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야구 4등과 배구·우상혁 4등에 왜 온도차가 다를까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똑같은 4등이다. 야구대표팀의 4등과 여자 배구대표팀, 높이뛰기 우상혁, 다이빙 우하람의 4등은 올림픽에서 모두 같은 성적이다.
하지만 온도차가 확연하다. 야구대표팀에는 엄청난 비난이, 다른 4등에게는 ‘투혼’, ‘감동’ 등의 수식어가 먼저 붙는다.
어쩌면 당연하다. 시작전부터 말도 안되는 잡음과 태도 논란 등 수많은 요소들이 겹쳐 한국 스포츠 No.1으로서 가져야할 책임과 기대를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 즐비한 야구, 인기도만큼 큰 기대
야구대표팀의 선수 하나하나가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대표팀 선수들의 올해 연봉 총합계는 110억8500만원에 달한다. 양의지가 15억원, 오승환이 11억원, 허경민 10억원 등 10억원 이상의 선수들도 4명이나 되는 수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도 봐도 연봉이 이 정도 되는 선수는 몇 없다. 이렇게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곧 그만큼 관심도와 인기가 크다는 것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가 있지 않은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실제로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는 단연 한국 No.1 인기스포츠다. 축구, 배구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인기다. 시장가치도 타 스포츠를 압도한다. 모든 스포츠들이 부러워하는 인기다.
이렇게 돈도 많이 받고 인기도 많은데 성적이 안좋으니 비판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마지막으로 야구가 채택됐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우승을 차지했고 이를 계기로 야구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었다.
▶시작전부터 대표선수들의 음주-방역수칙 위반 파문
게다가 야구대표팀은 올림픽이 시작되기도 전에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팀 명단 구성부터 강재민, 정은원 등 리그에서 최고 활약을 보여주던 선수들이 빠지며 논란이 됐다. 물론 선수 구성은 감독 권한이지만 유달리 잡음이 심했다.
또한 대회를 약 2주앞둔 시점에서는 NC, 두산, 한화, 키움 등의 선수들이 방역수칙을 어긴 부분이 크게 화제가 됐다. 특히 몇몇 선수들은 호텔방에서 음주파티를 벌이고 심지어 여성과 함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선수도 나왔고 이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국가대표 박민우와 한현희까지 이 사태로 인해 스스로 국가대표를 내려놓는 일까지 벌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던 상황에서 인기 스포츠 야구 선수들이 방역수칙을 어긴 것은 물론 부정까지 저질렀으니 단순히 스포츠팬들을 넘어 사회적 지탄이 이어졌다.
대체발탁한 선수가 오승환이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오승환은 불법도박으로 인해 징계를 받았던 선수며 그 사건으로 인해 일명 ‘오승환법’이 만들어져 불법도박을 한 선수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오승환법’을 만든 오승환이 국가대표로 들어가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이 모든 것이 올림픽을 시작도 하기전에 일어났으니 당연히 야구대표팀은 시작 전부터 여론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메달을 따도 축하해줄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됐다.
▶대만도 없고 중남미팀 빠지고, 6팀밖에 없는데
게다가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올림픽 야구에서 한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팀들이 다수 빠졌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1-0으로 겨우 이긴 캐나다는 물론 항상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힘들게 하는 대만, 푸에트리코, 멕시코 등의 야구대표팀이 빠졌다.
고작 6개팀만 참가했고 6개팀 중에 3위 안에만 들면 되는 상황에서 올림픽에 참가했던 것. 예전 올림픽에 비해 메달 획득 난이도는 분명 낮았다.
하지만 김경문호는 무너졌다. 게다가 이번에는 정말 특이한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대 3번을 져도 우승이 가능한 대진으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일본이 자신들이 행여 떨어질까봐 만든 대진’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이 이 대진에 최대 수혜자였다. 한국은 무려 3패를 하고도 동메달 결정전까지 갈 수 있었다.
참가팀도 적고, 대진 방식도 매우 유리한 모든 상황에서 김경문호는 현대야구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야구를 했다. 대회 후 ‘상대 분석이 부족했다’, ‘강한 2번, 시프트 등이 부족했다’와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위 ‘올드스쿨’식 야구로 실패를 맛봤다는 비판이며 이는 분명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강백호 ‘껌’ 논란과 대비되는 다른 4등 선수들의 투혼
심지어 대표팀의 핵심선수인 강백호가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 공화국 전에서 팀이 지고 있는데도 응원하고 열심히 준舟歐穗쩡엿?껌을 씹으며 멍하게 경기를 보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잡혀 큰 논란이 됐다.
물론 한번 우연히 찍힌 장면일 수 있지만 국민들은 야구대표팀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강백호의 껌논란에 투영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김연경의 여자배구대표팀이나 우하람, 우상혁 등 다른 4위들은 정말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해보려는 열정과 투혼을 유감없이 보여줬기에 확연히 대비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우상혁, 우하람 등의 높이뛰기-다이빙 종목은 소위 ‘비인기 종목’으로 관심도가 확연히 떨어진다. 당연히 지원이나 환경이 야구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두 선수는 한국 스포츠의 볼모지였던 육상과 수영 종목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한국 체육사를 새로 썼기에 같은 4위이지만 그 대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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