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6번째 아프간 주도 점령..정부군 속수무책

최서윤 기자 2021. 8. 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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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5곳 점령에 카불까지 함락 우려..남부 1곳 점령 후 칸다하르도 위협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2021년 8월 8일 정부군과 반군 탈레반이 교정하는 모습. 이날 결국 쿤두즈는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사진은 TOLONews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아프가니스탄 무장 조직 탈레반이 미군 철수 후 아프간 장악에 나선 가운데, 9일(현지시간) 6번째 주도가 함락됐다.

이날 탈레반 손에 넘어간 도시는 전날 함락된 쿤두즈 아래에 위치한 사망간주(州)의 주도 아이바크다.

이로써 탈레반은 나흘 만에 Δ님루즈주의 주도 자란즈 Δ주즈잔주 주도 셰베르간 Δ사레폴주 주도 사레폴 Δ쿤두즈주 주도 쿤두즈 Δ탁하르주 주도 탈로칸 등 6개 주도를 장악했다.

이란 국경 근처 남서부 님루즈의 자란즈를 제외하면 북부 주도 5곳을 차지한 셈이다.

아프가니스탄 북부는 미국 침공 전인 1990년대 탈레반의 무장 통치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했던 지역이다.

북방 점령이 아프간 정부의 생존에 결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부군이 이곳을 지켜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북부 장악…5개 주도 함락

AFP 통신에 따르면 세파툴라 사망가니 사망간주 부주지사는 이날 "이제 탈레반의 완전한 통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원로들이 주정부 측에 몇 주간 계속된 충돌 속에서 더 이상의 폭력은 없게 해달라고 간청했다"며 "주지사가 이를 수용하고 모든 병력을 철수했고, 탈레반은 교전 없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측도 대변인을 통해 아이바크 점령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로 탈레반이 북부 지역 5개 주도를 점령하면서, 아프간 정부가 북부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레반의 2인자이자 협상가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2021년 3월 1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아프간 평화 컨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아프가니스탄 북부는 90년대 무장 통치에 가장 강력한 저항을 보였던 반(反) 탈레반 거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져왔다. 몇몇 민병대가 이곳에서 발생했고, 대규모 군대가 모집되기도 했다.

이에 북부 장악은 탈레반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쿤두즈는 한때 탈레반의 북부 거점으로, 탈레반의 중요한 목표였다. 2015년과 2016년에 두 차례 탈환했지만 오래 지켜내지 못했다. 지난 5월 미군 철수가 시작되자 바로 공격을 개시했을 정도다.

이브라힘 튀리알 국제위기그룹 컨설턴트는 "쿤두즈 점령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탈레반 병력이 북부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장·선전 속 위협 고조

앞서 탈레반은 이날 대변인 발표를 통해 정부의 북부 지역 통제의 요충지인 발크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정부 당국자들과 주민들은 "탈레반이 주변 지역에서만 정부군과 충돌 중인데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발크지방경찰청도 성명을 내고 "탈레반이 선전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마자르이샤리프의 오랜 권력자 아타 모함마드 누어는 트위터를 통해 "절망스럽게 죽느니 존엄스럽게 죽겠다.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바쳐 저항할 것"이라며 탈레반과 끝까지 싸워 지역을 지켜낼 것을 맹세했다.

마자르이샤리프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도시이자 오랜 경제중심지로, 이곳이 함락되면 수도 카불의 북쪽 통제가 무너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AFP는 관측했다.

이 경우 아프간 정부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전날 아프간 3대 도시이자 북부 거점인 쿤두즈가 함락, 주정부 청사와 정부 기관들을 모두 탈레반이 점령한 상태다.

쿤두즈 주민 라흐마툴라(28)는 AFP에 "치안 상황이 좋지 않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도망쳤다"면서 "공포 영화 같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현재 남부에서도 칸다하르주 주도 칸다하르와 헬만드 주도 라슈카르가를 장악하기 위해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다. 두 지역은 미군이 아프간에 들어오자 반 탈레반 무장봉기를 일으킨 파슈툰족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칸다하르는 전통적인 탈레반의 거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특공대가 2021년 7월 7일 북부 쿤두즈에 모여 탈레반과의 교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쿤두즈는 결국 8월 8일 함락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한편 정부군도 세력이 밀리자 전투 상황을 다소 과장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사미 사다트 아프간 육군 215 군단장은 "탈레반이 점령 주인 집과 도로, 건물을 소탕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하루새 수백 명의 탈레반 전사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진위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으로, 정부군과 탈레반 양측 모두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탈레반은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인 1994년 남부 칸다하르주에서 결성된 극단주의 정치세력으로, 2001년 미국 침공 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율법에 따라 여성들에게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는 등 강압통치를 실시했다.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테러 이후 그해 10월 아프간을 침공, 최초의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켰다. 올해 9·11 20년을 앞두고 이달 말까지 군 병력 철수를 완료한다는 방침으로, 미군과 미·유럽 연합군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병력, 영국군이 함께 아프간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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