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소2'는 다저스 시절 그레인키가 될 수 있을까

조진호 기자 2021. 8.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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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여전히 ‘매력덩어리’지만 커쇼와 함께 다저스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던 시절의 그레인키는 팬들에게 특별한 기쁨을 주는 투수였다. 유난히 심성 착해보이는(?) 커쇼가 고비에서 무너지기라도 하면, 그레인키는 다음날 어김없이 특유의 시크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라 분위기를 반전시키곤 했다. 팀의 연패를 끊는 ‘또 한명의 에이스’…, 그레인키의 존재감이었다.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에이스 ‘블레이드&소울 2’(블소2)이 26일 출격한다. 당연히 최근 ‘오딘’에게 빼앗긴 왕좌 탈환과 함께, 올들어 연이은 돌발 이슈로 가라앉는 엔씨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임무가 주어졌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2월 열린 쇼케이스에서 “‘블소2’를 통해 MMORPG 영역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새로운 액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빼앗긴 왕좌’ 탈환할까

‘블소2’의 원작인 PC온라인게임 ‘블레이드&소울’은 ‘리니지’, ‘아이온’과 더불어 엔씨소프트의 ‘3개의 창’(핵심 IP)으로 꼽힌다.

2012년 출시돼 지금까지도 많은 팬층을 보유한 원작의 후광 효과로 ‘블소2’의 초반 흥행은 예약된거나 다름없는 상황. 특히 ‘블소’가 ‘리니지’나 ‘아이온’에 비해 2030층을 중심으로 더 폭넓은 이용자층을 갖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는 ‘블소2’의 흥행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이를 입증하듯 ‘블소2’의 사전예약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엔씨에 따르면 지난 19일 종료한 ‘블소2’ 사전예약에는 746만명이 참여했다. 이는 ‘리니지2M’(738만)을 넘는 국내 최다 사전예약 기록이다. 오랫동안 지켜오던 모바일 왕좌에서 밀려나면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엔씨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택진이형 자존심’ 세울까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상대가 ‘오딘’이란 점이다. 공교롭게도 두 게임은 최고의 그래픽 기술을 활용한 비주얼, 거대한 스케일의 오픈월드, 방대한 콘텐츠는 물론 PC 연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분이 겹친다.

엔씨의 게임개발총괄인 CCO(최고창의력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택진 대표는 지난 2월 열린 쇼케이스에서 “액션에 관해서는 정점을 찍는 것을 목표로 개발했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블소2’를 통해 MMORPG 영역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새로운 액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엔씨는 ‘블소2’에 새로운 전투 시스템을 도입해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공언했다. 예를들어, 이용자는 적의 공격을 눈으로 보고 막거나 피할 수 있으며, 무공의 연계기를 구사하는 등 디테일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국내 모바일 MMORPG 장르에서 적의 공격을 막고 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건 ‘블소2’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원작이 가지고 있던 ‘경공’의 의미도 새롭게 부여했다. 질주나 하늘을 나는 것이 단지 이동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로 연결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눈여겨볼 것은 ‘오딘’을 개발한 라이온하트 김재영 대표 역시 지난 5월 쇼케이스 당시 “MMORPG의 새로운 정점을 찍겠다”고 공언한 점이다. 서비스를 맡은 카카오게임즈 조계현 대표도 “최고의 그래픽과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무장한 2021년 최고의 게임”이라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개발자로서 김택진 대표의 자긍심에 대한 ‘명백한 도전장’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엔씨는 ‘블소2’에 왕좌 탈환 이상의 결과물을 기대하고 출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사업 모델’ 보여줄까

엔씨는 올해 상반기 여러 악재가 이어졌다.

지난 1월 대표작 ‘리니지M’의 강화시스템 업데이트에서 돌출된 논란과 사후 대처 과정에서 불거진 이용자들의 불만은 결국 핵심 팬층인 ‘린저씨’까지 합세한 트럭 시위로 이어졌을 만큼 여론의 포화를 맞았다.

회사 측은 부인하지만 1분기 ‘리니지M’·‘리니지2M’을 합한 모바일 매출은 324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최근 다섯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5월 출시된 ‘트릭스터M’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당초 ‘귀여운 리니지’라는 이미지로 2030 이용자를 타깃으로 했지만, 오히려 비지니스 모델(BM) 등에서 ‘리니지’의 시스템과 유사한 측면이 강조되며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리니지’가 한국형 MMORPG의 정형을 만든 게임인 만큼, 갈수록 커지는 ‘리니지식 과금정책’에 대한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은 엔씨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엔씨가 ‘블소2’의 BM 등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할지는 ‘블소2’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블소2’의 정상 탈환 여부는 게임업계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블소2’의 흥행과는 별개로 엔씨식 BM(비즈니스모델)이 얼마나, 어떻게 바뀔지에도 게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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