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휴전' 하루만에.. 이재명-이낙연 다시 갈등 양상
허동준 기자 2021. 8. 10. 03:01
이낙연, 지사직 사퇴 거론 공세, "이재명 개인 홍보에 세금 들어가"
이재명측 "대포 쏜다면 반격 고민".. 네거티브 재개 가능성 열어놔
당내부 李-李싸움에 불안한 시선.. "비호감도 올라가 본선 타격 걱정"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네거티브 중단’을 약속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날 선 설전을 벌였다. 양측은 9일 오전부터 각각 도지사 사퇴론과 경선 불복 논란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갔다. “이러다 본선에서 역풍 맞는다”는 당내 위기의식 속에서 일단 겉으론 휴전에 나섰지만 여전히 전운이 감도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각 캠프들이 ‘내검남네’(내가 하면 검증, 남이 하면 네거티브)의 늪에 빠져 감정싸움을 반복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李-李 하루 만에 다시 ‘으르렁’
이 전 대표는 9일 오전 TBS 라디오에서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 논란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분명한 것은 도정을 뛰어넘는 개인 홍보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공방을 자제하자고 하는 마당에 굳이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 지사 측 캠프를 두고) 흔히 도청캠프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안 듣게 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캠프 정책본부장인 정태호 의원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도지사직 유지에 대해 “잘못하면 권한 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 지사 캠프 측은 지사직 유지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이 지사 캠프 대변인 박성준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도지사의 책임과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의 일관된 원칙을 위해 지사직을 유지해서 선거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앞으로 네거티브 전면전이 재개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현 상황을 ‘휴전 상태’로 규정하며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상대방이 소총 한 번 쏜 것 가지고 (반격을) 하진 않겠지만 갑자기 미사일을 쏜다, 대포를 쏜다 그러면 그때는 (네거티브 재개를)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양측의 신경전에 지지자들까지 가세해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이 전 대표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은 최근 자신을 이 지사 지지자라고 주장하는 인물로부터 “이 지사를 지지하지 않을 경우 윤 의원 가족은 물론이고 보좌진과 기자들에게까지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성 e메일을 받아 경찰에 고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 與 “집안싸움에 본선 말아 먹을라”
양 캠프가 여전히 감정싸움을 이어가는 데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모두 지지율 측면에서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집안싸움에서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라고 했다.
실제 이 지사가 갑자기 네거티브 중단을 선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데도 이 같은 우려가 배경에 깔려 있다. 경선이 시작되면 자연스레 지지율이 오를 거라 기대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갤럽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23∼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비 경선을 거치면서 반등을 시작했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쳐 10%대에 멈춰 섰다. 이 전 대표는 9일 TBS 라디오에서 “주가도 많이 오르면 그 다음에 조정기를 맞는 것처럼 지금 그런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7월 한 달 많이 오르다가 지금은 조정되고 있는 정체 기간 같다”고 자평했다.
특히 각 캠프는 ‘백제 발언’을 비롯한 지역주의와 1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의혹 등 네거티브 공방이 부각되면서 당과 후보 개인의 비호감도만 커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결국엔 이런 점들이 본선에서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군소후보들도 네거티브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카드’까지 꺼내들며 네거티브 근절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이낙연 캠프는 네거티브 정쟁의 책임자들을 즉각 캠프에서 내보내야 한다”며 “당도 흑색선전을 퍼뜨린 양측 관계자를 즉각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관 의원은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 설훈 의원에 대한 선제적이며 명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자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나 경선과 관련해 이 전 대표의 의견을 들었다.
