이 공고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3월 '타다금지법'이 통과된 직후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된 모습. 2020.3.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카카오T 콜 못 받고는 운전대를 못 잡는다."

택시 총량제하에서 전국을 달리고 있는 25만 택시 가운데 23만이 카카오T 호출을 이용하고 있다. 압도적 점유율이다. 카카오T를 쓰지 않으면 택시도 못 잡는다는 승객들의 하소연도 엄살이 아닌 세상이다. 택시기사도 승객도 '카카오T 천하'의 손아귀에 놓인 셈이다.

전화로 택시를 부르는 '콜택시'만 있던 시절인 2015년 1월.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카카오택시 앱이 갓 출시돼 10만원 상당 상품권까지 내걸며 택시기사를 모집해야 했던 때에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돈 냄새'에 밝은 글로벌 투자사들이 '카카오T 천하'의 카카오모빌리티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지사. 2017년 글로벌 투자사 TPG컨소시엄(5000억원)을 시작으로 올들어 칼라일(2200억원), 구글(565억원) 등 추가 투자가 잇따르면서 누적 투자금은 1조원이 넘었다.

글로벌 자본의 '쩐의 전쟁'으로 덩치를 키운 카카오는 이제 투자자들의 엑시트(자금회수)를 위해 내년 상장 계획에 나서면서 '유료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9만9000원을 내면 '돈 되는 콜'을 몰아주는 '프로 멤버십'을 지난 3월 내놓더니 최근엔 승객이 오롯이 부담하는 스마트호출 수수료를 최대 5000원으로 올렸다.

이같은 공격적인 유료화 행보가 가능한 것은 카카오T가 시장을 이미 장악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지배적 위치에 올라선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타다 사태'를 분기점으로 꼽는다. 렌터카 기반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로 '모빌리티 혁신가'를 자처하며 2018년 혜성처럼 등장한 '타다'는 기존 택시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의 세계를 선보인 뒤 2020년 시동을 꺼야했다. 택시로만 모빌리티 사업을 하도록 규제한 현 정부의 '타타금지법' 탓이다.

◇'타다 사태' 이후 택시 중심으로 재편된 모빌리티 규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 올해 4월부터 시행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택시 업계와 '타다'를 필두로 한 모빌리티 업계가 첨예한 갈등을 빚게 되면서 마련됐다. 2019년 3월 카풀·택시 업계의 사회적 대타협 후속 방안으로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내놓은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기반한다. 국토부는 모빌리티 산업을 제도권에 편입시켰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렌터카·기사를 함께 부르는 '타다 베이직'은 퇴출됐다.

해당 법안은 모빌리티 사업을 세 가지 형태로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게 골자다. Δ플랫폼과 차량을 확보해 직접 유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입원'(플랫폼 운송사업) Δ플랫폼을 확보해 가맹점에 의뢰해 여객을 운송하는 '타입투'(플랫폼 가맹사업) Δ플랫폼만 가지고 이용자와 택시를 중개하는 '타입쓰리'(플랫폼 중개사업) 등이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해당하는 타입원 같은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기여금을 내면 정부가 면허를 발급해주는 허가제 방식으로 구성됐다. 허가 대수도 총량제로 관리된다. 또 승합자동차 임차 서비스의 목적을 관광으로 제한하고, 사용 시간은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는 공항·항만으로 제한했다.

'타다금지법'은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 6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타다 금지법 위헌 여부 등을 판단하는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 2021.6.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더 많은 '타다' 나온다?…카카오택시 천하 만든 '타다금지법'

당시 국토부는 해당 법안이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더 많은 '타다'가 나올 수 있는 법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법 시행 전후로 타입원에 해당하는 시장은 사장됐다. 기여금 부담을 비롯해 총량제 규제가 수요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려 사업자 부담을 높인 탓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택시를 데리고 사업을 벌여야 하는 타입투와 타입쓰리만 모빌리티 시장에 남고 택시를 제외한 형태인 타입원은 꺼져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가맹택시 사업인 타입투와 택시 호출 중개 플랫폼 사업 타입쓰리가 모빌리티 시장의 중심이 됐다. 특히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을 2015년부터 선점해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전국 25만대의 택시 가운데 23만 이상의 면허 사업자가 카카오T 회원으로 가입했고, 앱 누적 가입자 수는 2800만명을 돌파했다.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렸던 ‘개정 여객자동차법’이 시행된 지난 4월8일 서울역 인근에서 카카오T 택시가 이동하고 있다. 이를 두고 운송플랫폼 사업을 제도화해 모빌리티 혁신을 기대했지만 실제로 혁신은 없고 가맹 택시만 자리를 채우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21.4.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타입투 가맹택시 사업에서도 '카카오T 블루'를 앞세워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일 올해 2분기 카카오 실적발표에 따르면 카카오T 블루 택시 운행 대수는 2만6000대까지 늘어났다. 업계는 카카오T 블루 가맹 택시가 연말까지 3만대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며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성장 및 흑자 전환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타다금지법은 '타다'를 죽이고 '카카오'만 살렸다. 택시를 끼지 않는 방식의 모빌리티 사업이 규제로 가로막히면서 다양한 시장 경쟁이 사라졌고, 자본력에다 택시 업계 영향력이 컸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됐다.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타다금지법' 제정 당시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타다'는 사라지고 카카오만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국내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총량과 기여금이라는 규제는 상생의 한 방법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모빌리티 유니콘의 출현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거대한 규제"라며 "이미 성장한 자본력이 있는 기업만 진출할 수 있고 스타트업은 이 엄청난 진입장벽 아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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