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롬 사라진 NL 사이영 레이스, 이제는 '춘추 전국시대'[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절대강자가 사라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가 '춘추 전국시대'로 향하고 있다.
2021시즌 전반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돋보인 투수는 단연 제이콥 디그롬(NYM)이었다. 디그롬은 15경기에 선발등판해 92이닝을 투구하며 7승 2패,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했다. 마지막 15번째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00을 넘어선 디그롬은 시즌 개막부터 7월 7일(이하 한국시간)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자신만 홀로 '다른 차원'에 있는듯한 믿을 수 없는 성적을 쓰던 디그롬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옆구리 통증으로 4-5월 잠시 결장하기도 했던 디그롬은 7월 8일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고 후반기 시작과 함께 우측 팔뚝 긴장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등록됐다. 올시즌 내 복귀할 가능성은 있지만 규정이닝을 채울 가능성은 없다. 야구 역사를 새로 쓸 것 같았던 디그롬은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이탈했다.
디그롬이 이탈하자 그에게 가려져있던 '인간계 최고' 투수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내셔널리그에서는 8월 9일까지 총 10명의 투수가 규정이닝을 충족시키며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이하 기록 8/9 기준).
평균자책점 1위는 9일 시즌 12승에 성공한 워커 뷸러(LAD)다. 뷸러는 올시즌 23경기에 선발등판해 147.2이닝을 투구했고 12승 2패, 평균자책점 2.13, 152탈삼진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91, WHIP는 0.93. 평균자책점 1위, 다승 3위, 이닝 2위, 탈삼진 공동 8위, WHIP 4위, 피안타율 5위다. 전 부문에 걸쳐 고르게 성적을 쌓은 뷸러는 올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유력 후보 중 하나다.
뷸러의 가장 큰 적은 올시즌 눈에 띄게 발전한 탈삼진 능력을 보이고 있는 잭 윌러(PHI)다. 윌러는 23경기에 선발등판해 156이닝을 투구했고 10승 6패, 평균자책점 2.42, 181탈삼진, 피안타율 0.212, WHIP 0.99를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피안타율, WHIP 등 여러 부문에서 뷸러보다 못하지만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탈삼진도 1위다. 무엇보다 완투를 3번, 완봉승을 2번이나 기록했다. 두 차례 완봉승은 모두 7이닝 더블헤더가 아닌 9이닝 경기에서 거뒀다.
뷸러와 윌러가 가장 앞서있지만 다른 투수들도 만만치 않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브랜든 우드러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케빈 가우스먼도 매우 뛰어난 모습이다. 우드러프는 22경기에서 137.1이닝을 투구하며 7승 6패, 평균자책점 2.23, 160탈삼진, 피안타율 0.182, WHIP 0.89를 기록했다. 가우스먼은 22경기에서 132.1이닝을 투구하며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1, 157탈삼진, 피안타율 0.181, WHIP 0.94를 기록했다. 우드러프는 승수가 모자란 것이 아쉽고 가우스먼은 이닝 소화 페이스가 조금 아쉽다.
맥스 슈어저(LAD, 20G 118IP, 9-4, ERA 2.75, 157K)와 웨이드 마일리(CIN, 20G 121IP, 9-4, ERA 2.75, 93K), 마커스 스트로먼(NYM, 23G 127IP, 7-11, ERA 2.83, 106K), 조 머스그로브(SD, 22G 122.1IP, 7-7, ERA 2.87, 139K), 코빈 번스(MIL, 19G 113IP, 6-4, ERA 2.39, 157K)도 상당히 뛰어난 피칭을 하고 있다. 다만 다승과 이닝, 평균자책점 등 여러 부문에서 앞서 언급된 선수들보다 경쟁력이 조금 부족한 상황이다.
프레디 페랄타(MIL)는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페랄타는 21경기에서 114이닝을 투구하며 8승 3패, 평균자책점 2.21, 154탈삼진, 피안타율 0.136, WHIP 0.89를 기록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아니지만 탈삼진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고 피안타율이 압도적으로 낮다(2위 가우스먼 0.181). 대신 볼넷이 많은 것이 단점이지만 평균자책점이 현재 2위고 탈삼진도 2위인 우드러프와 6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닝 수에서 다소 밀리더라도 다른 부문에서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낸다면 사이영상에 다가설 수도 있다.
2021시즌은 이제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벌써 반환점을 한참 지났지만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현재는 평균자책점 TOP 10이 아닌 선수들 중에서도 페이스를 확실하게 끌어올리는 이가 나올 수도 있다.
디그롬의 이탈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는 더이상 '뻔한 승부'가 아니게 됐다. 과연 남은 후반기를 누가 가장 강력하게 버텨낼지, 마지막에 웃는 선수는 누구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왼쪽부터 워커 뷸러, 잭 윌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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