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결산⑮]文도 바이든도 관중도 없었다..'초라한 잔치'로 끝난 日도쿄올림픽

김예진 2021. 8. 1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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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서 홍보했는데..참석 국가·기관 정상급 고작 15명
文대통령도 막판 불참 결정..한일 관계 개선도 '빈손'
'부흥올림픽', '코로나 이긴 증거'..놓친 두 마리 토끼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8일 오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1.08.0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코로나19 전쟁 속 일본 정부가 공을 들였던 도쿄올림픽은 손님이 없는 초라한 잔치로 끝이 났다. 대부분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으며 각국의 정상들도 최저 규모만이 참석했다. 아쉬운 성과로 막을 내렸다.

G7서 홍보했는데…참석 국가·기관 정상급 고작 15명


"모든 정상으로부터 매우 강한 지지를 받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다녀온 후 내각 회의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한 지지를 받았다고 성과를 어필했다.

코로나19 속 도쿄올림픽 취소 여론을 잠재우고 개최 강행을 위한 좋은 재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G7 정상 가운데서 도쿄올림픽에 참석한 인사는 2024년 파리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뿐이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올림픽 개최 취소 요구 여론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외국 정상 중 스가 총리를 가장 먼저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이처럼 일본과의 동맹을 강조했던 바이든 대통령조차 오지 않았다. 자신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를 대신 보냈다.

‘핵심 동맹국’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참석을 기대했던 일본은 쓴 맛을 봤다.

스가 총리는 지난 3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바이든 대통령 도쿄올림픽 초청 여부에 대해 "당연히 그렇게 된다"며 의욕을 보였다.

아사히 신문이 일본 총리 관저 간부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일 정상회담 당시 스가 총리가 방일을 타진했으나 명확한 답변이 없었다. 미국 측은 애초부터 상정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일본 측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방일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불법이민 문제 책임자로서 대응 이 급해 쉽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방일한 국가·기관 정상급 인사는 고작 15명에 불과했다.

일본 측은 스가 총리와 도쿄올림픽 개막식 전후로 방일한 외국 정상들과의 '마라톤 회담'을 기대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 "조깅 회담 정도가 되는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스가 총리가 도쿄올림픽 성과로 내세울 수 있었던 스포츠 외교는 강을 건넜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도 막판 불참 결정…한일 관계 개선 성과도 '빈손'


도쿄올림픽 개막이 가까워 질수록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에 관심이 집중됐다. 최악 수준인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참석이 불확실한 가운데 외교적인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일본 측도 문 대통령의 방일이 절박했다.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 대통령의 방일은 그나마 꼽을 수 있는 도쿄올림픽 흥행을 위한 마지막 카드였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은 한일 관계 개선 역할도 하지 못했다.

당초 양국은 문 대통령의 방일에 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답례 차원에서 방일이 논의된 듯하다.

그래서인지 협의가 계속되고 있는 도중 일본 언론에서는 관련 보도가 계속 나왔다. "문 대통령 참석 조율 중이다" "문 대통령이 참석하면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전망이다" 등의 보도가 잇따랐다.

물밑 협의 과정에서 일본 측은 한국이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막판까지 협의가 지속되자 언론을 이용해 일본이 자국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지지율이 저조한 스가 총리의 이른바 '언론 플레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우리 정부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달 11일 "최근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대통령의 올림픽 참석 문제나 한일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듯한 인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외교부 측은 양국 협의 내용이 일방적으로 일본 언론에 유출되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는 협의 지속이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도쿄올림픽은 '독도' 현안까지 다시 달궈 양국 관계는 개선되기는 커녕 더 불투명해져 갔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땅으로 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지난달 13일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 결정한 2021년판 방위백서가 기름을 부었다. 또 다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억지 주장이 실렸기 때문이다.

일본 측이 내놓는 잇따른 악재에 문 대통령 방일에 대한 부정적인 한국 여론도 커져만 갔다.

특히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는 문 대통령 방일 무산에 결정타가 됐다. 그가 기자와의 오찬에서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관련 행보를 '성적인 행위'에 비유해 발언했다는 사실이 지난달 16일 언론에 보도됐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가 주의를 줬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파문은 커져만 갔고 그는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귀국 명령을 받았다.

결국 지난달 19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방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기대됐던 한일 관계 개선 성과도 놓치게 됐다.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8일 오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오륜기가 내려오고 있다. 2021.08.08. 20hwan@newsis.com

'부흥올림픽', '코로나19에 이긴 증거'…놓친 두 마리 토끼


사상 첫 무관중 경기를 실시하게 된 도쿄올림픽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인류가 코로나19에 이긴 증거"라고 홍보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역경에서 회복해 부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부흥올림픽’은 점차 잊혀졌다. 도쿄올림픽 유치 당시 내세웠던 슬로건이 빛바랜 것이다.

또한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에서 실시되는 경기도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해 '부흥 올림픽' 개최 이념과 부흥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커졌다.

후쿠시마(福島) 지역 방송인 후쿠시마 주오(中央) TV는 "세계에 알려야 할 부흥올림픽의 의의는 어딘가 옅어졌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코로나19로 올림픽의 모습이 변했다면서 동일본대지진 재해 지역인 이와테(岩手)현의 한 어업 관계자를 인용해 "재해지로서 올림픽 혜택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테현 구지(久慈)시의 시장 엔도 조지(遠藤譲一)도 "코로나19가 전면에 나오면서 부흥올림픽 이념이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감염 상황이 최악 수준으로 치닫으면서 도쿄올림픽을 코로나19에 이겼다는 증거로 홍보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폐막일인 지난 8일 일본의 신규 확진자 수는 1만4472명에 달했다. 6일 연속 1만2000명을 넘었다.

특히 도쿄올림픽 개막일인 지난달 23일 4225명에 비해 8일 신규 확진자 수는 3.4배에 달했다.

도쿄올림픽은 외국에서 방일한 선수, 관계자들을 자국민과 격리하는 '버블방역'을 채택했다.

일본 측은 도쿄올림픽과 자국 내 신규 확진자 수의 상관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 내 감염 급확산의 큰 원인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탓이 크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을 '코로나19에 이긴 증거'라는 슬로건도 무색하게 된 상황이다.

1년 연기되며 코로나19의 역경을 딛고 열린 도쿄올림픽은 아쉬운 성과를 뒤로 하고 막을 내리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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