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4번째 펑크, 2500만명 접종 차질

김민정 기자 2021. 8. 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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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온다던 모더나 850만회분.. 그중 '절반 이하'만 들어오게 돼
50대 690만, 18~49세 1526만명 접종 간격 4주서 6주로 늘어나

7월 공급 차질을 빚었던 모더나 백신이 결국 ‘펑크’를 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지난 6일 저녁) 모더나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 여파로 8월 계획한 물량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를 공급하겠다고 알려왔다”고 9일 밝혔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절반 이하’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물량에 대해선 “계약상 비밀”이라면서 밝히지 않았다. 연내 4000만회분이 들어올 것이라던 모더나 백신 도입 일정이 불투명한 형국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고교 3학년 학생들 백신 2차 접종 시작 -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1일 앞둔 9일, 서울 노원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 백신접종센터에서 고교 3학년 학생들이 백신 2차 접종 후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고 3 수험생에 대한 백신 2차 접종은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

모더나 공급 일정이 틀어지면서 화이자 접종 일정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공급 상황이 불확실해지면서 한시적으로 화이자·모더나 백신 1·2차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6주까지 늘린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이후부터 9월까지 화이자·모더나 백신 2차 접종이 예정된 50대 690만6000명과 18~49세 1526만4000명을 포함, 총 2511만명 2차 접종 일정을 일괄적으로 2주 미루겠다는 뜻이다.

모더나 백신과 관련해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와 화상 통화를 가진 뒤 “4000만회분을 2021년 2분기부터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2분기가 끝나가던 올 6월에야 11만2000회분이 들어왔다. 다음으로 7월 중순 들어온다던 물량이 7월 하순으로, 이어 7월 하순 물량은 다시 8월로 밀렸다. 이번까지 합치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4번이나 식언(食言)을 늘어놓은 셈이다.

앞서 권덕철 장관이 지난달 27일 모더나와 화상회의를 열고 “8월에 차질 없게 공급하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지난 2일 “8~9월 백신 물량은 차질 없이 도입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여당 대표와 총리가 최근까지 잇따라 “8월 들어올 모더나 백신 850만회분은 제때 공급되도록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강조했으나, 열흘 만인 이날 전부 뒤집히면서 국민만 불편을 떠안게 됐다.

2차접종 8주 뒤로 밀린 국민도 있는데… 文 “집단면역 앞당길것”

회사원 홍모(55)씨는 지난달 15일 백신 ‘예약 시스템 먹통’ 탓에 새벽 4시까지 밤샘 예약을 시도한 끝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당시 예약된 백신은 모더나였다. 그런데 사흘 뒤 휴대전화로 백신이 화이자로 바뀌었다는 통보가 왔다. 그래서 7월 29일 화이자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일은 8월 26일. 그리고 9일 우연히 예약 시스템에 들어가 보니 접종일이 9월 9일로 2주 미뤄져 있었다. 아무런 통보도 없이 바뀐 것이다. 홍씨는 “예약 때부터 골탕을 먹이더니 종류도 맘대로 바꾸고, 이번엔 간격도 몰래 바꿔놓느냐”고 말했다.

◇8주까지 접종 간격 연기된 사람도

6개월가량 뒤늦은 차례를 기다렸던 50대 이하 연령층이 정부의 갈팡질팡한 접종 계획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모더나 공급 차질 후폭풍으로 모더나와 화이자 1~2차 접종 간격이 3~4주에서 2주 이상 지연된 대상자는 2511만명에 이른다. 8주를 더 기다려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모씨는 “지난달 26일 화이자를 맞고, 8월 23일 2차 접종을 받기로 돼 있었는데 쿠브(COOV) 앱으로 확인해보니 9월 20일로 잡혀 있더라”고 했다.

당초 예방접종전문위가 허용한 접종 간격은 ‘최대 6주’. 이씨처럼 8주 간격은 전문위 결정도 따르지 않은 변경에 해당한다. 질병관리청은 “(8주 연장은)간격을 일괄 2주 뒤로 미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면서 “곧 6주 내로 재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지난 3일 화이자 잔여 백신을 맞았다는 신모(28)씨는 “2차 접종을 뒤로 미루면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면서 “2차 접종일이 갑자기 바뀌면 직장에 백신 휴가 일정을 다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모더나 수급 불안 문제는 7월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55~59세 국민 예방접종 예약을 받던 지난달 12일 느닷없이 “확보한 모더나 물량 185만명분이 모두 마감됐다”며 예약을 일방 중단한 데 이어 접종 일정도 1주일씩 연기했다. 그 1주일 뒤엔 다시 “지난주 들어왔어야 할 모더나 백신이 7월 마지막 주로 밀리면서 50대 접종에 모더나 외에 화이자도 함께 투입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도 모더나 2차 접종 일정 변경을 예고 없이 강제 통보했다.

◇”백신 차질 없다”더니 번번이 차질

문제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모더나 백신과 관련해 정부는 사실상 식언(食言)을 거듭했다. 정부는 작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모더나 백신 4000만회분을 공급받는다”면서 “공급 시기도 당초 3분기에서 2분기로 당기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2분기 실제 들어온 물량은 약속 물량의 2.8%에 그쳤다. “‘면피성’ 공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백신 조기 확보 실패로 접종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하반기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노바백스 백신은 미국 사용 승인이 밀리며 언제 공급이 가능할지 기약이 없고, 이번 모더나 수급 차질로 “정부 말을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총리가 “8월 공급 물량 850만회분은 제때 도입된다”고 장담했지만 열흘 만인 9일 정부는 “송구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2차 접종 연기되면 델타 변이 공격 취약

모더나 공급 차질로 이달 16일 이후 화이자·모더나 2차 접종이 예정된 이들은 접종 간격이 6주로 일괄 조정된다. 50대 대상자 690만여 명 2차 접종은 8월 넷째 주에서 9월 둘째 주로 밀리고, 9일부터 접종 예약이 시작된 18~49세 대상자 1526만여 명도 애초 9월 넷째 주부터 10월 둘째 주로 2차 접종이 연기됐다. 이 밖에 지자체 자율 접종 대상자 199만여 명, 사업장 자체 접종 대상자 32만여 명 등도 줄줄이 연기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초3~중3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직원 58만여 명은 접종 간격이 3주에서 5주로 연장돼 이달 마지막 주에 2차 접종을 받는다.

문제는 델타 변이가 한창 유행하는 와중에 2차 접종 시기가 뒤로 밀렸다는 점이다.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만 받으면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35.6%인데, 2차 접종까지 받으면 88%까지 오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1·2차 접종 간격이 길어져 델타 변이에 노출될 위험성도 그만큼 커졌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백신 수급 문제 때문에 자의적으로 접종 간격을 늘린 것에 대해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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