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알뜰폰' 효과, 고스란히 이통3사로?..중소 알뜰폰 하소연
국내 이동통신 3사의 극한경쟁 구도가 알뜰폰(MVNO)으로 전장을 옮겼다. 알뜰폰 가입자 1000만 시대를 앞두고 이통3사 과점 체제가 균열을 내는 듯 했지만, 결국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로 '가입자 유치전'이 전환된 모양새다. 일각에선 알뜰폰 가입자를 타깃으로 한 '불법 마케팅'까지 벌어져 영세 알뜰폰의 설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3사 자회사의 지배력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LG유플러스가 지난 6일 발표한 2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이 회사의 무선 가입자 1719만8000명 중 알뜰폰은 235만7000명으로 13.7%를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 말과 비교하면 MNO(이동통신) 가입자는 1년 새 29만6000명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MVNO 가입자는 131만4000명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져도 MNO는 1년 새 2.0%에 불과했지만, MVNO는 79.4%에 달했다.
이통사의 알뜰폰 비중 증가는 LG유플러스만의 일은 아니다. 현재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 등 계열사에서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들이 시장 확대를 주도한다는 평가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일 발간한 '2021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휴대전화 서비스용 알뜰폰 가입자(606만명) 중 45.7%(277만명)는 이통3사 자회사인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이통3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37%였던 것에 비하면 1년6개월 만에 점유율을 10% 가까이 늘린 셈이다.
더욱이 이통사의 '알뜰폰'을 타깃으로 한 과도한 마케팅도 논란이다. 이날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일부 이통사 유통망에서 알뜰폰 가입자에게 삼성전자 중저가폰인 '갤럭시A32' '갤럭시A12'을 공짜폰으로 제시하거나 10만원 안팎의 현금 페이백 또는 상품권을 지급하는 혜택을 내건 것으로 파악됐다.
가입자가 제시한 단말기를 선택한 뒤 갈아타고, 또 수개월 이상 회선을 유지하며 일정량 이상의 통화 및 데이터를 사용하는 등의 조건을 뒀다. 이는 현행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공시지원금 및 추가지원금 범위를 벗어나는 마케팅으로, 주로 전화 또는 온라인 채널 마케팅을 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통사들이 알뜰폰에 빼앗긴 고객을 되찾기 위한 '소모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력이 탄탄한 이통사들이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로선 가입자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결국 중소 알뜰폰 사업자로선 성장하는 시장의 과실은 주로 이통사 자회사에 내주거나 기존 고객을 이통사에 빼앗기는 형국이다. 작년 10월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서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이 "이통3사의 알뜰폰 철수"를 공개 요구한 배경이다.
한편 이통 3사 지회사 집중 현상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입법조사처는 "이통3사로부터 망을 임대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은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동통신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사업 취지에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이통3사 알뜰폰 계열사의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등 제도 개선 주장도 제기되지만, 규제당국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입법조사처에 "이통3사 계열사의 알뜰폰 점유율 확대로 인한 이통시장 공정경쟁 저해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필요성은 있지만,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쟁환경 개선 효과와 기존 이통사 계열사의 이용자 편익 침해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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