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수놓았던 짜릿한 한일전, 쓰라린 한일전, 훈훈한 한일전
야구, 탁구는 쓰라린 패배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늘 그래왔듯, 이번 올림픽에서도 한일전은 뜨거웠다. 일본과 맞붙은 경기는 더 관심이 모였고, 선수들도 보다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어떤 한일전은 짜릿했고 어떤 한일전은 쓰라렸다. 또 어떤 한일전은 '의외로' 훈훈했다.
먼저 소개할 종목은 '4강 신화'를 쓴 여자 배구다. 당초 전망은 한국이 일본보다 불리했다. 일본은 안방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내심 메달을 기대할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반면 한국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3승12패로 부진하는 등 흔들렸다.
하지만 한일전은 전력 외의 것이 늘 작용하고, 그날도 반전이 있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조별리그 통과가 걸린 중요한 승부처에서 일본을 만나 5세트 듀스 접전 끝에 3-2(25-19 19-25 25-22 15-25 16-14)로 이겼다.
한국은 이 승리로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반면 라이벌 한국에 패하며 흐름이 크게 꺾인 일본은 이어진 도미니카공화국전마저 패하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 눈물을 쏟았다.
김연경(상하이)은 경기 종료 후 "한일전은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고 밝혔고, 박정아(한국도로공사) 역시 "일본과는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었다"고 말해 국민들을 더욱 통쾌하게 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일본 선수를 제압한 경기도 있었다. 바로 배드민턴 남자 단식이다. 경기 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허광희(삼성생명)는 배드민턴 남자 단식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일본 슈퍼스타 모모타 겐토를 2-0(21-15 21-19)로 완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모모타는 일본 배드민턴을 넘어 일본 스포츠계 최고 스타 중 한 명이었기에, 안방서 한국에 패한 건 큰 굴욕이었다. 일본 매체들은 다음날 금메달 소식만큼이나 비중 있게 모모타의 패전 결과를 실었다.
반면 한국에겐 큰 기쁨이었다. 허광희는 모모타전 승리를 앞세워 조1위를 기록, 토너먼트 부전승까지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자 핸드볼도 대회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한일전 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여자 핸드볼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을 27-24로 제압했다. 한국은 이 승리에 이어 앙골라전 무승부로 극적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반면 일본은 한국전 패배 후 노르웨이전까지 고개를 떨구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일전 맞대결이 두 팀의 조별리그 풍흉을 갈랐다.
한국이 승부처에서 패했던 쓰라린 기억도 있다. '노메달' 굴욕을 당한 야구가 대표적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자존심을 걸고 붙었던 야구 준결승에서 일본에 2-5로 졌다.
한국은 2-2 동점 상황이던 8회말 안타, 고의사구, 볼넷 등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린 뒤 야마다 테츠토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금메달까지 노렸던 한국의 레이스는 여기부터 꼬였다. 한일전 충격패를 기점으로 끝없이 추락한 뒤 끝내 동메달 결정전마저 패하며 노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반면 한일전 승리 후 탄력을 받은 일본은 결승에서 미국마저 잡으며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어, 초라한 한국의 성적표와 더욱 대조됐다.
남자 탁구 단체전도 일본을 넘지 못했다.
이상수(삼성생명), 정영식, 장우진(이상 미래에셋)으로 구성된 남자 탁구대표팀은 남자 탁구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1-3으로 졌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 받았던 한국은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힘든 경기를 펼쳤다. 기대했던 1경기 복식을 내준 뒤 단식에서도 2경기와 4경기를 내주며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 탁구의 처음이자 마지막 메달을 일본에 빼앗겼다.
열세라 여겼던 한국에 2차례나 완승을 거둔 하리모토 도모카즈는 일본 스타로 떠올랐다.
숙명의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이지만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답게 하나로 뭉친 아름다운 모습도 있었다.
오진혁(현대제철),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경북일고)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은 남자 단체전 4강에서 일본을, 결승에서 대만을 각각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일본 선수들은 4강에서 자신들을 꺾고 정상까지 오른 한국에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한국 선수들 역시 일본 선수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이어 사이좋게 '셀카'까지 찍으며 승부의 세계를 넘어선 끈끈한 우정을 확인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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