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 리스크 털어낸 삼성.. 대규모 투자·M&A 가속 페달

남혜정 2021. 8. 9. 2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사 추격전 시작
2019년 발표 '비전 2030' 점검 시작
시스템 반도체 투자 등 가속도 전망
최근 초미세공정 기술투자계획 공개
美 파운드리 공장 투자도 마무리될 듯
삼성전자 순현금 100조원 넘게 보유
2017년 이후 답보중인 M&A 물꼬 기대
"경제 기여 기대" "시장권력에 법치 몰락"
정치권, 李 가석방 놓고 상반된 반응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결정되면서 삼성이 ‘총수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게 됐다.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돌아오면 삼성이 그간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의 행보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은 이 부회장이 현장경영 등을 통한 회사 분위기 쇄신에 집중하겠지만,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진 투자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삼성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과감한 승부수를 조기에 띄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재계 등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가장 먼저 반도체 분야부터 챙길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2019년에 발표했다. 이후 경기 화성과 평택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초미세공정 구현을 위한 극자외선(EUV) 라인을 구축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고, 전문인력 채용을 확대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했다. 또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와의 상생협력도 강화하며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집중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2019년 14조7000억원에서 2020년 17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4%와 18%로 격차가 여전히 크지만, 10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을 적용한 첨단 제품군으로 한정하면 점유율이 각각 60%와 40%로 차이가 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부회장이 수감된 기간 삼성전자가 이렇다 할 추가 행보를 보이지 못한 사이 글로벌 경쟁사들은 앞다퉈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치고 나갔다. TSMC는 초미세공정인 3㎚급 반도체 장비 설치에 나섰고,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를 추진 중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 반도체 투자 등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2022년에 3㎚ 1세대 공정을 양산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초미세공정 기술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결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현재까지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등을 확정하지 못했다.

대규모 M&A도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현재 순현금을 100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2017년 미국 전장 기업인 하만 인수 이후 M&A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준선 성균관대(법학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부회장이 특별사면은 아니지만 가석방으로 풀려난 것은 다행이고, 당분간 삼성이 경영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가석방은 계속 보호관찰 대상이어서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고, 다른 재판도 남아 있어서 사법리스크는 그대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은 재판 외에 이번 가석방과 관련해 5년 취업제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특혜 시비’ 등은 부회장의 행보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056개 노동·인권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 가석방 적격 여부 심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코로나19 장기화와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가운데,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삼성은 앞으로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이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대한민국의 법치가 또 한 번 시장권력 앞에 무너졌다. 촛불 배신이자 (문재인 정부의)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남혜정, 박세준 기자 hjnam@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