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 밟는 전기차 전환에 국내 정비업계 '한숨'

조병욱 2021. 8. 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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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번호판만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자동차정비업체 대표 김모(51)씨는 최근 도로에 늘어나는 전기차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조사에서 2025년 제주도의 전기차가 22만7524대로 늘어날 경우, 주유소는 109곳으로 절반가량이 줄고, 정비소는 87% 감소한 64곳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자체 정비인력에 대한 전기차 전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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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부품 내연차량의 3분의1 불과
엔진·변속기 없어 수리 영역 크게 줄어
보급률 높은 제주 정비업소 폐업 급증
전문가들 "정부 차원서 대책 서둘러야"
완성차 업계, 정비인력 전기차 교육 강화
수입차 업체도 전문 수리기사 양성 나서
사진=연합뉴스
“파란색 번호판만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자동차정비업체 대표 김모(51)씨는 최근 도로에 늘어나는 전기차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엔진이 없는 차량 특성상 기존 정비업체가 수리할 영역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와 모터가 중심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전문적인 수리는 모두 제조사에서 담당할 수밖에 없다”며 “내연기관차는 큰 고장이 나도 엔진을 내리고, 엔진이나 미션을 분해하는 수리까지 다 맡아서 해왔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시장에 적응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엔진(6900여개) 등 3만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부품이 1만여개로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다. 특히 경정비 대상인 엔진 오일, 변속기 오일 등 각종 오일류, 엔진과 변속기와 관련한 부품 자체가 사라지면서 이에 관한 정비 수요도 없어지게 된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2025∼2030년을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하는 시점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1인당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제주도의 경우 전기차 보급률이 올라가자 정비업소의 폐업률도 급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9년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률이 5%까지 상승하는 동안 제주 지역 정비소 59곳(12.6%)이 폐업했다.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 대수는 지난해 기준 3만9951대, 주유소는 193곳, 정비업소는 502곳(2019년)이 있었다. 이 조사에서 2025년 제주도의 전기차가 22만7524대로 늘어날 경우, 주유소는 109곳으로 절반가량이 줄고, 정비소는 87% 감소한 64곳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할 2030년에는 제주도의 전기차가 37만7217대로 늘면 주유소는 13곳, 정비소는 21곳만 남을 것으로 전망됐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자체 정비인력에 대한 전기차 전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전기차를 다루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도 자체 정비교육을 통해 전기차를 전문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고전압 테크니션’ 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정비기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난 4월 제7차 혁신성장 BIG3(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반도체) 추진회의를 열고, 2019년 1100개인 전기차 전문정비소를 2025년까지 3300개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대학의 자동차학과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등의 정책도 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대책으로는 전국 4만5000여개의 정비소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필수 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도 적지만 이에 따른 고장률도 현저히 낮아진다”며 “현재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는 일반 정비소에서 사실상 정비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민간에서는 재직자 전환 교육이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정비업계가 전환기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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