이재명측 "대포 쏜다면 반격 고민".. 네거티브 재개 가능성 열어놔
당내부 李-李싸움에 불안한 시선.. "비호감도 올라가 본선 타격 걱정"
공사현장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9일 경기 여주시 반려동물테마파크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날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이 지사 측은 이날 “(상대방이) 갑자기 미사일을 쏜다, 대포를 쏜다고 하면 (네거티브 재개를) 고민할 수 있다”며 이낙연 전 대표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여주=뉴시스 |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네거티브 중단’을 약속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날 선 설전을 벌였다. 양측은 9일 오전부터 각각 도지사 사퇴론과 경선 불복 논란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갔다. “이러다 본선에서 역풍 맞는다”는 당내 위기의식 속에서 일단 겉으론 휴전에 나섰지만 여전히 전운이 감도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각 캠프들이 ‘내검남네’(내가 하면 검증, 남이 하면 네거티브)의 늪에 빠져 감정싸움을 반복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李-李 하루 만에 다시 ‘으르렁’
이 전 대표는 9일 오전 TBS 라디오에서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 논란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분명한 것은 도정을 뛰어넘는 개인 홍보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공방을 자제하자고 하는 마당에 굳이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 지사 측 캠프를 두고) 흔히 도청캠프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안 듣게 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캠프 정책본부장인 정태호 의원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도지사직 유지에 대해 “잘못하면 권한 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계 만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오른쪽)가 9일 공무원연맹, 교사연맹, 소방발전협의회, 경찰협의회 간담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개인의 홍보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며 지사직 사퇴론을 이어갔다. 사진공동취재단 |
반면 이 지사 캠프 측은 지사직 유지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이 지사 캠프 대변인 박성준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도지사의 책임과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의 일관된 원칙을 위해 지사직을 유지해서 선거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앞으로 네거티브 전면전이 재개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현 상황을 ‘휴전 상태’로 규정하며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상대방이 소총 한 번 쏜 것 가지고 (반격을) 하진 않겠지만 갑자기 미사일을 쏜다, 대포를 쏜다 그러면 그때는 (네거티브 재개를)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양측의 신경전에 지지자들까지 가세해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이 전 대표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은 최근 자신을 이 지사 지지자라고 주장하는 인물로부터 “이 지사를 지지하지 않을 경우 윤 의원 가족은 물론이고 보좌진과 기자들에게까지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성 e메일을 받아 경찰에 고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 與 “집안싸움에 본선 말아 먹을라”
양 캠프가 여전히 감정싸움을 이어가는 데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모두 지지율 측면에서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집안싸움에서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라고 했다.
실제 이 지사가 갑자기 네거티브 중단을 선제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데도 이 같은 우려가 배경에 깔려 있다. 경선이 시작되면 자연스레 지지율이 오를 거라 기대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갤럽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23∼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비 경선을 거치면서 반등을 시작했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쳐 10%대에 멈춰 섰다. 이 전 대표는 9일 TBS 라디오에서 “주가도 많이 오르면 그 다음에 조정기를 맞는 것처럼 지금 그런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7월 한 달 많이 오르다가 지금은 조정되고 있는 정체 기간 같다”고 자평했다.
특히 각 캠프는 ‘백제 발언’을 비롯한 지역주의와 1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의혹 등 네거티브 공방이 부각되면서 당과 후보 개인의 비호감도만 커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결국엔 이런 점들이 본선에서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군소후보들도 네거티브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카드’까지 꺼내들며 네거티브 근절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이낙연 캠프는 네거티브 정쟁의 책임자들을 즉각 캠프에서 내보내야 한다”며 “당도 흑색선전을 퍼뜨린 양측 관계자를 즉각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관 의원은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 설훈 의원에 대한 선제적이며 명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자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나 경선과 관련해 이 전 대표의 의견을 들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대출로 연명하던 中企… 이자 낼 돈도 이젠 바닥
- 모더나, 8월 절반도 안 오는데…文 “집단면역 앞당겨라”
- [단독]3000t급 잠수함 3번함 이름은 ‘신채호함’
- 이재용 부회장, 13일 가석방…재수감 207일만에 풀려나
- 與, 사사오입 종부세 강행…상위 2% ‘억단위 반올림’ 고수
- [사설]中企 절반 이자도 못 벌어, 좀비기업 퇴출 마냥 늦출 순 없다
- 네거티브 휴전 선언 하루만에…李李 ‘내검남네’ 으르렁
- 검증의 시험대 오른 尹, ‘투트랙 전략’으로 당내 견제 뚫는다
- 이준석 “지금 대선 치르면 5%P차 패배…2030 지지 끌어내야”
- 지방까지 심상찮은 집값…주거문제, 수도권보다 더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