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돌아온 삼성] 대규모 투자·M&A 속도.. 반도체·배터리 본궤도 오른다

김경민 2021. 8. 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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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배터리 공장 결정 등
오너 부재로 지체됐던 투자 가속
기술 초격차·M&A 혁신 등
李부회장 책임경영 과제 풀어야
9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은 그동안 위기의 'K-반도체'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이 부회장의 석방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여론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애플과 TSMC, 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몇년째 리더가 없는 삼성은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단장 부재'를 호소해왔던 삼성은 돌아온 총수의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광폭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7개월 멈춘 경영시계 다시 빨라진다

재계에 따르면 오는 13일 출소하는 이 부회장은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경영 궤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뒤 휴식하거나 신변을 정리한 후 계열사별 주요 업무보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미국 신규 반도체(전자)와 배터리(SDI) 신규 건설에 대한 의사결정을 시작으로 경영복귀 신호탄을 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미 이들 사안에 대한 검토를 끝내 놓고 이 부회장의 결단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TSMC와 인텔이 수십조 투자와 인수합병(M&A) 계획을 밝히는 동안 결정권자가 없던 삼성은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따라가기도 벅찬 TSMC가 지난 4월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공장 5개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의 반도체 강자인 인텔은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제안하며 삼성을 압박해왔다.

이 부회장은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통해 200여개의 반도체 협력사와 산업 전체에 낙수효과를 뿌리며 K-반도체의 세 결집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활력을 찾으면 침체된 우리 경제의 활성화에도 적잖은 보탬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차세대 주력사업인 배터리도 중요한 투자 시점에 놓여 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 중 미국 기업과 현지에 합작사를 차리지 못한 회사는 삼성SDI뿐이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 내 합작사(JV)를 설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역시 스텔란티스의 대주주인 엑소르에서 사외이사를 했던 이 부회장이 '키 맨'이라는 평가다. 회사는 "밝히기는 어렵지만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조만간 이 부회장의 결단을 암시했다.

이처럼 삼성의 미래 공장이 미국에 지어지고 양국 경제의 공급망이 더욱 밀접해지면 바이든 정부와 우리 정부, 기업 간의 연대도 더 끈끈해질 전망이다.

다만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이다. 이 부회장에 적용된 5년의 취업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 부회장이 정상적으로 경영복귀를 하기 위해선 법무부에 취업제한 해제 심사를 별도로 받거나 출장 때마다 승인을 얻어야 한다.

■M&A 재검토, 주주 챙기기 '책임경영'

당장 발등의 불을 끄고 나면 중장기적으론 M&A와 내년 경영계획, 연말 사장단 인사 등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삼성은 그동안 수십억~수백억원 대 M&A를 간간이 추진했지만 2017년 하만(9조3000억원) 이후로 조단위 M&A는 전무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이후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전장 관련 M&A에 공을 들였지만 올 1월 다시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판결을 받으면서 M&A 진행도 올스톱된 상태다. 삼성은 M&A 적기를 놓쳤고,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복귀를 하면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오너 부재로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 투자 지연과 M&A 중단으로 혁신이 사라진 삼성전자 주식은 저평가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주주는 600만명에 육박해 전체 개인투자자 10명 중 6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이 호재가 돼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 선을 되찾았다. 지난해 말 2800 선이던 코스피지수는 3000을 돌파해 3300에 육박했지만, 같은기간 8만1000원이던 삼성전자는 아직도 보합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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