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4000조원 사회경제법안 공개..'촘촘한' 사회안전망 위해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 민주당이 무려 3조5000억 달러(4000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야심찬 사회경제법안을 9일 공개했다.
법안의 소요 재원 3조5000억 달러는 1년에 한꺼번에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별로 5년~10년에 걸쳐 매년 분할해서 조달하는 방식이지만 1년 평균 5000억 달러(570조원)의 추가 예산를 7년 계속 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연 5000억 달러는 미국의 1년 국방예산 7000억 달러의 70%에 해당된다. 공화당보다 진보적인 집권 민주당이 '한 세대 더 나아가 반백년 만에 한번 품어볼 수 있는 통큰 마음'으로 그간 머리 속에서만 품고있던 정책들을 거의 몽땅 꺼내놓은 법안이다.
목적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틈이 많고 헐렁한 미국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을 단단히 여며주고 확실하게 꾸려주자 것이다. 보수적 공화당이 비판하는 사회주의 내지 사회민주주의 기조가 뚜렷한데 민주당 내 온건파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앞장서고 강경 진보파인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이 실무를 맡아 추진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1조9000억 달러(2200조원)의 6차 코로나 긴급재난지원법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뒤 3월과 4월 차례로 '미국인 일자리 계획 법안'과 '미국인 가정의 계획을 위한 법안'을 내놓았다. 두 법에 소요되는 예산이 4조 달러(4500조원)였다.
평균 7년에 걸쳐있는 장기 예산법안이지만 미국 연방의 1년 예산이 비재량성 포함해 4조5000억 달러 정도인 점에 비춰보면 엄청난 '돈' 법안임이 확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두 법을 합쳐 '미국의 인프라 개혁'법이라 불렀다.
법안 성사를 위해 이 인프라 법은 두 인프라 법안으로 분리되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물리적 인프라 개선 법안과 다소 생소한 '휴먼' 인프라 구축 법안이 그것으로 이날 민주당 상원이 공개한 법안은 후자, 휴먼 인프라 법안이다.
물리적 인프라 개선 법안은 최근 십년간 미국서 보기 어려운 양당 참여로 6월 중순 첫 틀이 짜인 뒤 여러 고비를 넘기고 내일 8월10일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기존에 통과됐던 예산까지 합하면 1조 달러, 새로 마련해야 되는 예산 규모로는 5500억 달러(630조원)가 소요되는 물리적 인프라 법안은 미국 전역의 도로, 교량, 철도. 도시 철도, 항구, 공항, 전력망, 광대역 인터넷망 및 상수도관 망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이것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인 일자리 법안'에 포함된 것으로 인프라 개선을 통해 뉴딜 정책처럼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점이 20명에 가까운 공화화 상원의원의 찬성을 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인적 인프라 법안은 물리적 인프라 법안에 들어가지 못한 바이든의 '일자리 법안' 부분과 '미국인 가정을 위한 법'을 쓸어담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꿈이 완연하고 단호하게 담겨있다.
유치원 전 3세와 4세 유아의 교육을 무상으로 하고 전문대학 2년 교육을 무료로 하며 세금환급을 통한 매월 1인 300달러의 자녀 수당을 영구화하고 은퇴자의 의료보험제공에 치과, 안과 및 청각 보조를 추가시키면서 장애인 및 저소득층 연방의료 지원을 확대한다.
무엇보다 고령자와 장애인을 시설에 맡기지 않고 가정에서 돌볼 수 있도록 4000억 달러가 넘는 필요 경비를 국가가 제공하며 저소득층 주택 개선을 위해 3000억 달러를 쓴다. 민주당의 꿈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 수백 만 불법체류자를 합법화하는 이민법 개혁 조치가 소요 비용을 구체화해서 포함되어 있다.
바이든 민주당은 이 법안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국민연금 사회보장제, 린든 존슨 대통령의 메디케이드 등 그레이트 소사이어티에 버금가는 사회경제 혁신법으로 여긴다. 그런만큼 물리적 인프라 법안 때와 같은 공화당 의원들의 초당적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
물리적 인프라 법안의 장기소요 예산 630조원(5500억 달러)는 세금 증세없이 기존 예산과 정부 수입 전용으로 충당된다. 그래서 10여 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찬성한 것인데 민주당 색채가 물씬 배인 휴먼 인프라 법안의 소요 예산 4000조원(3조5000억 달러)는 최고구간의 고소득자와 기업이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어있다. 돈 잘 벌거나 많은 개인과 돈 있는 기업들로부터 4000조원을 추렴해 모아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주겠다는 법안인 것이다.
공화당 상원에서 단 한 명도 찬성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민주당은 믿는 구석이 있다. 지난 3월 초 1조9000억 달러(2200조원)의 6차 긴급구제법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을 때처럼 '예산' 관련 법안으로 만들어 밀어부치면 단순 과반으로 성사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공개된 법안은 따로 이름이 없고 언론이 대개 '예산 청사진'으로 부른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법안의 단계도 예산결의안에 그친다. 4000조원의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예산 내용은 이 결의안이 이번주 중으로 통과된 뒤 여름 휴가를 거쳐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의회에서 토론과 쟁투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면서 드러날 것이다.
예산안 통과 시한은 9월30일이지만 이 법안이 포함된 차기 회계년도의 예산안이 올 연말 안에 통과되면 무척 다행하다고 민주당은 생각할 것이다. 중간에 부러지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야심찬 사회경제법안은 내년 초반까지 끌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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