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결정'에 외신 "정계·대중 지지 커진 탓"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다는 소식에 국내외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대권주자들의 입장은 엇갈렸고, 주요 외신들도 이 소식을 일제히 긴급 타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정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허가와 관련해 “법무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한 가운데, 당내 대권주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렸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입장문에서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평소 생각”이라며 “국정농단 공모 혐의에 대해 사면 아닌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재용 씨가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논란에 대해 “내가 보탤 말은 없다”, “대통령 말씀의 행간을 읽어보면 방향은 읽히는 것 같다”는 등 말을 아껴왔다.
정세균 전 총리는 가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며 “지난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구시대적 경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혁신경제 창달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민께 속죄하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나머지 주자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깃털같이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도 감당하지 못할까 봐 솜털같이 가볍게 공정을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국정농단 세력의 꿀단지가 된 정경유착 공범에 대한 2년 6개월의실형도 무겁다고 법무부가 조기 가석방의 시혜를 베푼 것은 ‘곱빼기 사법 특혜’”라고 강조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보수언론의 농간과 대권후보들의 암묵적 동의 속에 법무부가 이재용 가석방을 결정했다. 정말 한심한 일”이라며 “민주당이 촛불국민을 배신하고 기득권 카르텔과 손을 잡는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반대에 대한 뜻은 누차 밝혔다. 재벌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짧게 적었다.
AP·AFP통신 등은 이날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부터 판결 주요 내용, 수감 상황, 가석방 결정까지를 상세히 소개했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거대 기술기업에서 주요 전략적 결정이 부재하다는 우려 속에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정계·대중적 지지가 커졌다”고 이번 결정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국의 거대 기업 전반에 행사하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그의 가석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를 가열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내년 초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국의 정치·기업 풍경에 극적인 반전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이 통신은 “이번 결정은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지키는 것과 차기 대선을 앞둔 자신의 당을 돕는 것 사이의 문재인 대통령의 딜레마를 반영한다”며 “그러나 이전에 재벌들이 과거 대통령들의 사면을 받은 것과 달리, 가석방은 대통령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법무부 장관이 승인할 수 있기 때문에 덜 위험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외 주요 언론은 이 부회장의 업무 복귀 가능성도 조명했다.
CNN은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으로 선고받은 징역형 집행 종료 이후 5년간 취업을 제한한 한국 법을 들어 “이 부회장은 업무로 복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가 법무부에 예외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요 외신은 “이 부회장이 업무에 복귀하려면 법무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법률 전문가들은 횡령으로 여겨진 금액만큼 반환된 상황 등을 보면 이 부회장이 이를 얻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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